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청년들은 배고픕니다. 어른들 사랑과 관심에 목말라 해요."
서울대교구 도림동본당 청년분과장 박상훈(요셉, 46)씨는 본당 청년들에게 든든한 삼촌 같은 존재다. 멀리서도 그를 발견하면 말없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면서 눈인사를 건네는 청년이 있는가 하면, 타 본당 청년들이 도림동본당 청년들을 부러워하기도 한다.
영등포구 도림동성당 인근에서 만난 그는 인터뷰 내내 묵주알을 굴리며 말했다.
"청년은 교회의 미래를 짊어질 주역입니다. 이 시대 청년들에게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에 목말라 하는지 알려면 같이 지내야지요. 행사 때 짧은 만남으로는 부족합니다. 청년분과장이라면 주일만이라도 청년들과 함께 있어야지요."
본당 청년 중에 박씨의 휴대전화 번호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성지순례, 체육대회, 회합 등 청년연합회 소속 단체 행사에 빠지는 때가 없기 때문이다. 청년미사 때 얼굴을 보이지 않는 청년들에겐 직접 전화를 걸어 근황을 묻는다. 특히 다른 지역에서 학업 또는 직장생활을 위해 도림동 인근에서 생활하는 청년들은 특별 관리 대상이다. 또 청년미사 때는 전례가 낯선 예비신자 옆에 앉아 매일미사 책을 펴준다. 병원에 입원한 청년들의 병문안도 잊지 않는다.
"청년기는 중요한 시기입니다. 곧 자녀 신앙교육을 맡을 엄마, 아빠가 될 텐데 이 시기를 잘 보내야지요."
그는 내성적인 성격으로 잘 어울리지 못하는 청년들에게 특별한 애정을 가져왔다. 그는 어려서부터 청소년분과장으로 청소년들에게 애정을 쏟아온 아버지에게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 그는 신앙은 깊은데 잘 어울리지 못해 냉담의 길로 들어서는 청년들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그가 가장 존경하는 성인은 `청소년들의 친구` 돈 보스코다.
그는 지난해 11월 돈 보스코 성인 유해가 한국에 오자, 살레시오회 수도원으로 달려가 기도했다. "청년들이 신앙인으로 잘 성장하는데 도움을 주는 작은 도구가 되게 해 달라고. 그리고 작은 것부터 시작할 수 있게 해 달라고." 마침 올해 초부터 청년분과장을 맡아 봉사하기 시작했다.
고등학교 기간제 체육교사이자 세 자녀의 아빠인 그가 청년들에게 특별히 해주는 것은 없다. 그저 환한 미소로 어깨 한번 두드려 주고, 세례명을 불러주는 게 전부다. 청년들과 함께 존재하고 숨 쉬며 오히려 힘을 얻는다. 그는 "각 본당 공동체의 어른들이 미래 교회의 등불이 될 청년들에게 많은 사랑과 관심을 쏟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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