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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꿈 CUM] 행복의 길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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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은 같은가, 아니면 다른가?

사람들은 대부분 사랑하는 것이 좋아하는 것이고, 좋아하는 것이 사랑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말한다. 그러나 글자가 다르듯이 그 뜻이 서로 다르다.

사랑하는 것이 ‘너’ 중심적인 것에 반하여, 좋아하는 것은 ‘나’ 중심적이기 때문이다. 두 가지를 비교해보자.

좋아하는 것은 항상 취사선택(取捨選擇)할 수 있고, 부분적이고 일시적이다. 또 ‘나’ 중심적이기에 이런 경향으로 흐를수록 이기주의자(利己主義者)가 된다. 그래서 좋아하다 싫어지면 떠나거나 버리게 된다. 그리고 다시 다른 대상을 찾는다.

그러나 사랑하는 것은 취사선택의 여지가 없으며, 전체적이고 항구적이다. 또 ‘너’ 중심적이기에 이런 경향의 사람들은 박애주의자(博愛主義者)가 된다. 싫고 마음에 안 들더라도 끝까지 함께 한다. 예를 들어 보자.

원하는 시계 하나를 사 차고 다닌다. 몇 년이 지나 색이 변하고 시간이 잘 안 맞으면, 어떻게 하는가? 그 시계를 ‘좋아하는 사람’은 마음에 안 든다고 하면서 그 시계를 버리고 다른 시계를 산다. 그렇지만 그 시계를 ‘사랑하는 사람’은 수리점에 가서 시계를 수선해 다시 사용한다. 한마디로 좋아하는 것은 ‘놀부와 같은 삶’이며, 사랑하는 것은 ‘흥부와 같은 삶’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사람은 흥부처럼 착하게만 살 수 없다고 하면서, 그런 삶을 탓하기도 한다. 또 가난에 찌들어 힘들어하고, 형 놀부에게 구박받고 사는 것은 어리석은 바보와 같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우리가 학교에서 흥부와 놀부 이야기를 교과서를 통해 배우면서 어떠했는가? 어려움 속에서도 진한 인간애(人間愛)를 발휘하며 사는 흥부가 끝에 가서, 행복해지는 모습에 감동해 눈물을 흘리고 박수를 보냈다. 또 한편으로는 놀부를 비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놀부 같은 사람이 아니라, 흥부처럼 살기로 다짐했다.

좋아하는 삶의 방식은 ‘놀부 형(形)’, 즉 like style이다. 사랑하는 삶의 방식은 ‘흥부 형(形)’, 즉 love style이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놀부가 되어가고 있다. 놀부처럼 살아서는 안 된다고 가르친 사람도, 또 그렇게 배운 사람도 그러하다. 이것이 문제이다. 왜 그렇게 되었는가?

경제 성장과 물질문명의 발달로 사회 풍조가 많이 바뀌었다. 그래서 사람들 대부분이 사랑하는 삶의 방식이 아니라, 좋아하는 삶의 방식으로 살아간다. 그리하여 이제는 가정에서 가족끼리 정과 사랑을 나누며 살아가는 모습이 드물다. 또 서로 돕고 의지하면서 살아가는 이웃사랑의 모습도, 길 가는 나그네를 불러들여 숙식을 제공하는 모습도 잘 볼 수 없게 되었다. 우리는 남북으로 분단되어 서로 대치하고 있는 조국(祖國)을 사랑해야 한다. 우리를 낳아 길러준 부모를 사랑해야 한다. 교회와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해야 한다. 이런 일들은 우리가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천부적(天賦的)으로 우리에게 주어진 사명이다. 그래서 우리가 좋아하고 안 하고 할 대상이 아니라, 사랑해야 할 대상이다.

사회에서 칭찬과 박수를 받으며, 상이나 표창을 받는 자 중에 ‘나’ 중심적인 ‘놀부 형(形)’, 즉 like style로 산 사람이 있는가? 없을 것이다. 모두 ‘너’ 중심적인 ‘흥부 형(形)’, 즉 love style로 살아온 자들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언제나 어디에서나, 사랑하는 삶을 살아가야 한다. 


글 _ 최봉원 신부 (야고보, 마산교구 원로사목)
1977년 사제품을 받았다. 1980년 군종장교로 임관, 군종단 홍보국장, 군종교구 사무처장 겸 사목국장, 관리국장, 군종참모 등을 지냈으며 2001년 군종감으로 취임, 2003년 퇴임했다. 이후 미국 LA 성삼본당, 함안본당, 신안동본당, 수산본당, 덕산동본당 주임으로 사목했으며, 마산교구 총대리 겸 사무처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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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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