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재원 확보와 체제 유지에 희생동포 젊은이 희생, 탈북민들 정부 관심과 교회 기도 요청
우크라이나군이 6일 메신저 텔레그램을 통해 공개한 북한군인으로 추정되는 이의 사진, 그의 여권에는 리태혁이라는 이름이 선명히 적혀 있다. 사진=우크라이나군 텔레그램
러시아 쿠르스크 전선에 파병된 북한군 피해와 사상 소식이 연일 보도되면서 북한의 인권과 현 실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4일 로이터 통신과 우크라이나 매체 RBC 등에 따르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3∼4일 쿠르스크주 마흐놉카 마을에서 러시아군이 북한군 보병과 러시아 낙하산 부대로 이뤄진 1개 대대를 잃었다”고 전했다. 1개 대대는 일반적으로 수백 명 단위다. 이틀 사이 북한군 수백 명이 전멸했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 파병된 북한군의 피해와 실태에 국제사회가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말부터 전쟁터에서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모습들이 매주 보도되다시피 하고 있다. 대부분 처참하게 시신이 훼손되거나 심각하게 다친 모습들이다. 이러한 보도와 관련해 온라인 상에는 ‘우리와는 상관없다’는 식의 반응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한반도 평화와 북한 주민들의 인권 측면에서 이러한 북한군 파병과 전사상자 모습은 우리 국민들이 강 건너 불구경하듯 바라보기엔 그 상황이 심상치 않아 보인다. 이미 젤렌스키 대통령은 1만 명 넘게 파병된 북한군 중 5일까지 집계된 사상자는 3800명 이상이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파병으로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은 러시아의 재원과 국제적 지지가 필요하고, 러시아는 북한의 병력이 필요한 상황에서 서로 긴밀한 협력을 맺었기 때문이다. 조셉 디트라니 전 미국 국무부 대북담당 특사는 “지난해 6월 북러 간 체결한 상호 방위 조약 외에도 핵과 탄도미사일·인공위성 기술 등을 지원받기 위해 북한은 계속해서 러시아와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북한군 파병은 경제난 해소를 위한 재원 확보와 체제 유지를 위한 ‘목숨값’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관된 분석이다. 북향민 김일혁 연구원(북한연구소 국제활동팀)은 “국제사회나 남한 내에서 전쟁에 대한 관심은 있지만, 북한군이 죽어가는 상황 자체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다”며 “북한군 인권을 이야기하면 정치적 시선으로 속단하는데, 동포라고 생각한다면 과연 이렇게 손 놓고 있을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한 소식통에 따르면, 현재 탄핵 정국 속 혼란을 겪고 있는 남한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는 북한 주민들의 이야기도 들린다”며 “우리도 북한 주민의 인권, 특히 총알받이로 끌려간 북한군을 위해 관심과 기도로 함께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북한 공군 출신 류성현(29)씨도 “북한군은 전쟁에 참전하면 영웅이 될 거라는 희망을 안고 가겠지만, 실상은 드러나는 것과 같이 참담하다”며 “계속 파병될 확률이 높은 상황에서 대한민국과 교회가 국제 사회에 북한군의 인권에 대한 목소리를 내줬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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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규 기자 mk@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