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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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교사들에게 팁을 준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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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한남동본당 초등부 주일학교 교리교사들이 성당 마당에서 교리교사의 애환과 보람을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오소연, 김용성, 김정현, 정한솔, 김지현씨.
 


봄 햇살 따사로운 12일 오후, 주일학교가 개학하면서 더 바빠진 서울 한남동본당 초등부 주일학교 교리교사 5명을 성당 마당에서 만났다.
 김용성(요한사도, 43)씨는 교리교사 경력 23년차 베테랑이다. 김지현(릴리안, 22)ㆍ정한솔(체칠리아, 22)씨는 주일학교 선생님이 된 지 2년밖에 안 됐다. 교리교사 신구(新舊)세대가 벤치에 앉아 나누는 시시콜콜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이들에게 몇 가지 질문도 던졌다.


 김용성씨 직업은 펀드매니저다. 그는 "아이들이 좋아서 시작한 일인데 어느덧 20년이 넘었다"며 "주일학교 아이들을 만나면 직장생활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데, 그걸 보면 난 타고난 주일학교 선생 같다"며 웃었다.

 한참 데이트하고, 맛집 찾아다니느라 시간이 부족할 나이인데도 올해 주일학교 교감을 맡은 김정현(루피나, 23, 경력 4년)씨는 "주일이 돌아오면 성당에 나와 아이들 만나는 게 일상이 됐다"고 말했다. 7년차에 접어드는 오소연(라파엘라, 45)씨는 "두 아이 엄마로 살면서 주일학교 교사생활을 하다 보니 부모 입장을 더 잘 이해하게 된다"고 말했다.

 오소연: 아이들 지도하기가 점점 힘들어진다. 교리실 분위기가 어수선할 때가 많다. 유난히 말을 듣지 않는 몇몇 아이들이 수업을 방해하곤 한다. 다른 선생님들한테 하소연했더니 이구동성으로 `요주의 악동들`이라고 지목하더라. 그 아이들과 상담을 할 예정이다. 가정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 알아보고 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 같다.
 김지현: 교리교육 준비를 열심히 해가도 아이들은 무조건 놀기를 원한다. 그래서 가끔 교리공부를 포기하고 함께 놀기도 하는데, 그럴 때면 교리교사 월례교육에서 배운 아이들 지도방법 등이 적용이 안 된다.
 오소연: 간혹 너무하다 싶은 학부모도 있다. 각 가정마다 아이들이 한, 두 명이다보니 너무 애지중지 키우는 것 같다. 아이가 다친다고 주일학교 운동회에도 안 보내는 어머니가 있다.
 김용성: 10년 전 여름 캠프에서 한 아이가 이가 부러질 정도로 크게 다친 적이 있다. 교사들은 놀라서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즉시 그 아이 부모님께 전화를 드렸더니 "크게 안 다쳐서 다행이다. 일부러 다치게 하려고 한 것도 아니니, 걱정 말고 즐겁게 진행하라"며 오히려 교사들을 진정시켜줬다. 요즘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김정현: 캠프라도 가면 부모들이 전화를 한두 번 하는 게 아니다. 심할 때는 프로그램 진행이 안 될 정도다. 교사들이 젊어서 사실 어머니들 상대하기가 버거울 때가 있다. 아이들을 본당과 주일학교에 맡겨줬으면 좋겠다.
 김용성: 주일학교 문제는 부모들이 아니라 교사와 아이들이 대화를 통해 답을 찾아야 한다. 부모들이 그런 점을 이해해줬으면 좋겠다.

 Q: 교리교사들 간에도 갈등이 있나
 정한솔: 신입 교리교사들은 교사회합 시간에 목소리를 크게 내는 게 아무래도 부담스럽다. 다른 생각이 있더라도 내가 반대 의견을 꺼내면 불화가 생길 것 같아 조심하게 된다.
 오소연: 요즘 젊은 선생님들은 우리 때와 다르게 해야 할 일이 많다. 공부하랴, 취업 스펙 쌓으랴…. 사실 한창 바쁜 20대 초중반 선생님들이 토요일마다 시간내는 것도 큰 희생인데, 오랫동안 교사생활을 한 선배들은 책임감이 없다거나 일을 제대로 못한다고 나무라곤 한다. 선배들은 취업난을 비롯한 사회적 환경 변화 때문에 대학생 교사들이 주일학교에 집중하지 못하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김정현: 주일학교 교리교사들은 나이 차가 커도 세대 차이는 없다. 똑같이 아이들을 대하다보니 그런 것 같다.

 Q 새내기 교리교사들에게 도움말을 준다면
 김용성: 무엇을 바라지 말고 온전히 봉사하겠다고 마음 먹어라. 특히 내가 하기 싫은 궂은 일을 다른 교사에게 떠넘기는 듯한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
 오소연: 자기희생을 각오하라.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를 하느님께 봉헌한다는 생각을 갖고 일하면 일이 많고 일정이 벅차더라도 즐겁게 일할 수 있다.
 김정현: 아이들을 사랑하면서 책임감 있는 교사로 즐겁게 일해야 행복한 주일학교를 만들 수 있다. 교사들이 책임감이 없으면 아이들은 혼란스러워한다.
 정한솔: 나의 경우 교사회를 통해 많은 힘을 얻었다.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선배 교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고민한다. 교리교사들은 사회 친구들과는 다른 특별한 유대감을 느낀다. 선후배 교사들과 소통을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

 Q: 주일학교 담당신부에게 바라는 점은
 김지현: 우리 본당 신부님은 어린이들과 주일학교에 대한 열정이 남다르다. 그래서 따라가기 벅찰 때가 있다. 대학교 중간ㆍ기말고사기간이나 리포트가 밀려 있을 때는 좀 봐줬으면….
 김정현: 맞다. 그래도 신부님이 이해를 많이 해주시는 편이다. 서로 대화를 많이 하는 게 중요하다.

 Q.어떤 교리교사로 되고 싶은가
 정한솔: 아이들 눈높이에서 하느님 사랑을 전하는 친구같은 선생님이 되고 싶다.
 김지현: 선생님이 있어 성당가는 게 재밌다는 말을 듣고 싶다.
 오소연: 아이들 추억 속에 자리잡을 수 있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 어린 시절 성당 마당에서 함께 뛰놀았던 그런 선생님….
 김용성 : 항상 즐겁게 일하는 모습으로 기억되는 교사가 되고 싶다. 교사활동을 일이 아니라 즐거움 그 자체로 여기는 선생님으로 기억해줬으면 한다.

이정훈 기자 sjunder@pbc.co.kr
김은아 기자 euna@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1-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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