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3월 12일
교구/주교회의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누르시아의 베네딕토의 편지 : 분열과 갈등 속에서 화합과 일치로 가는 길

[월간 꿈CUM] 영성의 길 (07)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이탈리아 시칠리아 몬레알레 성 베네딕토 수도원 회랑


하느님이 사랑하시는 모든 분에게!
저는 누르시아의 베네딕토(St, Benedict of Nursia, 480~547)입니다. 한국에서는 저를 한자로 음차하여 분도(芬道)라고 부르더군요! 여기서 ‘분’(芬)이란 한자어는 ‘향기롭다’, ‘온화하다’라는 뜻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를 ‘향기로운 길’ 이라고 표현해 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더욱이 교황 바오로 6세는 저를 ‘유럽의 수호 성인’으로 선언하시더니(1964년 10월 24일, Pacis Nuntius),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 다시 저를 ‘유럽의 공동 수호 성인’으로 천명하셨더군요!(1980년 10월 31일, Egregiae Virtutis) 그래서 저는 저의 무슨 면을 보고 이렇게 기억해주시고, 칭송해 주시는지 궁금해서 교황님들의 문서를 읽어 보았습니다.

교황 바오로 6세께서는 교황 교서 「평화의 전달자」(Pacis Nuntius)에서, 크게 네 가지를 언급하셨더군요!

“첫째, 유럽의 혼란스러웠던 상황 속에서 저와 함께했던 수도자들이 신앙과 질서, 교육을 전파하는 역할을 했으며, 이후 유럽 문화의 중심축이 되었다. 둘째, 제가 강조한 ‘기도하고 일하라’(Ora et Labora)는 원칙이 노동의 가치를 신앙과 결합시킴으로써 수도자들이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서 살아가는 방식을 제시했고, 이는 유럽의 여러 공동체가 발전하는 데 좋은 기초가 되었다. 셋째, 저의 가르침과 제가 제시한 「수도규칙」이 유럽 전역에서 공통의 신앙적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기여했고, 더욱이 유럽 국가들이 하나의 공통된 문화적, 신앙적 유산을 공유하게 만들었다. 넷째, 20세기의 혼란과 전쟁 속에서 저의 정신이 분열과 갈등을 극복하는 데 큰 영감을 준다. 즉 겸손과 순종 그리고 공동체를 위한 헌신이 유럽의 통합과 화해에 기초가 될 수 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교황 바오로 6세와 거의 비슷한 말씀을 하시면서, 특별히, 저와 성 치릴로(Cyrillus, 826~869) 성 메토디오(Methodius, 815~ 885) 를 공동으로 유럽 수호 성인으로 천명하시고, 우리 셋이 서방과 동방의 문화적 유산을 대표하며, 우리들의 삶과 업적이 유럽의 일치와 화해를 위한 모델이 될 수 있다고 언급하셨습니다. 이는 여러분들이 살아가는 세상의 분열과 대립을 넘어 하나의 통합된 공동체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인 것 같습니다. 

솔직히 저는 제가 이렇게까지 널리 알려지고, 여러분들의 세계에서 회자될 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사실 저는 그저 ‘고독’과 ‘기도’ 속에서 하느님과의 깊은 만남을 추구하며 살았을 뿐이고, 요한 카시아노 성인의 영향을 받아, 수도자로서 살면서 함께 살아가는 동료 수도자들을 ‘사랑’하려고 노력하고, ‘겸손’하게 살며, 모든 것을 하느님의 뜻에 맞게 ‘순명’하려고 노력했던 것뿐입니다. 이 보잘것없는 삶이, 유럽의 분열과 대립을 막을 수 있는 모델이 될 수 있다니 놀라울 뿐입니다. 하느님께 영광!

그런데 제가 보니, 여러분들이 살아가는 세상에는 많은 갈등과 대립 그리고 분열이 있더군요! 그래서 제가 여러분들에게 감히 한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겸손한 태도는 공동체 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갈등의 원천을 차단하고,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는 문화를 조성합니다. 또한 순명은 공동체 전체를 위해 행하는 것으로 어쩌면 개인의 희생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것이 공동체의 갈등을 줄이고 통합할 수 있습니다.(「수도규칙」 5장, 7장 참조)

둘째, 순명을 요구하는 장상은 사랑과 인내로 형제를 돌보면서, 강압적이지 않고 자비로운 지도자여야 하며, 명령을 내리기 전에 공동체 구성원들 모두의 의견을 경청하고 존중해야 합니다.(「수도규칙」 2장, 3장 참조)
셋째, 형제애를 실천해야 합니다. 형제애는 인간적인 우정을 넘어서는 것으로, 하느님의 사랑으로 섬기고 돌보는 것을 의미합니다.(「수도규칙」 72장 참조)

넷째, 함께 살던 형제들이 잘못해서 공동체에 문제가 생기면, 잘못한 형제에게 잘못을 ‘반성’하고 ‘회개’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회개한 형제는 공동체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는 ‘용서의 자세’를 갖추어야 합니다.(「수도규칙」 4장 참조)

다섯째, 일상생활을 할 때도, 매우 질서 잡힌 삶을 살아가고, 또한 이를 형제들에게 권면해야 합니다. 질서가 잡힌 삶은 함께 살아가는 이들에게 혼란을 막고, 균형잡힌 삶을 살아가도록 하기 때문입니다.(「수도규칙」 전체)

제가 추구한 삶이 개인의 차원에서 머물지 않고, 공동체의 차원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니 모든 것이 하느님의 은총이고 영광입니다. 그러니 여러분들도 겸손과 순명, 소통, 형제애를 실천하는 사랑, 회개와 용서, 그리고 질서 있는 생활을 통해서, 하느님이 여러분들이 살아가는 세상의 분열과 대립을 평화로 이끄시는 데 힘을 보태시면 좋겠습니다! 아멘. 


글 _ 이수완 교수 (로마노, 수원가톨릭대학교 하상신학원 영성신학)
2014년부터 수원가톨릭대학교 하상신학원에서 영성신학을 강의하고 있다. 2019년부터 수원교구 시복시성위원회의 순교영성 강학에서, 마태오 리치의 「천주실의」, 디에고 데 판토하의 「칠극」 등을 영성 신학적으로 해석하는 연구 및 강의를 하고 있다. 2012년부터 한국가톨릭 신앙인들의 영적인 삶에 도움이 되기 위해서, 각 교구 및 본당에서 ‘성인들의 삶과 영성’ 강의를 지속하고 있다. 그리스도교 성인들의 영적인 가르침을 소개하는 일을 소명으로 여기고 있다.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6-03-07

관련뉴스

말씀사탕2026. 3. 12

유다 1장 21절
하느님의 사랑 안에서 자신을 지키며, 영원한 생명으로 이끌어 주시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자비를 기다리십시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