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이번 주일은 성소 주일입니다.
cpbc가 성소 주일을 맞아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에 ‘성소란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성소 주일 특집 토크쇼 ‘응답하라, 부르심에’에 출연한 정 대주교의 성소 이야기를 송창환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정순택 대주교가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3학년에 재학하던 때.
명문대에 입학했던 정 대주교가 사제 성소를 발견하게 된 건, 가족과 함께 참여한 ‘마리아 폴리’에서였습니다.
정 대주교는 포콜라리안 모임에서 한 부제의 성소담을 듣게 됩니다.
정 대주교는 그 순간을 ‘인생의 전환점’이라고 말했습니다.
<정순택 대주교 / 서울대교구장>
“그분이 저를 붙들고 다시 한번 더 당신의 성소담을 이제 아주 이렇게 상세하게 나눠주시면서 "하느님께서는 한 사람 한 사람을 각각 다른 모습으로 부르신다" 이런 말씀을 주셔요. 그러면서 그때 얼핏 ‘이게 하느님께서 이 순간이 이렇게 저에게 다가오시는 뭔가’라는 생각을 이제 한번 해보면서”
정 대주교는 “당시 마음속에 예수님의 말씀처럼 살지 못할 것 같은 신앙적 딜레마가 있었다”고 청년 시절을 회상했습니다.
<정순택 대주교 / 서울대교구장>
“성경에는 어린이처럼 돼라, 단순하게 되라는 말씀이 있는데 저는 생각이 많고 복잡해서 어린이처럼 되지 못하는데 이런 저도 하느님께서 사랑하시겠느냐라고 이렇게 질문을 드렸더니 그 부제님 대답하시는 말씀이 쉽게 데워지지 않는 온돌은 한 번 데우기는 어렵지만 그 대신 한 번 데워지고 나면 좀체 잘 식지 않는다라는 비유를 설명하시면서 그렇듯 하느님께서는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신다.”
정 대주교는 그때 그 부제 덕분에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시는 하느님의 현존하심을 생생하게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정순택 대주교 / 서울대교구장>
“온전히 이처럼 나를 사랑하시는 하느님의 그 사랑이 그냥 막 느껴지고, 갑자기 세상이 달라 보이는 거예요. 하느님이 나를 사랑하시는구나. 그러면서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신 하느님께 온전히 나를 바쳐야 되겠다. 이제 그런 마음이 그냥 그대로 들었던 거고. 그 순간이 저로서는 하느님께 나를 사제로 바치겠다는 마음이”
이후 정순택 대주교는 예비 신학생 모임을 거쳐 가톨릭대 신학대학에 편입합니다.
그 시기, 정 대주교는 군 입대를 앞두고 허리를 다쳐 집에서 요양을 하게 되는데, 그때가 정 대주교의 또 다른 성소의 전환점이 됐습니다.
<정순택 대주교 / 서울대교구장>
“교구 사제는 어떤 사목, 사도직 이걸 통해서 하느님께 열매를 이렇게 말하자면 드리는 삶이다라고 한다면 수도자는 존재로서 어떤 사도직의 활동이나 사목 활동을 통해서 하느님께 열매를 드리는 게 아니라, 나의 존재 자체를 하느님께 봉헌하는 어떤 이런 삶이라고 이제 느끼는데, 그 삶, 소화 데레사 성녀 자서전을 읽는 순간 내가 찾던 삶이 바로 이거다…”
정순택 대주교는 1986년 가르멜 수도회에 입회해 1992년 종신서원을 했습니다.
정 대주교는 주교 임명과 교구장 착좌 등 모든 순간, 하느님께 순명하는 길을 먼저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사제 성소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그 어떤 것에도 옳은 답은 없다”며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했을 때 한국 청년들을 격려했던 말을 언급했습니다.
<정순택 대주교 / 서울대교구장>
“수도자가 되거나 혹은 사회에 남아서 전공을 살리거나 어느 곳으로 가도 좋습니다. 중요한 것은 하면서 하느님을 사랑하고 선한 마음으로 이웃에게 봉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간다면 수도자가 되건 혹은 사회에 남았던 어느 쪽은 다 성소다.”
정 대주교는 “하느님을 찾아가는 길 자체가 성소”라며 중요한 건 "하느님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사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cpbc 송창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