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4일
생명/생활/문화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스승의 날] 수학 꼴찌들만 가르치는 방경홍 교사

"남의 자식도 내 자식처럼 가르쳐야죠"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아서~ 우러러 볼수록 높아만 지네~"
15일은 스승의 날이다. 제자들이 가장 많이 떠올리는 선생님은 어떤 사람들일까. 학생을 그리스도처럼 섬기는 그리스도인 교사들을 만나봤다. 


 
▲ 방경홍 교사가 한 학생에게 개인지도를 하고 있다.
 

   "민석아, -3에 5를 더하면 몇이고?"

 "아, 몰라요! 모르니까 여기 왔죠."

 지난해 봄, 대구 남구 대명동 ㄱ중학교 3학년 피타고라스 교실. 방경홍(가브리엘, 67, 대구 수성본당) 교사는 잠시 말을 멈추고 감정을 추스렸다.

 `나는 이 학생을 가르치는 선생이다. 주님이 이 아이를 사랑하시니 나도 이
아이를 사랑해야지.`

 그 후로 방 교사는 민석군이 늦으면 "내일 왔으면 결석인데, 오늘 이렇게라도 왔으니 지각이네"하며 격려했고, 수학 공식을 기억해내면 "너는 머리가 참 좋다, 더 노력하면 수학도 잘할 텐데"하고 응원해줬다. 그는 수학 기초가 다져져 있지 않은 민석군에게 초등학교 3학년 수학부터 다시 가르쳤다. 10점대였던 민석군의 수학 점수는 한 학기가 지나자 70점대로 올라섰다. 반항적 기질도 사라졌고 얼굴엔 미소가 떠올랐다.

# 어머니 유언 가슴 깊이 새겨


 "야야, 와 학교를 안 가노?"

 1988년 10월. 병상에 누운 어머니는 아들에게 호통을 쳤다.

 "선생이 제 어미 아프다고 학교를 안 가면 니를 기다리는 아이들은 어쩐단 말
이냐! 어서 빨리 학교에 가거라. 남의 자식도 내 자식같이 가르쳐야지."

 방 교사는 병환 중에 있는 어머니를 뒤로 하고 헐레벌떡 학교로 향했다. 학생
들이 고등학교 입학 원서를 제출하는 날이었다. 일을 마치고 급히 집으로 돌아
갔지만 어머니는 아들을 기다리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그는 애통한 마음으
로 `남의 자식도 내 자식같이 가르치라`는 어머니의 유언을 가슴 깊이 새겼다.

 1999년 그는 28년 동안 몸담아온 교단을 떠났다. 학교에 명예퇴직 바람이 불었고, 전원생활을 꿈꿔온 그는 교직생활에 지쳐 있었다. 경남 합천으로 내려가 아내와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30℃를 오르내리는 한여름에 온갖 벌레와 곤충에 시달리며 농부의 피와 땀의 소중함을 몸으로 체험했다. 그리고 가르치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이었는지를 깨달았다.

 8년 후, 그는 기간제 교사로 다시 교단에 돌아오는 기회를 잡았다. 대구 ㄱ중학교가 `방과 후 시범학교`로 지정되면서다. 학교장은 방 교사에게 "성적이 낮은 학생들의 성적 향상을 위해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그의 나이 63살이었다.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며

 그는 중학교 3학년 각 반에서 수학 성적이 가장 낮은 학생 5~6명을 따로 모아 가르쳤다. 그야말로 수학 시간만 되면 엎드려 자는 아이들이 한데 모였다. 자는 것을 흔들어 깨우면 매서운 눈초리로 쏘아보는 학생도 있었고, 뜬금없이 "공부하기 싫다"며 고함을 지르는 학생, 수업을 구경만 하고 가는 아이도 있었다.

 아이들을 안타깝게 여긴 방 교사는 직접 필기구를 챙겨주고, 배고파하는 학생에겐 간식을 건넸다. "모른다, 하기 싫다"는 말을 "할 수 있다"는 말로 바꿔줬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자주 해주며 학생들과 소통을 시작했다. 쉬운 문제를 내줘 조금만 잘해도 크게 칭찬해주고, 그래도 따라오지 못하는 학생은 따로 불러 개인지도를 했다.

 학생들은 달라졌다. 수학 점수가 17점이었던 한 학생은 만점을 받고 방 교사에게 감사편지를 보냈다. 복도에서 만나면 엄지손가락을 치켜 들며 "선생님, 최고!"라며 미소를 보내는 학생도 있었다.

 방 교사는 최근 자살한 카이스트 학생들을 언급하며, 예전 재직하던 학교에서 전교 1등 학생이 옥상에서 투신 자살해 대세를 준 일을 떠올렸다.

 "공부를 왜 잘하라고 하는 걸까요? 결국 남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으로 성장하도록 하기 위해서죠. 정말 안타깝습니다. 학교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또 공부를 못하는 아이들을 사랑으로 바라봐야 합니다. 이 학생들도 자신의 몫을 할 수 있도록 키워야지요. 이들의 아픈 마음을 치료하는 게 더 중요합니다."

 5년 동안 성적이 낮은 학생들만 가르쳐온 그는 "남의 자식을 내 자식처럼 사랑으로 가르쳐야 사회 어둠이 사라진다"며 "이 세상 많은 교육자들이 학생들을 내 자식처럼 여기고 가르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방 교사는 현재 대구대교구 레지오 마리애 `의덕의 거울` 세나뚜스 단장으로도 봉사하고 있다.

이지혜 기자 bonaism@pbc.co.kr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1-05-15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7. 4

시편 37장 4절
주님 안에서 즐거워하여라. 그분께서 네 마음이 청하는 바를 주시리라.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