빈대가 돌아왔습니다. 70년대 이후 완전히 박멸했다고 믿었던 빈대가 서울 도심에 나타났습니다. 대학교 기숙사부터 찜질방과 고시촌 등 전국 곳곳에서 빈대를 보았다는 이야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프랑스에서 빈대가 기승을 부린다는 이야기가 들린 지 한 달 만에 벌어진 일입니다. 이미 서울 절반에 빈대가 펴졌다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6,70년대 빈대는 벼룩과 함께 가난의 상징이었습니다. 빈대는 위생이 좋지 못한 생태에서 살았습니다. 빈대는 세균을 옮기지는 않지만, 밤마다 사람 피를 빨아먹는 지긋지긋한 존재입니다. 자기 돈 절대 쓰지 않고 남들에게 빌붙어 있는 이를 가리켜 빈대 같다고 하는 것도 그런 이유입니다. 한국전쟁 후 미군은 빈대와 같은 해충을 잡겠다고 DDT 같은 독성물질을 사람에게 뿌리기도 했습니다.
사실 빈대는 가구나 벽의 작은 틈새에 살기에 집을 모두 태워버리지 않고서는 완전히 잡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운다는 속담이 생겨나기도 했습니다. 벌어질 커다란 손해는 생각 못 하고 당장의 이익만 생각한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지금 대한민국에 빈대만 다시 돌아온 건 아닙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경기도 김포시를 서울로 편입시키는 방안을 당론으로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김포 이외에도 하남, 구리, 광명 등 ‘서울 생활권’에 해당하는 서울 접경 도시들도 서울 편입대상으로 검토하기로 했습니다. 서울 확장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인 1973년이 마지막이었습니다.
김포를 포함한 인접도시 편입이 서울발전에 얼마나 효과적일지는 모르겠습니다. 몇 십 년 동안 진보와 보수 할 것 없이 어떤 정권에서도 변함없이 추진하던 수도권 인구 억제 정책을 지금 당장 바꿀 정도로 급한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김기현 대표의 서울시 확대 발언은 사람들 마음속 그 무엇을 건드린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그것은 바로 욕망입니다.
선거철만 되면 정치인들은 시민의 욕망을 건드렸습니다. 그 옛날 고무신을 나누어 주던 시절부터 반값아파트를 준다거나 부자 만들어 준다는 경제성장까지, 표를 얻는 최고의 방법이 유권자의 욕망을 건드리는 것임을 정치인들은 알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집값 상승과 돈에 대한 욕망을 건드리는 일이 득표에 유리하다는 것을 정치인들은 잘 알고 있습니다. 벌써 김포를 비롯한 인근 도시의 집값이 들썩이고 있다고 하지요.
그러고 보면 선거철에 볼 수 있는 정치는 빈대 같아 보입니다. 사람의 피를 먹고 사는 게 아니라 사람의 욕망을 먹고 사는 빈대 말이지요. 그렇다면 그 빈대를 잡는 것은 이제 우리의 몫입니다. 선거철이면 정치는 빈대가 될 것입니다. 우리는 그 빈대에게 탐욕과 같은 욕망을 줄 수 도 있습니다. 아니면 진리를 따르는 바른 양심으로 박멸시킬 수도 있습니다. 빈대에게 무엇을 줄지는 온전히 우리 유권자의 몫입니다.
오늘 <사제의 눈> 제목은 <선거와 함께 돌아온 빈대>입니다. 탐욕에 흔들리지 않고 바른 양심으로 소중한 한 표를 지키는 우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평화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