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회의 춘계 정기총회 열어 ‘모자보건법 개정안’ 관련 성명 발표
한국 주교단이 3월 9~11일 주교회의 2026년 춘계 정기총회에 참석, ‘모자보건법 일부 개정 법률안’에 대한 성명서 발표 등 한국 교회의 다양한 안건을 다뤘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는 한국 주교단.
한국 주교단이 ‘모자보건법 일부 개정 법률안’에 대한 성명을 발표하고, “태아와 임산부를 모두 살리는 생명의 문화를 건설해야 한다”는 교회의 공식적인 생명수호 입장을 밝혔다. 주교회의(의장 이용훈 주교)는 9~11일 춘계 정기총회를 열고, 현 정부가 추진 중인 형법 개정 없는 ‘약물 낙태 도입’, ‘만삭 낙태’ 허용 움직임에 대해 반대의 뜻을 천명했다.
주교단은 11일 성명을 발표하고 △생명 존중의 법적 원칙 확립을 위한 형법 개정 △숙려 기간 및 상담 의무화 △생명 살리는 병원 보호 △무분별한 낙태 약물 유통 규제 △임신·출산·양육에 대한 남성의 공동 책임 강화 △낙태를 선택하도록 강요하는 사회 구조와 문화적 인식 변화 등 여섯 가지 구체적인 방안을 제안했다.
주교단은 성명에서 “근본적인 형법 개정 없이는 생명 경시 풍조가 법제화되는 비극을 막을 수 없다”며 “낙태를 고민하는 이들을 위해서도 현재 운영 중인 ‘위기 임산부 지원센터’를 적극 활용해 다양한 선택지를 지원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아울러 “생명을 죽이는 행위를 거부하는 병원들을 국가가 보호하고, ‘낙태를 하지 않는 병원’을 제도적으로 표시해 생명 살리기 문화를 넓혀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생명을 지키는 일은 공동체 전체의 존엄을 지키는 일”이라며 정부와 국회가 책임감 있는 입법 활동에 힘써 줄 것을 거듭 당부했다. 낙태 관련 법은 2019년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린 후 수년째 입법 공백 상태에 있다.
아울러 이번 총회에서는 나주 윤 율리아와 그 추종자들의 허위·조작 정보 유포에 대한 대응 방침도 확인했다. 주교회의는 신자들이 온라인 매체를 통해 현혹되지 않도록 적극 대응하기로 하고,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FABC)를 통해 아시아 각국 교회에도 주의를 요청했다. FABC에서 나주 윤 율리아 문제가 다뤄지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광주대교구장 옥현진 대주교는 현재 교황청 신앙교리부와 소통 중이며, 새로운 교령을 마련해 전 세계 가톨릭교회에 알릴 계획이다.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 관련해서는 교구별 조직위원회 구성과 발대식 현황, 순례자 신청·접수 계획, 본대회 준비 상황 등을 점검했다. 교구대회 홈페이지는 4월 5일 공개된다. 청소년·청년 성가집 「일어나 비추어라」 증보판 발행도 결의했으며, 각 교구 추천 곡과 WYD 공식 주제가를 추가해 2027 서울 WYD에서 활용하기로 했다.
주교회의는 또 최근 중동에서 발생한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충돌을 비롯해 전 세계 곳곳의 분쟁과 갈등에 우려를 표하고, 이번 사순 시기 동안 세계 평화를 위한 기도에 신자들의 동참을 요청했다.
주교회의는 전국위원회 위원장 인사도 단행했다. 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 위원장은 곽진상 주교, 성서위원회 위원장은 한정현 주교,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은 김주영 주교, 민족화해위원회 위원장은 김선태 주교, 해외선교·교포사목위원회 위원장은 신호철 주교가 맡는다.
박민규 기자 mk@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