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거행
성골롬반외방선교회 안광훈(로베르토, Robert John Brennan) 신부의 장례미사가 24일 오전 10시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교구장 정순택 대주교 주례로 거행됐다. 미사에 참여한 유가족을 비롯해 선교회와 교구 사제·신자들은 안 신부가 남긴 업적을 기리고, 고인의 마지막 길을 눈물과 기도로 함께했다.
정 대주교는 강론에서 “1960년대 한국 교회의 사제가 간절히 필요했던 그 시기에 선교사로서 한국에 오신 안 신부님께서는 60년을 이 땅에서 가난한 이들과 함께 사셨다”며 도시빈민들과 함께한 그간의 업적을 설명했다.
정 대주교는 이어 “푸른 눈을 가진 이방인 선교 사제에게 가난하고 고통 중에 있는 한국 신자들은 사목 대상을 넘어 가족이기도 했다”며 “그 열매는 서울대교구와 한국 교회뿐 아니라 한국 사회에도 큰 감동으로 남아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하느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진리의 길을 보여주셨다”며 그리스도의 사제로 충실히 살고 지상 여정을 마치는 선배의 모습에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정 대주교는 “평생을 주님의 충실한 종으로서, 본당 교우들에게는 다정한 아버지로, 또 힘들고 어려운 지역 이웃들에게는 든든한 버팀목으로, 성골롬반외방선교회 가족들에게는 스승으로 함께해 준 안 신부님은 이제 하느님 아버지 곁에서 우리를 늘 한결같은 모습으로 기도해주실 것”이라며 “부활하신 그리스도 안에서 영원한 생명을 누리시길 기도하자”고 당부했다.
성골롬반외방선교회 김종근 신부는 고별사에서 “안 신부님은 빈민 사목뿐 아니라, 한국 신학생을 모집하고 교육하는 일도 하셨다”며 “그 시절 한국 교회에서 선교 사제는 영어를 하는 백인들에게만 주어진 몫이었기에, 한국인 선교 사제 양성은 그리 환영받을 일이 아니었다”고 전했다. 이어 “안 신부님은 당시 ‘뭘 해달라고 그러지 않을 테니 우리가 하는 일을 모른 척해 달라’고 요청하면서 한국인 선교사를 양성하기 시작했다”며 “세월이 흘러 지금은 훌륭한 한국인 골롬반 선교 사제들이 세계 여러 나라에서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고, 신부님 가르침대로 가난한 이들과 함께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신부는 또 “전기장판도 에어컨도 없이 살아가시면서 검소하고 가난한 그리스도인의 모습을 삶 전체를 통해 우리에게 보여주셨다”며 “당신이 먼저 떠난 하늘나라에서는 전기장판 없어도 춥지 않은 겨울, 에어컨 없어도 시원한 여름이길 바란다”고 눈물로 인사를 건넸다. 이어 “평생 즐기던 감자탕과 소주도 천국 가는 여행길 도시락에 넣어뒀으니, 맛있게 드시면서 먼저 가 계시라”며 “다시 만날 때는 새 옷 입고 깨끗한 모습으로 보자”고 기렸다.
고별식은 성골롬반외방선교회 한국지부 부지부장 양창우 신부 주례로 봉헌됐다. 유가족으로 참석한 장형준(노엘)·장형옥(로베르토) 형제는 “신부님은 아버지의 대부셨다”며 “친할아버지 이상의 관계”라고 밝혔다. 주말이면 함께 식사하고, 다음날 유치원 등원도 시켜주던 할아버지 신부였다. 학교 공개 수업이나 학부모 참관 수업 때도 함께하던 사이였다. 두 형제는 “병상에 계실 때 매일 빠짐없이 방문해 인사를 드렸는데, 이렇게 갑자기 가실 줄은 몰랐다”며 목이 메었다. 그러면서 “철거민 등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시던 모습을 옆에서 봐왔다”며 “존경스럽다는 말밖에 못 하겠다”고 울먹였다.
이날 미사에는 안 신부와 인연을 맺은 신자들을 비롯해 그간 거쳐 간 본당 신자들도 참석해 한 마음으로 기도했다. 박주희(루치아, 서울 목동본당)씨는 “신부님만큼은 아니어도 몸소 보여주신 가르침이 있기에 저 또한 어려운 이웃에게 눈길과 손길이 한 번이라도 더 간다”면서 “하늘나라에서 평안한 안식을 누리시길 간절히 기도한다”고 말했다.
지상 순례를 마친 안 신부는 배론성지 천주교묘원에서 영면에 들었다.
박민규 기자 mk@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