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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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대안 전문가에게 듣는다

"내 탓이오!" 외치며 생명 지킴이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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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업고 교장 윤병훈 신부.
 
 
   교육은 미성숙한 어린 생명을 참 생명으로 성장시키는 중요한 작업이다. 하느님의 사랑을 익히는 신앙교육을 바탕으로 가정과 학교에서 자녀와 학생이 부모님과 선생님의 사랑을 먹으며 자랄 때 교육은 금상첨화다.

 그러나 맞벌이 생계로 가정교육의 역할과 책임이 학교로 떠넘겨지다 보니, 교육현장은 곱절로 힘이 든다. 게다가 학교교육도 생명의 소중함을 인식하고 발전시키기에는 교육 본질에서 멀어져 있다. 학교현장에서는 `명문대 합격`이라는 교육 목표를 성취한 자만이 사랑받고 존중받는다.

 나는 학교에서 인간다운 인간이 사는 세계를 꿈꿔왔다. 그 과정에서 동물의 세계 같은 약육강식의 현장을 수없이 경험했다. 강자인 가해자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약자들은 처절하리만큼 몸부림치거나, 혼자 외롭게 엄청난 고통을 당했다. 때로는 고된 훈련이 약이 되어 풍요로운 생명으로 발전한 학생도 있지만, 피해자 대부분은 학교를 떠났다.

 지난해 말 대구 중학생 자살사건은 학교폭력과 왕따 문제의 심각성을 드러냈고 사회문제로 이슈화됐다. 가해자에 대한 후환이 두려워 부모에게 말 한마디 못하고 혼자서 갈등하다 스스로 생명을 끊은 일은 마음을 온통 아프게 한다.

일본, 90년대부터 인성교육 관심

 지난 1월, 교육과학기술부 주선으로 일본 규슈의 후쿠오카현에서 초ㆍ중학교가 함께 있는 공립학교와 후쿠오카현의 교육위원들을 찾아 학교폭력과 집단 따돌림(이지매)의 심각성을 살폈다.일본은 1980년대부터 중학생들이 왕따문제로 자살하면서 왕따는 사회 문제가 됐고, 1990년대부터 생명의 소중함을 알리기 위해 `인성교육`이란 단어를 처음 썼다. 학교는 학생들의 사회성 교육을 위해 체험ㆍ봉사활동 시간을 크게 늘렸고, 학교에 전담 학생생활 지도교사와 상담사를 배치했다. 지속적 관심과 사랑으로 1985년 15만 5000건이었던 집단 따돌림 발생건수가 2005년에는 13만 건으로 줄었다.

 그런데 2010년 전국 초중고의 집단 따돌림 발생건수는 전년도보다 2000여 건 늘어난 7만 7000건으로 증가했다. 인터넷 댓글이나 이메일, 문자 등으로 인한 정신적 폭력이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일본 정부는 학교교육 책임이 교장ㆍ교감ㆍ교사에게 있다며 교사와 학교가 폭력과 왕따를 추방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지 않으면 어떤 대책도 효과가 없다는 데 입을 모았다.

책임 통감하고 신앙심 길러줘야

 학교폭력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부언하고 싶다. 첫째, 사랑으로 관심을 기울이는 일이다. 우리는 청소년의 보호자 역할을 해야 한다. 연약한 생명이 참 생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생명 지킴이 역할을 해줘야 한다. 또한 그 책임을 남에게 전가하려는 비겁한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내 탓이오"하고 가슴을 치며 어른으로서 적극적으로 행동해야 할 때다.

 둘째, 부모는 자녀가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믿음의 자리`가 돼줘야 한다. 부모가 부부 교사인데도, 정작 아들의 마음을 읽지 못해 아이가 자살을 택하게 된 것은 어른들이 깊이 반성할 부분이라 여겨진다.

 셋째, 학교는 학생들이 머물고 싶고 친구들과 함께하고 싶은 행복한 학교가 되도록 건강한 문화를 조성하는데 진력해야 한다.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태도를 길러줘야 한다.

 넷째, 학생들의 신앙생활을 도와야 한다. 성당과 가정에서의 신앙교육이 바탕을 이뤄야 아이들이 생활에서 부딪히는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에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 영성은 믿음을 갖고 삶에 투신했을 때 생겨나는 힘이다. 그 영성은 자신뿐 아니라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감동 에너지이다.

 사랑의 관계가 훼손되거나 단절된 상황에서 신음하는 학생들을 만나면 어른으로서 마음이 아프다. 과연 학생들이 신음하며 메말라가는 모습이 일부에 불과하다며 손 놓고 볼 것인가. 왕따 문화가 미성숙한 학생들만의 책임인가. 우리는 책임을 통감하고 "내 탓이오!"를 외치며 생명 지킴이로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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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2-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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