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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시대] 하늘 가는 길 외롭지 않도록

원목봉사자 김학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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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부님, 저 먼저 가겠습니다. 나중에 대부님이 오실 때는 제가 마중 나갈게요."

 광주에서 올라와 폐암으로 세상을 떠난 42살의 한 남자는 죽기 직전까지 편안한 미소를 잃지 않았다. 그가 편안히 주님 품으로 돌아가는데는 그의 대부 김학부(그레고리오, 61, 수원교구 이매동성바오로본당)씨의 힘이 컸다.

 김씨는 서울 아산병원 교리봉사자다.

 "한명 한명 소중한 생명들이 하느님 안에서 다시 태어날 때 가장 보람있습니다. 저 또한 잘 살아서 제가 한 말이 거짓말이 되지 않게 살아야 겠다고 생각하고요."

 매주 수ㆍ목요일 오전 10시 병원에 오는 그가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원목실에서 환자에 대한 정보를 확인하는 것이다. 환자의 현재 상태는 어떤지, 병실 이동은 없었는지, 새로 입원한 환자는 없는지꼼꼼히 챙긴다.

 그가 찾는 환자들은 대부분 회복이 불가능하고 임종이 얼마 안남았거나 회복되더라도 정상적 생활이 불가능한 환자와 그 가족이다. 냉담 중이거나 세례를 받고 첫영성체를 하지 않은 사람, 조당에 걸린 사람도 방문 대상이다.

 "고통 중에서도 제 말이 귀에 들리게 하려면 각 사람이 처한 상황과 수준에 맞게 교리를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아픈 이들에게 오히려 피해를 줄 수 있거든요."

 "중졸의 농사꾼에게는 농사와 관련지어 비유를 들어야지, 톨스토이를 이야기해봤자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그는 교리를 항상 비유를 들어 알기 쉽게 설명한다. 환자의 건강상황뿐 아니라 심리상태, 가족관계, 경제상황까지 다 살피기에 그의 교리는 일대일 맞춤형 교리이다.

 그가 자체 제작해 들고다니는 「가톨릭교리요약집」에는 대세교리, 일반교리, 참고자료가 들어있는데 대세교리만 1안부터 3안까지 있어 대상별로 실시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보조자료」에는 그가 신문, 잡지, 인터넷 등에서 스크랩한 글들이 교리, 다른 종교, 시문학, 유머 등 네 가지 분야로 나눠 담겨있다.

 다양한 비유의 소재를 위해 한달에 두세 권씩 책을 읽고 아내와 영화도 자주 본다는 그는 병원으로 오는데 걸리는 1시간 20분의 시간은 교리 준비에, 돌아가는 시간은 기도에 쏟는다.

 10년 전 아내가 암에 걸리자 다닌던 직장을 명예퇴직한 그는 교리신학원을 졸업하고 봉사의 삶을 살기 시작했다. 다행히 아내는 완치됐고, 5년 전 아산병원에 교리봉사자가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우연히 교리봉사를 시작했다.

 "하느님 안에서 일하고 살 수 있는 것만으로 기쁘고 감사합니다. 부족하지만 하느님께서 허락해주신다면 세상에서 가장 보잘 것 없고 힘없는 환자들을 위해 죽을 때까지 봉사하며 살고 싶습니다."

김민경 기자 sofia@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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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9-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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