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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 나눠드리는 일 재밌어요

2년째 무료급식소에서 봉사하는 김민서 어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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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30일 토요일 오후, 경기도 성남에 있는 노숙인 무료급식소 안나의 집.

 9살 민서<사진>는 급식소에 도착하기 무섭게 앞치마를 두르고 빵 상자가 쌓여있는 문 앞으로 간다. 식사를 마치고 돌아가는 노숙인들에게 "맛있게 드세요"하고 앙증맞게 인사하며 빵을 나눠준다.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다.

 민서는 노는 토요일마다 아빠(김기덕 미카엘) 엄마(추지원 미카엘라)와 이곳에서 봉사한다. 부모를 따라와서 한두 번 해보는 `봉사 체험`이 아니라 2년째 꾸준히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민서는 처음에 노숙인들을 무척 낯설어 했다. 하지만 금세 안나의 집 식구들과 친해지면서 귀여움을 독차지했다. 노숙인들도 고사리 손으로 빵을 나눠주는 민서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민서는 집에 일이 생겨 간혹 봉사활동에 빠지는 날이면 빵을 기다리는 아저씨들 걱정을 한다.

 "아저씨들과 약속을 꼭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민서를 통해 저희가 오히려 배우죠."

 엄마 추씨는 외동딸 민서가 자신만 아는 아이로 크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봉사를 통해 몰라보게 성장하고 있다고 놀라워했다.

 9살짜리 여자아이가 2시간 이상 서서 빵을 나눠준다는 게 쉽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아빠 엄마는 모른체 한다. 힘들어도 자신이 맡은 일은 해내야 하는 책임감을 배울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민서는 다리는 아프지만 엄마 아빠도 구슬땀을 흘리며 봉사하는 모습을 보니 "그만 하겠다"는 말이 떨어지지 않는 모양이다. 민서는 이날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빵을 다 나눠줬다.

 추씨는 안나의 집에 오는 일을 더 이상 봉사활동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오히려 더 큰 것을 받아가요. 아이에게 건강과 책임감을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릴 뿐이죠."

 여성 의류점을 운영하는 이들 부부는 다른 날보다 토요일에 손님이 많다는 점을 모를 리 없다. 그런데도 아이와 함께하는 봉사활동을 선택했다. 부부는 "많은 것을 얻는다. 심지어 의류점 매출까지 하느님께서 채워주신다는 걸 느낀다"고 했다.

  "빵을 나눠드리는 일이 재밌어요."
 민서는 봉사내내 뭐가 그리 좋은지 신난 얼굴이었다. 민서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고맙다"고 인사하는 노숙인들은 민서의 웃음에 잠시나마 시름을 잊는 듯했다.

박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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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1-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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