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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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 앞의 같은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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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각 교구에서 교정사목 활동을 하는 사제와 수도자, 봉사자들이 서울대교구 절두산 순교성지에 모였다. 성지 순례로 일정을 시작하는 짧은 만남이었지만, 이 자리에 서기 위해 새벽 4시에 길을 나선 이들도 있었다. 예상보다 많은 인원이 참석해 성전에는 간이 의자까지 놓였다. 전날 서울에 내린 눈으로 공기는 차가웠지만, 참가자들의 얼굴에는 추위의 피로보다 반가움이 먼저 묻어 있었다.


미사에는 정복을 입은 교도관들도 함께했다. 성심회 회원으로 참석한 이들 가운데 유독 눈에 띄는 한 교도관이 있었다. 성체를 모신 뒤 묵상하는 동안 그는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눈을 꼭 감은 채 오래 기도하고 있었다. 교정 현장의 단단한 얼굴보다는, 어린아이가 성당에서 간절히 기도하는 모습에 가까워 보였다.


미사 후 그를 찾아가 어떤 기도 지향을 바쳤는지 물었다. 인천교도소에서 근무한다는 그는 수용자들을 위해 기도했다고 했다. 그러나 그 말 앞에 덧붙인 한마디가 오래 남았다. “저도 죄인이지만요.” 법을 어긴 이들을 대상으로 ‘교화’를 담당하는 직업이지만, 그는 자신을 그들보다 높은 자리에 두지 않았다. 오히려 하느님 앞에서 같은 위치에 서 있음을 먼저 고백하고 있었다.


법을 어긴 이들을 교화하는 현장에 서다 보면, 자신이 더 올바른 사람이라는 착각에 빠지기 쉬울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감옥 안과 밖을 가르기보다, 하느님 앞에 선 자신의 자리를 먼저 바라보고 있었다. 감옥이라는 경계는 인간이 만든 것이지, 하느님 앞에서는 감옥도, 직업과 역할의 차이도 의미를 잃는다. 하느님 앞에서 모두가 죄인으로서 용서와 회복을 향해 다시 걸음을 떼고 있었다.


변경미 기자 bgm@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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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5-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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