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배 대학생들은 고3 수험생에게 "즐겁게 공부할 수 있는 학과에 지원하라"고 조언한다. 사진은 대입 원서 접수를 앞둔 학생들이 담임 교사와 상담하는 모습. [백영민 기자 heelen@pbc.co.kr]

 대입 원서 접수가 시작됐다. 그간 노력에 마지막 획을 긋는 중요한 순간이기에 수험생과 학부모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수험생보다 먼저 고민을 하고, 때로는 시행착오를 겪은 선배 대학생들은 "호기심을 갖고 스스로 즐겁게 공부할 수 있는 학과에 지원하라"고 조언한다. `일단 들어가고 보자`, `무조건 좋은 대학 가자`는 생각으로 결정하면 대학이 취업을 위한 도구로 전락할 뿐 아니라 나중에 후회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 `붙고 보자`식 결정은 곧 후회

　민동주(루치아, 공주교대 3)씨는 대학에 입학하기까지 방황을 많이 했다. 학과 적성이 맞지 않아 2년을 다닌 대학을 그만두고 수능시험을 다시 치러 현재의 학교에 입학했다.

　민씨는 "학과가 적성에 안 맞으면 무엇보다 공부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지 않아 더 이상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며 "학과에 대해 꼼꼼히 알아보고 자신이 정말 흥미를 갖고 공부할 수 있는 전공을 선택하라"고 조언했다.

　심나영(소피아, 숙명여대 4)씨도 민씨와 비슷한 경우다. "취직이 잘 되는 과를 가야 한다"는 부모님 말씀에 원하지 않는 학과에 진학했지만 도저히 견딜 수 없어 포기하고 다시 수능시험을 봤다.

　심씨는 "고3 때는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 신경이 쓰여 일단 `붙고 보자`는 식으로 결정하기 쉽다"며 "대학보다는 먼저 학과를 봐야 하고, 만일 꼭 가고 싶은 학과가 있는데 성적이 낮으면 재수를 해서 다시 도전해보는 것도 괜찮다"고 말했다.

　김기훈(요셉, 중앙대 3)씨는 먼길을 돌아 지금의 학교에 안착했다. `졸업하면 남는 건 학교 간판뿐`이라는 말을 듣고 대학 이름만 보고 전혀 관심 없는 학과에 진학했다. 자신과 맞지 않는 공부에 염증을 느낀 그는 결국 편입을 통해 지금의 대학에 들어갔다.

　김씨는 "잘못된 선택으로 적잖은 시간을 낭비했다"면서 "나와 같은 시행착오를 겪지 않으려면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깊이 고민하고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현욱(야고보, 고려대 2)씨는 대학 선택은 "가치판단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단지 취업이 목적이라면 간판을 보고 선택하는 게 낫다"며 "하지만 꼭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 꿈을 실현하는데 도움이 되는 학과를 지원하라"고 말했다.

　# 주위 교사, 선배와 충분히 상의해야

　공대생인 김씨는 "자연계 학생들은 학과에 따라 취업 분야가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며 "자연계 학생들은 졸업 후까지 생각해 학과 선택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적성에 맞는 학과를 찾아내는 일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입시준비에만 매달려온 터라 막상 진로를 고민할 때는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

　서울 한가람고 강봉단 교사는 "그래도 자신의 특기와 적성을 찾아 그에 맞는 학과를 먼저 선택한 후 학교를 결정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라며 "교사, 선배, 부모와 충분히 상의하고 결정하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