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5일
생명/생활/문화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자연 벗삼아 숨 고르다

서울대교구 가톨릭대학생연합회 ''여름생태농촌공소활동''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 "이젠 제법 피를 잘 골라내요!" 숙명여대 가톨릭학생회 `클라라회` 박은솔씨가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일하고 있다.
 

# 생태농활, 자연을 만나다

 오전 내내 논에 나가 피를 뽑고 점심을 먹으러 풍양성당 교육관에 들어서자마자 쓰러졌다. 무릎을 훌쩍 넘긴 긴 장화를 벗자마자 그대로 방바닥에 몸을 뉘였다. 그 모습을 본 이정은(엘리사벳, 21)씨가 "기자 언니, 이제 시작이라 그래요. 습관 되면 하나도 힘들지 않아요"라며 어른스럽게 말한다. 순간 귀를 의심했다. 마냥 철없어 보이던 대학생에게서 저런 의젓한 말이 나오다니!
 
 서울대교구 가톨릭대학생연합회(이하 서가대연)가 주최한 `여름생태농촌공소활동`현장의 하나인 경북 예천군 풍양면 공덕리 풍양마을을 9~10일 찾았다. 180여 명 학생들은 안동교구 내 8개 마을에서 자체 농활대를 이뤄 1일부터 11박 12일 일정으로 봉사활동 중이었다. 기자가 찾은 풍양마을에는 숙명여대 가톨릭학생회 `클라라회`와 성균관대 가톨릭학생회 `반촌회` 학생들로 꾸려진 `씨앗농활대` 20여 명이 농촌 생활에 빠져있었다. 학생들의 검게 그을린 얼굴, 거칠어진 손등, 땀냄새가 짙게 밴 옷 등은 영락없는 농촌 사람들 모습이었다.

  이번 농활은 여러 가지로 색달랐다. 대학교 새내기 때 멋모르고 선배 따라 갔던 그런 농활이 아니었다. 교육관 벽면을 빼곡히 메운 생활 수칙들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이틀에 한번 10분간만 손전화 사용하기`, `아버님께 새참 요구하지 말기`, `에어컨과 텔레비전 사용하지 않기` 등 학생들이 직접 만든 규칙들이었다. 게다가 학생들은 죽염으로 이를 닦고, 친환경 비누로 머리를 감고 있었다.
 
  마침 막 머리를 감고 나오던 이건주(아녜스, 21)씨에게 "정말 비누로만 감았어요? 냄새 안 나요?"라고 물었더니 "처음에는 머리카락이 뻣뻣해져서 적응하기 힘들었는데 계속 감다보니 익숙해져서 샴푸 생각이 별로 안나요"라는 대답이 되돌아왔다.  
  

 
▲ 세차게 내리는 빗줄기 탓에 논에 나가지 못한 농활대원들. `어느 양파가 멀쩡할까?` 상태가 좋은 양파를 골라 망에 담고 있다.
 
  # 농활대의 하루가 궁금하다

 오전 6시. 학생들과 함께 졸린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농촌에서 오전 6시는 결코 빠른 시간이 아니다. 농민들은 한여름 뙤약볕을 피하기 위해 오전 4시 30분에 논으로 나갔다가 오전 7시쯤 집으로 돌아와 아침밥을 먹고 다시 나가기 때문. 전날은 쉴 새 없이 내린 비 때문에 양파 선별 작업만 했던 터라 진정한 농활은 이때부터 시작이지 싶었다.

 풍양마을에는 가톨릭농민회 풍양분회(회장 정원학) 여섯 농가가 농약ㆍ화학비료 등을 배제하고 자연 순환의 움직임에 발맞춰 유기농법으로 쌀, 양파, 대파, 감자, 김장채소 등을 재배한다.

 아침 식사를 마친 학생들은 모둠별로 나눠 각기 다른 농가로 오전 작업을 하러 나섰다. 학생들은 농활대답게 장화, 우비, 방수바지를 갖춰 입고 전병철(모이세, 75)씨 트럭 뒷자리에 올라탔다.

 박은솔(엘리사벳, 20)씨는 "초반에는 논에서 모와 피를 구별 못해 `아버님`께 많이 혼났는데 지금은 완벽하게 가려낼 수 있다"며 의욕을 보였다.

 트럭을 타고 한참을 달려 도착한 논에는 모와 피가 어림잡아 5:5 비율로 가득차 있었다. 농약을 안 친 지 약 20년이 된 논이다. 고령의 나이에 넓은 논을 손수 돌보기란 쉽지 않을 터. 전씨는 "제초제를 뿌리면 간단히 해결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하느님의 창조 섭리에 어긋난다는 생각이 들어 지금까지 버텨오고 있다"며 "농사꾼으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땀을 비오듯 흘리던 장종현(세바스티아노, 19)씨는 "젊은 사람들이 다 빠져나간 농촌에서 나이 많으신 아버님 홀로 뙤약볕 아래서 고생하실 것을 생각하니 힘들다고 말하는 것도 죄스럽다"고 말했다.

 허리가 아파오던 찰나, 전씨가 직접 재배한 수박과 막걸리를 가져왔다. 농활대가 목 빠지게 기다리던 새참이다. 학생들은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큼직한 수박을 집어들었다. 입에서 퍼지는 단 맛이 일품이었다. 전씨는 "학생들이 농활 기간에 하느님께서 창조한 자연의 소중함을 깨닫고, 매일 기도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았던 것처럼 서울에 올라가서도 그 마음을 간직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오전 작업을 끝내고 숙소로 돌아온 학생들은 얼굴과 팔, 다리에 묻은 흙만 대충 씻어내고 점심을 먹었다. 오후 3시가 되자 오전에 일을 끝낸 이들은 다른 일터로, 오전 작업이 남은 이들은 원래 일하던 작업장으로 다시 떠났다.

 낮에는 농사일과 농민들과의 대화를 통해 생태주의와 농촌 현실을 몸과 마음으로 느꼈다면, 저녁에는 배우려는 자세를 담을 그릇을 준비하는 시간이다. 농활대원들은 저녁 전례를 통해 하루를 마무리하고 농촌에서 보고 느낀 현실 등에 대해 토론한다. 농활대원들은 공정무역에서부터 친환경 생리대 사용법까지 무궁무진한 주제를 넘나들며 이야기 꽃을 피웠다. 동그랗게 모여 앉아 서로 의견을 주고 받다보면 어느새 새벽 1시가 훌쩍 넘어간다.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09-07-19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10. 5

요한 6장 56절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사람 안에 머무르리라.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