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91년 겨울. 창에는 하얀 서리가 내려앉아 있었다. 병들어 초라한 모습으로 작은 침대에 누워 있는 36세의 천재 작곡가 모차르트. 그의 두 눈에서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 내리고 있다.
‘라크리모사.’(Lacrimosa) 그 해 여름, 모차르트는 거액을 받고 ‘진혼곡’ 작곡 의뢰를 받았다. 그때 그의 건강은 이미 쇠약해질 대로 쇠약해진 상태였지만 생활고 때문에 그는 작곡을 해야 했다. 쇠잔해진 몸으로 그는 진혼곡, 레퀴엠(Requiem)을 써 내려가기 시작한다. 레퀴엠의 정식 명칭은 ‘죽은 이를 위한 미사곡’으로 진혼곡 또는 진혼 미사곡이라 한다. 첫 가사가 레퀴엠(Requiem, 안식을)으로 시작해서 ‘레퀴엠’이라 부르게 되었다.
그런데 모차르트는 레퀴엠을 완성시키지 못하고 죽는다. 연송(Sequenz) 중 여섯 번째 곡인 ‘눈물의 날’(라크리모사, Lacrimosa) 8소절까지 작곡하고 미완성인 채로 생을 마친 것이다. 하지만 모차르트는 자신의 죽음을 예감하여 나머지는 제자에게 자신의 작곡 의도를 미리 스케치시켜 사후에 완성하도록 했다. 모차르트는 죽기 며칠 전 친구들을 불러 미완성 레퀴엠을 부르게 하는데, 이 ‘라크리모사’가 불려질 때 복받쳐 오는 슬픔에 눈물을 한없이 쏟았다고 한다. 자신 앞에 다가온 운명적인 죽음의 그림자를 느꼈던 것이다.
오늘날 많은 레퀴엠들이 있다. 하지만 미완성인 모차르트의 레퀴엠을 최고의 작품으로 꼽는 이유는 모차르트 특유의 서정성과 음악성 때문이다. 게다가 이 레퀴엠에서 모차르트는 죽음의 고통을 마치 유서를 쓰듯 한음 한음 음표로 담아냈다. 그래서 모차르트의 레퀴엠에는 죽음에 대한 공포와 신의 진노, 최후의 심판 앞에 선 긴장감, 간절한 구원의 기도가 있다. 특히 ‘라크리모사’ 부분에서는 죽음을 앞두고 구원을 간곡히 구하는 애원과 처절한 고통이 그대로 투영되어 우리의 심장을 강하게 누른다.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모차르트는 음악으로 주님과 함께하려 했다. 그리고 주님께 영원한 환희와 안식을 구하였다. 미완성의 이 곡은 모차르트가 주님과 닿으려는 최후의 몸짓이었으며 그의 불멸의 작품이 되었다. 그래서 오늘날 죽은 이뿐 아니라 살아있는 우리에게도 위로와 평화를 주고 있다. 세상 떠난 모든 이와 살아있는 우리 모두를 기억하며 레퀴엠 라크리모사를 듣는다.
“눈물의 날 그날 (Lacrimos dies illa) / 죄인은 심판을 받으리라… (Judicandus homo reus…) / 하느님 이 사람을 용서해 주시옵소서 (Huic ergo parch, Deus) / 자비로우신 우리 주 예수님 (pie Jeus, Domine) / 그들에게 안식을 베풀어 주소서
글 _ 김화수 (유스티나, 수원교구 분당구미동본당)
작곡과 바이올린을 전공했다. 현재 대학에서 강의하고 있으며, 수원교구 분당성루카본당 성가대 지휘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