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4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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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아부터 쪽방촌 주민·또래 청년까지 ‘희망의 부활’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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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교구 구요비 주교 장애 영유아 시설 ‘디딤자리’ 방문

특별한 ‘아기 천사들’이 주교와 함께 주님 부활을 맞았다. 서울대교구 총대리 구요비 주교는 주님 부활 대축일인 5일 서울 강북구 수유동에 있는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산하 장애 영유아 생활시설 ‘디딤자리’를 찾아 미사를 주례하고 아이들과 부활의 기쁨을 나눴다.

디딤자리는 장애로 인해 가정 보호가 포기되거나 입양이 보류된 만 0~6세 영유아들이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돕는 ‘가정 공동체’ 형식의 소규모 거주시설이다. 원장 전영미 수녀를 비롯한 예수성심전교수녀회 수도자 3명과 직원 27명이 영유아 30명을 사랑으로 돌보고 있다.

구 주교는 미사 강론에서 디딤자리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애벌레가 나비로 변하는 과정’을 비유로 들며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이 지닌 신비를 설명했다. 구 주교는 “애벌레가 고치라는 집을 짓고 그 안에서 죽음을 선택한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엔 껍질을 깨고 아름다운 나비가 되어 꽃들에 희망을 준다”며 “예수님 부활 역시 죽음보다 강한 사랑의 신비를 우리에게 보여주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인간은 누구나 있는 그대로 하느님 영광을 반영하는 소중한 존재이며, 특히 장애를 지닌 아이들은 하느님 보시기에 특권의 자리를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곳 디딤자리가 아이들이 그리스도의 사랑 안에서 아름다운 나비로, 자유로운 인간으로 성장해나가는 훌륭한 ‘고치’이자 학교이며, 하느님의 집이 되길 바란다”고 축복했다.

미사 후 구 주교가 토끼 모양 포장지로 싼 선물을 손수 나눠주자 아이들은 기뻐하며 고개 숙여 인사했다. 이어 시설 내부를 둘러보는 동안에도 아이들이 ‘할아버지’라고 외치며 품으로 파고들자, 구 주교 얼굴에도 환한 미소가 번졌다.

후원 : 국민은행 487101-01-246065, 예금주 : 디딤자리

이학주 기자 goldenmouth@cpbc.co.kr



 
5일 서울역 12번 출구에서 열린 '동자동쪽방촌 공공주택 촉구를 위한 주님 부활 대축일' 미사 중 동자동사랑방 차재설 주민대표가 쪽방의 현실을 전하며 공공주택 촉구를 호소하고 있다.
 
5일 서울역 12번 출구에서 열린 '동자동쪽방촌 공공주택 촉구를 위한 주님 부활 대축일' 미사에 함께한 사제들이 퇴장하고 있다.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 동자동 쪽방촌 야외 미사 

5년을 기다리는 동안 150명 넘는 이가 세상을 떠났다. 집다운 집을 약속받고도 끝내 쪽방을 벗어나지 못한 채 숨진 서울 동자동 주민들이다.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위원장 오주열 신부)는 주님 부활 대축일인 5일 쪽방촌 앞 서울역 12번 출구에서 야외 미사를 봉헌했다. 죽음을 생명으로 바꾸는 부활의 자리에, 멈춰 선 공공주택사업과 스러져 간 이웃들을 불러낸 시간이었다.

위원장 오주열 신부 주례로 봉헌된 미사는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정의평화위원회, 한국천주교 남자수도회 사도생활단 장상협의회 정의평화환경 전문위원회,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가 공동으로 마련했다. 동자동 주민을 포함해 130여 명의 신자와 사제·수도자 70여 명이 함께했다.

서울역 12번 출구에서 골목 안으로 걸음을 옮기면 낡은 건물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좁은 복도 양옆으로 쪽방이 빼곡하다. 화장실을 쓰려 줄을 서고, 곰팡이와 바퀴벌레가 취침을 방해한다. 그러나 이곳은 서울에서 평당 주거비가 가장 비싼 곳이다. 기초생활수급자인 주민들의 주거급여는 주거 개선이 아닌 임대인 수익으로 흘러들어 간다.

2021년 2월 정부는 동자동 일대를 공공주택사업으로 정비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지구 내 기존 건물을 개축해 이주 단지를 만들어 쪽방 주민을 임시 거주하게 하고, 공공주택이 건설되면 영구임대주택으로 이주하게 하는 ‘선(先)이주 선(善)순환’ 방식이었다. 계획대로라면 올해 주민들은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해야 한다. 그러나 민간개발을 원하는 소유주들의 반발 속에 사업은 5년째 표류 중이다. 공공주택 지구지정이라는 첫 단계조차 밟지 못한 채 150명 넘는 이들이 쪽방에서 숨을 거뒀다.

박상훈(예수회) 신부는 미사 강론에서 “우리는 집·땅·일이라는 기본권이 위협받는 시대에 살고 있다”며 “쪽방은 가난한 이들의 무덤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부활은 죽음에서 삶으로 건너가는 사건이지만, 여전히 많은 이가 그 통로를 건너지 못하고 있다”며 “동자동 현실은 부활이 아직 완성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붕 없는 이웃을 외면한 채 알렐루야를 노래하는 것은 공허한 일”이라며 신앙이 선언에 그쳐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5년의 긴 시간을 주민들은 눈물로 보냈습니다. ‘살아생전 공공주택에서 평온한 삶을 누릴 수 있을까’ 하셨던 분의 말씀이 잊히지 않습니다.” 미사 말미 동자동사랑방 차재설 주민대표는 눈물을 참으며 이같이 발언했다. 차 대표는 월세를 내면서도 쫓겨나듯 살아야 하는 쪽방 주민의 열악한 현실을 전하며 “공공주택 지구지정이 발표 돼 내 공간에서 자유롭게 커피 한 잔 먹는 날을 고대한다”고 호소했다.

빈민사목위원회는 “한국 사회는 ‘집이란 인간이 정주하는 곳인가, 수익을 위한 곳인가’의 갈림길에 서 있고, 동자동 공공주택사업은 그 선택이 가시화되는 표지”라며 “동자동 주민들로 대표되는 가난한 사람들과 교회, 그리고 부활을 믿는 한 사람 한 사람의 관심과 연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미사 봉헌금은 동자동주민협동회에 전달됐고, 정부가 약속한 동자동 공공임대주택 1250호를 상징하는 1250통의 시민 편지를 모으기 위한 ‘청와대에 보내는 30초 편지 쓰기’가 진행됐다.

박민규 기자 mk@cpbc.co.kr



 
서울 청파동본당 청년들이 5일 성당 지하 경당에서 떼제기도를 바치던 중 십자가에 천구하고 기도를 바치고 있다.
 
5일 서울 청파동 본당 'Egg Money Na' 행사 참가자들이 화살기도 대상의 얼굴을 그린 달걀을 들어보이고 있다.


서울대교구 청파동본당 청년들의 ‘Egg Money Na’ 축제

주님 부활 대축일을 맞은 5일 서울 청파동성당. 청년미사 후 성당 ‘만남의 광장’으로 내려온 40여 명의 청년 신자들 앞에 떠들썩한 잔칫상이 마련됐다. 본당 청년연합회(회장 송형근 바실리오)가 주님 부활을 맞아 마련한 만남과 친교의 장 ‘Egg Money Na’ 자리다.

이날 행사는 1부 기념 프로그램과 2부 만찬 자리로 열렸다. 부활의 기쁨을 나누고자 행사에 참여한 청년들은 또래 청년 중 한 명의 이름이 적힌 엽서를 무작위로 뽑아 그에게 덕담과 화살기도를 적어 선물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때 준비한 달걀에 뽑은 사람의 얼굴도 그려넣어 직접 전하면서 친교도 배가됐다.

이들 가운데엔 서로 잘 아는 이도 있지만, 데면데면하거나 아예 모르는 사람도 있었다. 화이트 보드에 붙은 엽서를 떼며 자신이 화살기도를 전할 사람을 고르는 청년들 얼굴에는 긴장감마저 보였다. 하지만 막상 행사가 본격 시작돼 서로에게 덕담과 ‘달걀 얼굴’을 전하기 시작하자 분위기는 180도 반전됐다. 덕담과 기도, 달걀이 오가는 사이 저절로 미소가 피어올랐고 침묵만 흘렀던 공간엔 떠들썩한 웃음소리가 이어졌다.

주님 부활을 축하하며 청년들이 기획한 이날 행사는 본당 청년 모두가 새롭게 관계의 다리를 놓는 자리가 됐다. 황준하(필립보 네리, 27)씨는 “청년연합회에 함께하면서 아는 친구들도 많지만, 그럼에도 새로운 방식의 부활 기쁨의 행사 안에서 잘 몰랐던 이들과 더욱 알게 돼 좋았다”고 미소 지었다. 이진(아녜스 페르페투아, 25)씨는 “본당 활동을 하면서도 이렇게 많은 또래 젊은이가 한자리에 모인 것은 처음 본다”며 “많은 사람과 이야기 나눌 수 있어 더 행복한 부활 대축일이 됐다”고 했다.

공동체 적응을 막 시작한 예비신자, 외국인 신자들에게도 큰 기쁨이 됐다. 친구를 따라 처음 본당을 찾아왔다는 최광묵(32)씨는 “성당을 처음 방문하려던 차에 마침 의미 있는 자리가 있다고 해서 기쁜 마음으로 참석했다”며 “아직 신앙을 잘 알지 못하지만 성당에서 또래와 함께하는 의미를 얻게 돼 좋았다”고 말했다. 케냐 출신 유학생 필리스(아나스타시아, 36)씨도 “혼자 미사 참여하러는 많이 왔지만, 또래들을 만나 이야기할 기회가 없어 늘 아쉬움도 있었다”며 “오늘 자리를 통해 서로 관계를 트고 신앙생활을 더 즐겁게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본당 청년들은 행사에 앞서 떼제 기도를 함께 바치고 본당 주임 박범석 신부 주례로 함께 부활 대축일 미사를 봉헌했다. 이날 행사를 기획한 본당 청년연합회 회장 송형근(바실리오, 32)씨는 “부활을 함께 축하하는 자리에 많은 젊은이의 대화와 웃음이 가득해 기뻤다”면서 “오늘 자리가 우리 젊은이들이 더 즐겁게 신앙생활을 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기도했다.

장현민 기자 memo@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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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6-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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