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술의 비약적 발전은 인간의 사고방식과 인식구조·지식생산 그리고 일상적 선택의 방식 자체를 바꿔놓고 있다. 이는 새로운 기술 도구 등장의 의미를 넘어 인간 존재 자체에 관한 신학적 성찰과 그리스도교 신앙교육의 재검토를 요청한다. AI 기술은 지식·태도·가치관·행동·감수성 등 인간 삶에 영향을 미치기에 인간과 신(神)의 인격적 만남과 그 관계성을 강화하는 신앙교육의 틀을 흔드는 매우 위협적인 요소다.
레오 14세 교황은 10월 28일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인 그리스도인 교육에 관한 선언 「교육의 중대성」 반포 60주년을 기념해 교서 「희망의 새로운 지도 그리기」를 반포했다. 교황은 급변하는 기술 발전시대에 가톨릭 교육이 시대의 등불이 돼 ‘새롭게 희망의 지도’를 그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이 제시한 ‘희망의 지도 그리기’로 AI 시대에 적합한 신앙교육의 방향성을 깊이 성찰해본다.
AI혁명시대에 신앙교육의 중요성
오늘날 AI는 인간의 인지능력·창의성·감정분석까지 빠르게 모방하며, 나아가 ‘AI 에이전트’로서 비서 역할까지 수행한다. AI 기술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언급했듯 “흥미로운 기회이자 중대한 위험”이다. 중대한 위험에는 오류·거짓 정보·사생활 침해·악용 그리고 디스토피아와 같은 요소들이 있지만, 무엇보다 큰 위험요소는 인간 존엄성과 자유 등 인간 정체성을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교회는 AI 기술이 인간 삶에 가까이 다가올수록, 즉 AI와 인간의 공존이 일상화될수록 ‘인간성이 무엇인지’ 깊은 신학적 성찰의 필요성을 절감한다. 또 급변하는 AI 기술에 대응한 교회의 인간 중심적 신앙교육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함을 인지한다. 레오 14세 교황은 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교황 교서에서 AI 시대에 신앙교육은 “복음의 인도를 따라 인간 중심적 교육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AI시대: 신앙교육의 방향성 제언
AI 혁명시대에 신앙교육은 기술을 주도적으로 활용하면서, 인간 중심적 신앙교육을 펼치는 것이 중요하다. 다음은 교회가 준비해야 할 인간 중심적 신앙교육의 몇 가지 방향성이다.
첫째, AI 기술을 활용한 신앙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 구성이다. 레오 14세 교황은 “기술은 인간을 대체하기보다 섬겨야 하며 공동체를 빈곤하게 만들지 않고 교육과정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테면, AI 기술을 활용한 신앙인 맞춤형 실천과 교육 콘텐츠 제공은 물론 공동체의 특성에 따른 AI 기반 차별화된 맞춤형 교육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둘째, 관계성 중심 및 공동체성 강화 교육이다. 함께 모여 기도하고 빵을 떼어 나누는 삶의 체험이 바탕이 된 초대 교회 공동체를 모델 삼으면서 AI 기술을 활용한 맞춤형 또는 차별화된 대화의 장을 설계한다. AI 기술을 활용한 하이브리드 신앙교육, 즉 온라인에서 맞춤형 이론지식 습득과 오프라인에서 차별화된 토론·실습·심화활동으로 따뜻한 인간성 함양 및 공동체성 교육을 강화한다.
셋째, 아래에서 위로의 교육이다. 일명 상향식 교육이며, 주입식 및 단순정보 전달이 아닌 소통과 정보교환 교육이 절대적으로 요청된다. 이를 통해 AI 시대에 필요한 신앙인의 비판적·창의적 사고와 문제 해결 역량이 증대된다.
넷째, 삶의 영성 교육이다. 신앙교육은 단순히 교리지식 습득과 신학적 기초를 다지는 앎을 넘어 신앙인 개개인의 삶 전체를 구원으로 재구성하는 장이다. 그런데 AI 기술은 효율을 극대화하지만, 신앙인 삶을 구원으로 이끄는 의미 체험에는 이율배반적이다. 몸으로 체험하며 삶 안에서 인간 존재의 깊이를 회복하는 영성훈련이 삶의 영성 교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