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마음과 몸이 지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당연히 쉬어야 합니다. 그리고 힘들다고, 지친다고 말해야 합니다. 혹은 지겹다고 말해야 합니다.
사람이 지친다는 것은 건강하다는 증거이고, 아프다는 것은 살아있음을 알려주는 것입니다. 지겹다는 것 역시 그 사람이 활동적임을 알려주는 말입니다. 그런데 힘들고 지쳤는데도 아무 말도 못하고 “더 열심히, 더 나은 삶을 위하여”라는 구호를 외치면서 자신을 채찍질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심지어 나약한 자신을 혹독하게 몰아붙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사는 사람들은 본인은 물론 다른 사람들도 열심히 산다고 여길지 모르지만 그렇게 사는 삶이 행복할 리가 없고, 더 큰 문제는 그런 삶을 오래 지속하기도 어렵습니다. 과부하가 걸린 기계처럼 무너질 위험이 크다는 것입니다.
산을 올라갈 때는 정상만 바라보면서 정신없이 올라가서는 안 됩니다. 올라가다가 숨이 차면 주위의 경치도 보고, 물도 한잔 들이키는 여유를 가져야 합니다. 그래야 조금 늦더라도 정상에 오를 수가 있는 것입니다.
설령 정상에 오르지 못해도 상관없습니다. 산에 머무르는 시간 자체가 행복감을 주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칠 때까지 일하는 사람들은 왜 그런 것인가? 자기 삶이 개인의 것이 아니라 조직의 것이라고 생각할 때 그렇습니다. 심리학자 데이비드 리버만(David J. Lieberman) 박사는 이런 말을 합니다.
“이들은 자신에게 명령내리고 구속해줄 조직이 필요한 사람들인데, 이들은 위에서 명령을 내리는 것을 잘해낼 자신을 가진 사람들이다. 이들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강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지치도록 일하는 것이다. 조직은 단기적으로 보면 안정된 틀을 제공해주는 듯하다. 혼자 선택하는 자유가 주어지면 어떤 일을 하고나서 후회할 수도 있고, 혼란에 빠질 수 있지만, 조직은 여러 가지 선택을 대신하게 해준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볼 때는 자신의 생각은 실행할 가치가 없다고 여긴다. 어딘가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남들 생각은 다 맞고 내 생각은 틀린 듯 다른 사람의 삶을 부러워하는 것이다. 책임회피, 책임전가 현상이 나타나고, ‘나’가 없어진다. 문제는 언제까지고 자신에게 지시를 내려줄 사람이 있는 것이 아니라서, 내면의 나침반을 잃으면 자신이 다다를 곳이 어디인지 모르게 된다는 것이다. 이들에 대한 처방은 우선 자신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목표를 점검하는 것, 자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 그리고 실행하는 것이다. 실현하는 과정에서 자신을 인정하게 될 것이
다.”
곰곰이 새겨볼 필요가 있는 말입니다.
글 _ 홍성남 신부 (마태오, 서울대교구 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 소장)
1987년 사제 수품. KBS 아침마당 특강 ‘화날 땐 화내고, 슬플 땐 울어야 한다’로 전 국민의 마음을 달래주었다. 저서로 「챙기고 사세요」 「화나면 화내고 힘들 땐 쉬어」 「새장 밖으로」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