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전환(DX, Digital Transformation)이나 AI 전환(AX, AI Transformation)이라는 말을 들어봤을까? 우리 삶 속 많은 것들이 디지털 및 인공지능화되어 전통적인 산업구조가 송두리째 디지털과 AI 시스템으로 바뀌었음을 말한다.
일상생활에서 인공지능(AI)의 활용사례는 무궁무진하다. AI는 스마트폰의 음성 비서부터 의료·금융·교육· 예술·문화·스포츠 등 다양한 영역에서 사용된다. 이제 인공지능은 개인의 사소한 일상부터 사회 전반의 모든 일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수준에 이르렀다.
최근에는 챗GPT 같이 기존 인공지능들과 차원이 다른 기능을 보여주는 생성형 인공지능이 등장했다. AI는 이제 단순한 미래의 기술이 아니라, 우리 일상 곳곳에 스며들어 삶의 질을 높이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혁명적인 도구다. 정부도 이러한 AI 트렌드 변화를 인지하고, AI 일상화 시대를 앞당기기 위해 AI 고속도로 같은 초거대 AI 인프라 구축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AI 기반 중독성 콘텐츠
현재 우리 주변에는 미디어·숏폼·유튜브 쇼츠와 같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수많은 중독성 콘텐츠들이 있다. 그런데 요즈음 생성형 AI가 만들어내는 콘텐츠는 불특정 다수보다는 사용자 선호도에 맞춰진 AI 동반자(AI Companionship) 서비스다. AI 동반자는 사용자의 감정과 성향에 맞춰 대화하며 정서적 의존을 유발하고 사용자 선호도에 따른 중독적 지능이나 중독적 콘텐츠를 제공하기에, 그 중독성은 기존 콘텐츠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하다.
그래서일까? 최근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 생성형 AI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한 사람은 지난해 하반기보다 67 증가해 세계 인구 5명 중 1명꼴이며, 생성형 AI 이용시간 또한 지난해보다 83 폭증했다. 이러한 수치는 AI 동반자 서비스의 빠른 일상화를 예고하며, AI가 친구·연인·멘토·치료사·선생님처럼 인간 삶의 동반자가 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감정 표현·공감·위로 등 인간적 반응을 구현하는 AI 동반자 서비스는 사용자 특성에 맞는 정보를 수집하고 그들이 원하는 대로 반응해 사용자와 긴밀한 관계를 맺으며 도움을 준다. 반면 AI 동반자는 사용자 성향에 맞는 아첨과 정서적 속박을 통한 중독적 관계를 형성해 헤어날 수 없는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 예로 2023년 벨기에 남성이 ‘AI 챗봇’과 대화 후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크게 보도되었고, 지난해 2월에는 미국 14세 소년이 생성형 AI 챗봇에 노출돼 자살한 사례가 논란이 되었다.
인간적 요소 소외와 인간 영성(靈性)의 위기
AI 기술 및 시스템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인간 자율성·생산성·창의성·윤리성·자기반성 등 인간적 요소의 소외를 불러일으킨다. 이러한 인간적 요소의 소외는 기술 발달이 초래한 ‘인간의 기계화’다. AI가 인간처럼 되는 것도 문제이지만 인간이 기계처럼 되는 것은 인간 자율성의 상실이며 인간 영성(靈性)의 부재를 초래하는 매우 큰 위협이다.
인간의 영성은 개인의 내적 체험, 삶의 의미, 초월자와의 관계성을 추구하는 인간의 본질이다. 이러한 영성의 자리를 기계에 불과한 AI가 차지할 수 있을까? AI 고도화의 미래 방향성은 불확실하지만, 적어도 현재의 AI 기술은 인간의 고유한 영역을 잠식하는 급진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인류가 AI 시스템에 대한 과도한 의존, AI 없이는 어떤 일도 할 수 없는 AI 중독의 늪에 빠지지 않으려면, 우리 스스로 경각심을 갖고 AI를 통제하는 사회적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먼저다. 동시에 AI 윤리 및 인간다움과 영적 가치를 지속적으로 재조명하고 강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