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이 합의되어 정말 기쁩니다. 하지만 핵심은 전쟁이 아니라 점령입니다. 지금의 비극은 점령의 결과입니다. 전쟁은 끝났지만 (평화를 향한 여정은) 이제 시작이라고 봅니다.”
가자지구 출신 난민 청년 살레 알란티시(27)씨는 1월 22일 서울 서대문구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공간이제에서 열린 세미나를 통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 최근 종지부를 찍은 데 대해선 반기면서도 휴전 이후 정세가 더욱 중요하다고 자국 상황에 대한 관심을 호소했다. “진정한 평화는 전쟁을 멈추는 것을 넘어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어야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알란티시씨는 가자지구 가자시티에서 태어난 ‘팔레스타인 난민’이다. 그의 조부가 1948년 이스라엘군에 의해 강제 이주당한 이후 반세기 넘게 가자지구에서 ‘난민’으로 살고 있다. 알란티시씨는 “태어난 순간부터 난민으로 산다는 것은 언제나 죽음이 곁에 있다는 긴장 속에 지내야 한다는 것”이라며 “가자지구 주민이라면 누군가의 죽음을 목격한 기억을 모두 갖고 있다”고 증언했다.
그는 전쟁이 벌어지기 직전인 2022년 12월 고향을 떠나 한국으로 유학 왔다. 경제·정치적으로 고립된 가자지구에서는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는 것도 버거워 새로운 곳에서 미래를 찾고자 온 것이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1년 뒤 자국에서 다시 전쟁이 발발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유학생활을 이어가던 그가 한국에서 자국의 상황을 전하기 시작한 것도 비슷한 시기였다. 그는 “한국에 와서 보니 정작 팔레스타인 실상을 제대로 아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웠다”며 “우리가 어떠한 상황에 부닥쳐있는지 정확히 알리기 위해서는 먼저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사람들을 만나러 다니기 시작했다”고 했다.
알라티시씨는 특히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갈등 원인을 종교에서 찾는 시각부터 바꿔야 한다”면서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갈등은 종교 간 갈등과는 거리가 멀다. 이번 전쟁만 봐도 무슬림뿐만 아니라 수많은 그리스도인이 희생됐는데, 이는 갈등 원인이 종교가 아니라 국가와 민족 간 잘못된 구조에 있다는 점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알란티시씨는 휴전 후에도 이어질 후유증이 언제든 전쟁의 불씨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전쟁 동안 가자지구 인구의 2에 달하는 4만 6000여 명이 목숨을 잃었고, 이 가운데 4분의 1이 어린이였다”며 “전쟁으로 가족과 친구를 잃은 아이들에게 평화의 씨앗을 심어주지 않는다면 이들이 저항의 길로 나서는 일은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진정한 평화를 위해서는 휴전을 넘어 갈등의 근본 원인인 점령과 억압구조를 바꿔야 한다”면서 “억압이 있다면 저항은 이어질 것이며, 현재 구조 속에선 수천·수만명이 희생되는 비극이 언제고 반복될 수 있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