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성인이 되면 보호시설을 떠나 홀로서기를 시작한 이들을 '자립준비청년'이라 부르는데요.
해마다 약 2000명의 자립준비청년이 사회로 나오고 있지만, 자립 이후 정서적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이정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5년 전 보육시설을 퇴소한 최경서 씨.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성실히 살았지만, 갑자기 찾아온 우울증이 심해지며 집 안에는 쓰레기가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최경서 / 자립준비청년>
"맨날 아침에 눈 뜨면 보이는 게 쓰레기였는데 계속 치워야지 치워야지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어차피 치워도 다시 더러워질 거 그냥 놔둬야지 하면서…"
최 씨는 뉴스 속 '쓰레기집' 이야기를 남의 일로만 생각했습니다.
<최경서 / 자립준비청년>
"(TV에 나온) 그 사람들이 조금 한심해 보이기도 하고 게을러서 이렇게 자기 관리를 잘 못해서 실패했다라고 생각했죠."
그렇게 1년 가까이 이어지던 최 씨의 '쓰레기집'.
다행히 보육시설에서 인연을 맺었던 사회복지사의 도움으로 정신병원에 석 달 동안 입원하면서 최 씨는 '쓰레기집'을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자립준비청년의 정신건강 문제는 통계로도 나타납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자립준비청년의 우울 위험군 비율은 20대를 웃돌며, 일반 청년보다 높은 수준입니다.
<최경서 / 자립준비청년>
"사람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거는 엄청 빠르다고 생각해요. 어느 순간 눈 떠보니까 '쓰레기집'에서 살고 있고 그 뉴스에 나왔던 제가 좀 무시하고 그렇게 생각했던 사람이랑 똑같이 되어 있다 보니까 저도 조금 놀랐기도 했고 부끄러웠죠."
최 씨를 도왔던 사회복지사, 박일우 벗들의벗 대표 역시 자립준비청년이었습니다.
재단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하던 박 대표는 위기 자립준비청년들을 찾아 맞춤형으로 지원하고자 비영리 임의단체를 설립했습니다.
<박일우 알로이시오 / 벗들의벗 대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아이들의 이런 긴급한 시간들이 낮에만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 주로 밤에 많은 일들이 일어나거든요. 애들이 필요로 할 때 언제라도 조금 그 곁에 있을 수 있는 그런 역할을 좀 해야 되겠다."
자립준비청년들을 대하는 박 대표가 가장 신경 쓰는 것은 '관계'입니다.
<박일우 알로이시오 / 벗들의벗 대표>
"네트워크마저 없으면 아이들이 관계에 너무 취약해지기 때문에 그리고 아이들한테 일어나는 많은 문제들이 사람과의 연결이 끊어졌을 때 발생하는 문제들이 굉장히 많거든요."
자립이 어려운 청년일수록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설명입니다.
<박일우 알로이시오 / 벗들의벗 대표>
"자립준비청년들 중에서도 자립이 좀 더딘 아이들이 있거든요. 홀로 서기가 조금 어려운 친구들이 스스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들을 잘 도움을 받고 그래서 이 자립이 지속 가능해야 되겠다."
경제적 지원과는 별개로, 홀로서기에 어려움을 겪는 자립준비청년들을 위한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CPBC 이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