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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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레시오 청소년센터 고입 검정고시 합격생들

"선생님 꿀밤이 합격 일등공신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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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입 검정고시에 합격한 김은서(왼쪽부터), 임종민, 이정훈 군이 살레시오 청소년센터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

 이것이 학창시절을 그리워하는 어른이 아니라 17살 학생의 고백이라면 믿을까.

 김은서(17)군이 "공부가 제일 쉽다"고 말하자 임종민(프란치스코, 16), 이정훈(안드레아, 16)군이 동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지난달 고입 검정고시를 치른 이들은 서울 대림동 살레시오회 청소년센터에서 생활한다.

 이들 세 명은 모두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영어ㆍ국어ㆍ수학을 포함한 일곱 과목에서 평균 60점을 받으면 합격인데, "실수로 100점을 놓쳤다"고 아쉬워할 정도다. 평균점수가 80점을 넘었다. 임군은 사회과목 만점을 받았다.

 하지만 이들에게 검정고시는 그야말로 고시(?)였다. 살레시오회 청소년센터는 법원이나 아동상담소에서 넘어온 남자 청소년들 위탁보호시설이다. 이들은 장기 결석, 음주, 폭력 등의 이유 때문에 센터입소 처분을 받았다.

 세 명이 학교에서 좀 놀았던(?) 탓에 센터 입소 전에는 공부와 거리가 멀었다. 김군은 "준비해서 본 시험에선 8점을 받고, 찍었던 시험에선 40점이 나오는 것을 보고 공부를 포기했다"고 말했다. 임군은 "시험기간엔 아예 학교에 가지 않았다"고 멋쩍게 고백했다.

 이런 사고뭉치들에게 공부가 쉬웠을 리가 없다. 특히 알파벳 정도만 겨우 알았던 이군은 "처음에는 영어가 피라미드의 고대문자 같았다"고 말했다.

 이들을 합격으로 이끈 건 `열공` 정신과 선생님들의 따끔한 꿀밤이었다. 청소년센터 선생님들은 많은 양을 정리한 요약집을 매일 나눠주고, 외워오지 못하면 눈물이 쏙 빠지도록 꿀밤을 때렸다. 숙제 양이 하도 많아 울며 공부한 적도 있다는 임군은 "지나고보니 선생님들의 꿀밤이 합격의 일등공신"이라고 말했다.

 고생 끝에 얻은 것은 합격의 기쁨만이 아니다. 이군은 "놀기만 좋아했던 예전과 다르게 요즘은 규칙적으로 생활한다"고 말했다. 임군은 "책임감을 배운 것이 가장 큰 변화"라고 말했다. 김군은 "진지한 마음으로 도전하면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했다.

 김군은 합격 소식에 제일 먼저 아버지를 떠올렸다.

 "재판정에서 전과 기록이 남는 소년원에 갈까봐 조마조마 했는데 센터 입소 처분을 받게 됐어요. 그때 아빠랑 부둥켜안고 엉엉 울면서 다시는 아빠를 속상하게 하지 않겠다고 결심했어요."

 이들의 다음 목표는 `고등학교에 빠지지 않고 성실히 다니는 것`이다. 재판받을 때 기억을 거리낌없이 풀어놓으며 "그땐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고 웃음을 터뜨리는 이들에게서 그동안 훌쩍 큰 마음의 키가 느껴진다.

김은아 기자 euna@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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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1-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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