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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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책삼아 공부하는 아이들

초등 대안교육기관 경북 영천 ''''산자연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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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장 담그는 날, 산자연학교 학생들이 직접 기른 배추를 옮기고 있다.
 



2003년 오산자연학교를 모태로 설립
관계, 창조, 개별성의 철학으로 사는
`지금 여기서` 가장 행복한 아이들



   "에델바이스~ 에델바이스~"
 동그랗게 둘러앉은 초등학생들이 고사리 손으로 오카리나를 연주한다. 오카리나의 구멍을 어떻게 막느냐에 따라 다른 가락이 흘러나온다. 나란히 뚫린 구멍들은 차례로 막히면서 아름다운 소리를 낸다. 함께 소리를 낸다는 것은 서로 어울려 산다는 뜻이기도 하다.
 경상북도 영천시 오산1리. 산자연학교(교장 정홍규 신부)에는 `자연`을 책삼아 사는 어린이들이 있다. 어린이들은 컴퓨터 오락의 화려한 전자음악을 듣는 대신 자연의 소리를 듣는다. 20명 남짓한 어린이들은 숲에서 뒹굴고, 곤충이 기어가는 모습에 눈을 떼지 못한다. 또 뒤뜰에 있는 염소와 토끼에게 모이도 준다. 닭들이 알을 낳으면 고사리 손으로 따뜻한 달걀을 꺼내들곤 기뻐한다.
 "신부님요, 강아지 한마리 더 안와요? 수탉은요? 수탉이 와야 삐악거리는 병아리를 보죠~"
 교장 선생님인 정홍규(대구대교구 경산본당 주임) 신부를 보자 한 아이가 동물을 더 데려오라며 조른다. 아이들은 아옹다옹하며 쏟아지는 햇살 아래서 공을 굴리며 뛰논다. 햇살은 태양광판에 닿아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생태화장실에선 BMW 기술을 통해 아이들의 인분이 밭의 거름으로 재탄생된다. BMW 기술은 박테리아(Bacteria), 미네랄(Mineral), 물(Water)의 약자로 이들을 사용해 유기물을 분해하는 정화과정이다.
 우주ㆍ전인ㆍ생태적인 삶을 구현하는 대안교육기관 산자연학교가 문을 연 건 지난해 3월이다. 환경운동가 정홍규 신부가 2003년에 개교한 생태 교육의 장 `오산자연학교`를 모태로 설립했다. 학교가 문을 여는데 결정적 계기가 된 건 낙동강 페놀 유출 사건(1991년)이었다. 이 사건은 정 신부를 환경운동에 불을 지피게 했고, 정 신부는 생태적 평화운동인 사단법인 `푸른평화`를 통해 생활협동조합을 비롯해 안전한 먹을거리 운동 등으로 환경운동가로서 이름을 높였다.
 정 신부는 운동장에서 바람을 가르며 뛰노는 아이들을 보며 그 마음 안에서 거대한 우주를 본다. 아이들이 깔깔거리며 웃는 동안, 온갖 풀벌레와 곤충들이 각자 생명의 소리를 내고 뒤뜰에 심어진 배춧잎도 소리없이 자란다.
 정 신부가 생각하는 교육목표는 아이들이 우주 진화의 원리인 관계성과 창조성, 개별성이라는 삶의 철학을 갖는 것이다.
 이를 위한 교과목은 수놀이(수학)ㆍ말과 글ㆍ우주(철학)ㆍ몸살리기ㆍ텃밭가꾸기ㆍ몸깨우기(숲체험)ㆍ기본 교과목(과학, 외국어) 등으로 이뤄져 있다.
 정 신부는 입학식 날 불안한 표정의 학부모들에게 세 가지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이 질문에 답이 안 떠오른다면 아이와 함께 돌아갈 것을 권유한다. 첫째, (우리 아이가) 산자연학교를 나오면 사회에서 뭘 먹고 사나요? 둘째, 사회에서 적응하지 못하면 어떡하나요? 셋째, 왜 대안학교를 보내야 하는가요?
 그러나 도시에서 살던 아이들도 학교에 입학하면 자연과 금세 친구가 된다. 도시에서 자폐 증상이 있던 아이는 자연의 힘으로 치유받는다. 집, 학교, 학원만을 오갔던 아이들은 자연 속에서 장난감을 구해 자신만의 창의력을 발견한다. 다가오지 않은 미래를 위해 형광등 아래서 문제집을 펴는 게 아니라, 지금 주어진 현 순간, 발이 닿는 따뜻한 대지에서 마음껏 뛰어노는 것이다.
 정 신부는 "요즘 `경쟁과 성적`에 갇혀 사는 아이들을 보면 `지금 행복해야 하는데…` 하는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며 "지금 이 곳에 있지 못하고 대책만을 세우고, 미래를 향해 사는 어른들 손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이 곳에 오면 부모의 이혼과 발달에서 겪는 장애들이 자연스럽게 치유된다"고 말했다. 그는 산자연학교를 "구원이 지금 이뤄지는 곳이라 부르고 싶다"며 미소지었다.
 아이들은 모두 기숙사 생활을 하며 유기농 식사 및 간식뿐 아니라 친환경 세제 및 비누를 사용한다. 수학여행 때는 식판에 올려지는 반찬의 생산지를 찾아 나선다. 건강한 밥상의 반찬들이 어떤 과정을 통해 내 입으로 들어오는지 공부하는 시간이다.
 현재 아이들은 저학년(1~3학년)ㆍ고학년(4~6학년) 2개반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현재 신입생 모집 중이다. 내년부터는 중등과정을 개설, 초ㆍ중학교 대안교육체제를 갖춘다. 입학 문의 : 053-338-0530, 산자연학교

 
이지혜 기자  bonaism@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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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8-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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