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치의 민주화·한국 사회의 인간화·한국 교회의 쇄신’. 이 3가지 주제가 ‘하느님의 종’ 김수환 추기경의 사목 방향이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11일 열린 김수환(1922~2009) 추기경 시복 추진을 위한 첫 심포지엄에서다.
서울대교구 시복시성위원회(위원장 구요비 주교)와 한국교회사연구소(소장 조한건 신부)는 이날 서울대교구청에서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의 생애·덕행·명성Ⅰ’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김 추기경이 한국 교회와 사회에 끼친 영향을 되짚었다.
발제자들은 김 추기경이 남긴 삶과 영성이 한국 교회의 독자적이고 창조적인 성숙을 가져왔으며, 이같은 상징성을 입증한다는 점에서 김 추기경의 시복시성이 큰 의미를 지닌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그러면서 오늘날 우리가 그의 정신을 따르기만 하는 ‘김수환 앓이’에서 실천으로 옮기는 ‘김수환 닮기’를 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김수태(안드레아) 충남대학교 명예교수는 ‘김수환 추기경의 사목 환경’이란 주제 발표에서 “세상과 교회의 경계를 허물고자 한 김 추기경에게 사회가 인간화해야 한다는 것은 삶과 신앙·사상의 출발점이자 종착지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 김 추기경은 정치가 민주화돼야 하고, 교회가 쇄신되고 변화돼야 한다고 말했다”며 “민주화가 이뤄진 뒤에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하면서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사회, 즉 ‘사회의 인간화’를 주장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추기경이 즐겨 사용한 단어는 사회이며, 이와 함께 그가 주목한 것은 인간이었다”면서 “세상 속의 교회, 세상 안의 교회까지 지향한 김 추기경에 의하면 교회가 세상에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은 정치와 사회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민주적인, 비인간적인 한국 사회가 어떻게 민주적이며 인간 중심의 사회로 바뀔 수 있는가’하는 문제가 김 추기경의 최대 관심사였다”며 “인간관·국가관·교회론 등이 모두 연결돼 있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김 추기경이 바라는 것처럼 오늘 우리도 사람으로서 자기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각자의 소명과 역할을 충실히 실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학주 기자 goldenmouth@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