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도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나왔습니다. 시인이자 소설가인 한강 작가입니다. 한 작가의 노벨상 수상 소식이 발표되자 작가의 책은 불티나게 팔려나갔습니다. 온라인서점에는 한강 작가의 책을 구입하려는 사람들이 몰려들어 접속 자체가 어려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한 작가가 운영하는 작은 책방으로 사람들은 성지 순례하듯이 몰렸습니다. 그렇게 한 작가의 노벨상 수상 이후 독서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나라 국민의 독서량은 부끄러운 수준입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작년 성인 가운데 수험서나 잡지 등을 제외한 일반 도서 한 권이라도 읽은 사람은 43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처음 조사를 한 1994년과 비교하면 30년 만에 반토막이 났습니다. 오디오북이나 전자책 등을 포함한 성인의 연간 종합독서량은 3.9권, 종이책만 따지면 1.7권입니다. 즉 우리나라 성인 10명 중 6명은 1년 동안 책을 1권도 읽지 않고, 읽어도 1년에 1권 정도를 읽는다는 겁니다.
책을 읽지 않자 글의 의미를 파악하는 문해력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습니다. 가문 내의 관계를 적은 책인 ‘족보’는 ‘족발보쌈세트’로, 점심을 뜻하는 ‘중식’이 없다고 하면 그럼 ‘일식’은 있는지 묻는 요즘입니다. 비가 내리는 시간인 ‘우천시’는 어디에 있는 도시인지 궁금하다는 글을 보곤 고급 코미디인가 하는 착각도 듭니다. 어른들은 요즘 학생들이 책은 안 읽고 유튜브 동영상이나 숏폼만 봐서 문제라고 혀를 차시지만 책을 읽지 않는 모습에는 어른들도 별반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독서는 신앙생활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합니다. 모든 종교는 자신들의 경전을 읽고 묵상하는 일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가톨릭에서도 ‘렉시오 디비나’ 거룩한 독서라고 부릅니다. 성경을 필사하는 분들이 지금도 많습니다. 수도자의 일과에는 성경이나 성인들의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을 따로 두며 덕을 닦고 있습니다. 본당에 세례나 견진성사가 있으면 책 선물하려는 이들로 성물방이 북새통을 이루던 것이 얼마 전이었습니다. 이번 독서 열풍이 영적 독서 열풍으로도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열심히 신앙생활 하시는 가톨릭 문인들이 지은 책을 읽어도 좋습니다. 주님의 품으로 가신 최인호 베드로 작가나 박완서 엘리사벳 작가의 신앙 고백을 담은 책은 지금도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줍니다. ‘수도원 기행’의 공지영 마리아 작가의 책은 하느님을 만나는 좋은 순례서입니다. 정호승 프란치스코 시인이나 이해인 수녀님의 시는 자체가 기도입니다. ‘경애의 마음’의 김금희 마리아 작가나 ‘여름 상설 공연’의 박은지 소화데레사 시인 같은 젊은 작가들도 눈에 들어옵니다. 좋은 책은 마음의 양식입니다.
오늘 사제의 눈 제목은 < 한강 열풍 >입니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축하하며 책을 통해 영성과 정신을 깊이 있게 만드는 우리가 되길 바라며 평화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