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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동원 조선인 136명 유해 발굴 시급... 84년 만에 부활의 빛 비추는 사람들

부활 르포 - ‘조세이탄광 수몰사고를 역사에 새기는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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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이탄광 물비상(수몰사고)를 역사에 새기는 모임’ 이사 겸 운영위원인 모리 노리후사씨가 조세이탄광 갱도 입구가 보이는 언덕에 올라 현장견학에 참여한 시민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멀리 바다 한가운데 솟아오른 원기둥 2개는 조세이탄광 배수·배기시설인 '피야'다.



일본 야마구치현 우베시의 세토내해(海)는 고요하고 푸르렀다.

잔잔한 수면 위로 기이하게 솟아오른 두 개의 콘크리트 원기둥만이 이 평온한 바다가 84년 전 거대한 무덤이었음을 묵묵히 증언하고 있을 뿐이었다. 1942년 2월 3일 수몰 사고로 183명(강제 동원 조선인 136명 포함)의 목숨을 집어삼킨 조세이(長生) 탄광의 배수·배기시설, ‘피야’(Pier)다.

아직 바닷바람이 차가웠던 3월 11일 ‘조세이탄광 수몰사고를 역사에 새기는 모임(이하 새기는 모임)’ 회원과 함께 피야가 손에 잡힐 듯 보이는 도코나미 해안을 찾았다. ‘새기는 모임’은 한국 유족들과 연대해 유골 수습에 힘쓰고 있는 일본 시민단체다. ‘새기는 모임’ 이사 겸 운영위원 모리 노리후사(76)씨는 “피야 아래에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뼛속 깊이 새기고 있다”며 “180명이 넘는 이들이 지금도 차가운 바닷속에 잠들어 있다는 사실이 늘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제의 국책 사업이라는 명분 아래, 탄광 기업은 안전 규정을 무시하고 침수 위험구역까지 무리하게 파고들며 광부들을 사지로 내몰았다. 특히 이 해저 탄광 노동력의 75를 차지했던 조선인들에게 이곳은 이름 없이 죽어가야 했던 ‘골고타’였다.

피야의 또 다른 이름은 ‘바다의 묘비’. 차가운 바다 밑 갱도에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잠들어 있다는 사실을 유족들에게 전해주는 유일한 증표다. 그러나 굳게 닫혀있던 이 거대한 ‘무덤’에도 마침내 부활의 빛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새기는 모임’이 2024년 갱구를 찾아내고, 유골을 찾기 위한 수중 조사에 나서면서다.

본지는 ‘주님 부활 대축일’을 맞아 80여 년 전 끌려가 어두운 지하 탄광에서 억울하게 숨진 우리 선조들의 부활을 염원하며 노력하는 이들과 탄광 현장을 찾았다. 우리 선조들의 진정한 부활을 위해 양국 시민이 조세이탄광의 문을 다시 열고 있다.

거룩한 생명의 연대에 가톨릭교회도 동참했다. 지난해 11월 17일 한국과 일본 주교단은 이 해안에서 피야를 바라보며 기도·헌화하고 함께 ‘고향의 봄’을 불렀다. 그리고 한국 주교회의는 죽음의 바다에서 생명을 건져 올리는 일에 동참하고자 유골 수습에 1000만엔(한화 약 9600만 원)을 지원했다. 성금은 2월 10일 일본 주교회의를 통해 ‘새기는 모임’에 전달돼 국경을 넘어선 종교와 시민의 숭고한 연대를 증명했다. 일본 히로시마교구도 각 본당에서 십시일반 모은 약 91만 엔(한화 870만원)을 유골 조사에 지원했다.

이제 피야는 죽음을 기리는 묘비를 넘어 잠수사들이 진입하는 ‘생명의 통로’가 되었다. 2025년 8월에 이어 올해 2월 6일 마침내 두 번째 유골이 칠흑 같은 물속을 벗어나 빛을 보았다. 하지만 기적 이튿날 전문 잠수사가 수중 조사 중 목숨을 잃는 비극이 발생했다. 이후 조사는 무기한 중단된 상태다.

13일 조세이탄광 인근에서 만난 이노우에 요코(76) ‘새기는 모임’ 대표는 “아직 많은 유골이 갱도에 남아있는 영상이 확인됐고, 우리는 유골 수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양국 시민의 힘을 모아 정부를 움직여 반드시 이들을 고향으로 돌려보내 드리고 싶다”고 굳은 결의를 내비쳤다.

183명의 영혼이 차가운 심해를 떠나 고향의 품으로 돌아오는 날, 비로소 우베 앞바다에도 참된 부활의 아침이 밝아올 것이다.

이학주 기자 goldenmouth@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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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6-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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