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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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환 평화칼럼] 사도적 독신의 아름다움

서지환 요한 바오로(청년 생명운동가·도림동교육센터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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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교회 안에는 하느님을 따르는 다양한 소명과 길이 있다. 예수님께서는 성화의 문을 여시며 그 구체적인 길을 성령께 맡기셨다. 성령께서는 시대 흐름에 따라 각 사회에 알맞은 형태의 성덕의 길을 역사 속에 써내려가셨다. 이 성덕의 역사는 여러 방식으로 나뉜다. 관상적–활동적, 세속적–수도적, 독신–혼인 등?.

그중에서 사도적 독신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다. 단순히 결혼하지 않거나 혼자가 편해서 결혼을 미루는 독신이 아니다. 인간적 사랑을 포기하고 그 사랑 전체를 온전히 하느님께 바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한국에는 나처럼 평신도로서 세상 한가운데서 사도적 독신의 길을 걷는 이들도 있다. 나는 오푸스 데이 회원으로 평범한 일상에서 거룩함을 살아가려 노력하고 있다.

독신은 하느님의 선물이다. 요즘 젊은이들이 자신을 내어놓지 않는 이유는 하느님께서 부르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독신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또 독신자들에게서 빛나는 삶의 모범을 발견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많은 사람이 독신을 ‘인간적인 사랑을 포기하는 행위’ 혹은 ‘타인을 위해 시간을 내기 위한 현실적 선택’ 정도로 생각한다. 하지만 훨씬 더 깊은 의미를 지닌다. 바로 우리 모범이신 예수 그리스도와 자신을 일치시키기 위함이다. 그분께서는 독신의 삶을 선택하셨다. 하느님 아버지와 온 인류를 더 사랑하고 섬기기 위한 결정이었다.

성 바오로는 “자기 약혼녀와 혼인하는 사람도 잘하는 것이지만, 혼인하지 않는 사람은 더 잘하는 것입니다”(1코린 7,38)라고 말했다. 인간적 사랑을 낮게 보는 것이 아니라 절대적 사랑, 곧 오직 하느님만을 향한 사랑을 지향하는 것이다. 그러면 질문이 생긴다. “독신은 정말 내가 더 사랑하게 만들어 주는가? 아니면 나를 닫히게 하는가?”

내 수호성인이신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몸의 신학」에서 우리를 다시 창세기로 이끈다. 하느님께서는 아담을 ‘원초적 고독’(solitudo originalis)의 상태에서 창조하셨다. 그의 마음에는 내적인 공허가 있었다. 하느님께서는 그에게 ‘알맞은 협력자’인 하와를 주셨다.

인간 마음에는 서로 다른 두 차원의 갈망이 있다. 하나는 인간적 사랑으로 채울 수 있는 부분이고 다른 하나는 오직 하느님만 완전히 채울 수 있다. 결혼한 사람도 인간적 사랑만으로는 이 깊은 갈망을 완전히 채울 수 없다.

독신자는 이 마음을 온전히 하느님께 맡기는 사람이다. 이 고독은 결코 부정적인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안은 창조주께서 사랑으로 채우실 수 있는 내면의 공간이다. 그 마음이 하느님으로 충만해질 때 그 사랑은 다른 이들에게 흘러 넘친다. 진정한 독신자는 사랑에 빠진 사람,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다.

복음서에는 독신의 정신을 잘 보여주는 두 장면이 있다. 첫째는 소년 예수님을 성전에서 ‘잃어버린’ 장면이다. “왜 저를 찾으셨습니까? 저는 제 아버지의 집에 있어야 하는 줄을 모르셨습니까?”(루카 2,49) 여기 독신의 비밀이 담겨 있다. 우리 마음이 하느님 뜻에 머무는 것, 육체보다 영을 우선하는 삶. 둘째는 슬기로운 처녀들의 비유다. 그들은 등을 들고 신랑을 기다리며 밤새 깨어있다. 독신자는 바로 그리스도께 마음을 두고 언제든 봉사할 준비가 된 사람이다.

이런 사랑을 살려면 끊임없이 사랑으로 채워져야 한다. 그래서 독신자 삶의 중심은 성체성사다. 그 안에서 우리는 자신을 내어주는 법을 배우고 매일의 “예”를 새롭게 하며 하느님과 이웃을 다시 사랑할 힘을 받는다.

독신은 위대하고 참 매력적인 길이다. 하느님으로 가득 찬 마음에서 흘러나오는 기쁨과 충만함을 사람들이 느낀다면 더 많은 이가 이 사랑에 이끌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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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5-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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