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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꿈 CUM] 전대섭의 공감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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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에 걸려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던 아버지는 이탈리아 중서부 토스카나의 산골마을 오르시냐의 들녘에서 아들과 마주 앉았습니다. 영화 제작자인 아들은 “매일 한 시간씩 같이 앉아서 대화를 나누며 인생을 정리하고 싶다”는 아버지의 편지를 받고 이곳에 왔습니다. 책 ‘네 마음껏 살아라’는 이렇게 시작됩니다. 죽음을 앞둔 어느 날, 아들은 아버지에게 묻습니다.

“제가 어떻게 살기 원하세요.”

아버지는 대답합니다. “나는 네가 자유롭게 살았으면 좋겠다. 그래 그냥 네 마음껏 살아라.”

호스피스 운동의 선구자인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는 그의 책 ‘인생수업’에서 “삶은 탄생에서 죽음에 이르는 수업과도 같다”고 썼습니다.

“그 수업들에서 우리는 사랑, 행복, 관계와 관련된 단순한 진리들을 배운다. 오늘 우리가 불행한 이유는 삶의 복잡성 때문이 아니라 그 밑바닥에 흐르는 단순한 진리들을 놓치고 있기 때문이다.”

죽음에 직면한 이들의 가르침은 어떤 종교적 설교보다 뛰어납니다.

의사인 친구가 추천한 「나는 품위 있게 죽고 싶다」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그 책에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내가 만약 지금 말기 암 진단을 받게 된다면 지난 가을에 밟은 낙엽이 내 생애 마지막 낙엽이 된다. 올 겨울 보게 될 눈이 이 세상에서 본 마지막 눈이 되며, 다음 봄에 만개할 목련과 개나리, 벚꽃과 라일락도 마지막이 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바다를 본 것이 언제였는가. 아침의 냄새를 맡아본 것은? 아기의 머리를 만져본 것은? … 파란 하늘을 본 것은 또 언제였는가? 많은 사람들이 바다 가까이 살지만 바다를 볼 시간이 없다. 죽음을 앞둔 사람들은 한번만 더 별을 보고 싶다고, 바다를 보고 싶다고 말한다. 삶의 마지막 순간에 바다와 하늘과 별 또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한번만 더 볼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하지 말라. 지금 그들을 보러 가라. 마지막 순간에 간절히 원하게 될 것, 그것을 지금 하라.”(‘네 마음껏 살아라’ 중)

우리가 이 지상에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 우리가 한 말과 행동이 어쩌면 우리가 사랑하는 이에게 건네는 마지막 말과 행동이 될지도 모른다는 것, 어느 누구도 죽음을 피할 수 없으며, 따라서 너무 늦을 때까지 기다려서는 안 된다는 것. 이것이 ‘죽어가는’ 사람들로부터 배울 수 있는 가장 큰 교훈 가운데 하나이지 않을까요.
 

글 _ 전대섭 (바오로, 전 가톨릭신문 편집국장)
가톨릭신문에서 취재부장, 편집부장, 편집국장을 역임했다. 대학에서는 철학과 신학을 배웠다.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하는 바보’라는 뜻의 ‘여기치’(如己癡)를 모토로 삼고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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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5-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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