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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길도 거센 바람 벗 삼아 꿋꿋이

2009 청소년들과 함께 천호로 오르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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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호 주교와 도영 스님(이 주교 뒤) 등 종교계 지도자들과 지역 인사들이 19일 천호성지 부활성당에서 도보 순례를 마친 청소년들 발을 씻어주고 있다.
[백영민 기자 heelen@pbc.co.kr]heelen@
 



청소년 700여명, 18~19일 산 넘고 들길 따라 걸어
주교· 스님 도지사 소매 걷고 학생들 발 씻어줘…
새 문화 접하고 종교간 벽허문 `아름다운 순례길`


천주교 주교가 수단 자락을 걷어붙이고 몸을 숙였다. 불교 스님은 장삼자락을, 원불교 교구장도 소매를 걷어붙였다. 도지사와 교육감도 셔츠 소매를 걷었다. 그러고 나서 옆에 앉은 학생들 발을 정성스럽게 씻어 주었다.
 60km 가까운 거리를 걸은 발이었다. 그것도 올겨울 들어 가장 추웠다는 18~19일 이틀 동안 살을 에는 매서운 추위 속에 거센 바람을 안고 산을 넘고 천변과 들길을 따라 걸어온 발들이었다. 그 발을 어른들이 씻어주고 있었다.
 부르튼 발을 씻어주는 어른들 마음에는 고마움과 대견함과 미안함이 뒤섞여 있었다.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우려를 말끔히 씻어준 청소년들에 대한 대견함이었다. 기우와 달리 우리 자녀들이 이렇게 건강하게 자라고 있음에 대한 고마움이었다.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좀 더 잘해주지 못하는 데 대한 미안함이 교차했다.
 19일 저녁 전북 완주군 비봉면 천호성지 내 부활성당. 성당 안을 가득 메운 학생들은 1박 2일 동안 함께 걸은 친구들의 발을 씻어주는 어른들 모습을 지켜보았다. `2009 청소년들과 함께 천호로 오르는 길`은 이렇게 청소년들의 건강함과 아름다움을 여운으로 남겼다.
 전라북도 일원에 조성된 180km `아름다운 순례길`을 주관하는 한국순례문화연구원(이사장 김수곤)이 청소년들에게 새로운 문화를 접하고 종교간 벽을 넘어 하나되는 체험을 하는 계기를 심어주고자 마련한 이 행사에는 전주시와 인근에서 중고등학생 700여 명이 참가했다. 사정상 일부 구간만 걷고 돌아간 학생들도 있었지만 1박 2일 완보를 신청한 학생들은 끝까지 낙오하지 않고 걸었다.
 학생들을 위해 일부 학교에서는 교사들을 보냈고, 순례문화연구회 회원 100여 명도 3개조로 나눠 학생들과 함께 걸었다. 전주교구장 이병호 주교는 둘째날인 19일 되재공소에서 천호성지까지 20여km구간을 학생들과 함께 걸었다.
 19일 오후 4시가 지나면서 학생들이 천호성지에 속속 도착했다. 학생들은 따끈한 어묵 국과 떡, 빵 등으로 추위를 녹이고 허기를 채운 후에 성지 내 예수부활성당에서 마무리행사에 참석했다.
 전주 아중본당 성가대와 청소년 금관교향악단이 연주하는 캐럴과 떼제 음악이 은은히 울려퍼지는 가운데 학생들은 명상의 촛불을 켜들고 자리에 앉아 1박 2일 동안의 힘들었지만 의미있었던 체험을 되새기는 시간을 가졌다.
 이병호 주교는 환영사에서 "우리 학생들이 유약하고 인내심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하루 함께 걸으면서 내 생각이 잘못임을 알았고 여러분이 훨씬 자랑스럽게 여겨졌다"며 "앞으로 각자 인생길에서도 늠름하고 낙오됨 없이 모두가 성공해서 살아가길 바란다"고 학생들을 격려했다.
 천호성지에는 송광사 주지 도영 스님과 허광영 원불교 전북교구장 등 지역 주요 종교 지도자들은 물론 김완주 전북도지사 내외와 최규호 전북교육감, 문화체육관광부 강재수 사무관 등이 함께해 청소년들을 격려했다.
 진산에서부터 되재공소를 거쳐 천호성지까지 1박 2일 동안 60km를 꼬박 걸은 신예지(전북중 1)양은 "힘들었지만 재미도 있었고 집 떠나면 고생이라는 사실도 깨달았다"며 "(중간에 툴툴거리고 짜증 낸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열심히 노력한 만큼 보람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창훈 기자
changhl@pbc.co.kr


 
▲ 천호로 오르는 길 순례 행사에참가한 청소년들이 천호성지 뒷산을 넘어 목적지인 성지로 향하고 있다.
 [백영민 기자 heelen@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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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0-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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