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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래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

밀알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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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학교문화 정착 기원미사가 봉헌된 1월 31일 대구 계산주교좌성당. 경주 근화여중 2학년 최새봄<사진>양이 독서대에 올라 편지를 읽어내려가자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사람들은 고개를 푹 숙인 채 눈물을 훔쳤다. 따돌림의 고통에 못이겨 스스로 목숨을 끊은 `대구 자살 중학생`에게 띄운 최양 편지 전문이다.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으면서 내내 네 생각을 했어.

 얼마나 아팠을까,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같은 또래 친구로서 그저 안타까운 마음과 미안한 마음뿐이야.

 왜 세상엔 따뜻한 햇볕만이 아니라 차디찬 눈보라도 뒤섞여 몰아치는지 나는 자꾸 화가 나고 자꾸만 슬퍼지려고 해.

 얼마 전 서로 서로 몸을 밀착한 채 영하 수십 도의 추위를 견디는 남극 펭귄들에 대한 영상을 본 적이 있어. 그것이 우리의 희망일까? 그래, 우리 함께 손잡고 하나가 되는 것, 그것이 우리의 희망일 거야.

 지금 너는 외로운 밀알처럼 언 땅에 떨어졌지만 네가 떨어진 그 땅에도 봄은 오고 머지않아 푸른 밀밭이 될 거라고 믿어. 그리고 그 무성한 밀밭 가에서 상처받은 친구들이 쉬어 갈 거야. 다시 용기를 얻고 세상으로 나갈 수 있게 말이야.

 그 친구들을 품어줄 수 있도록 우리도 노력할게. 외로운 친구들을 따뜻하게 맞아들여 더 큰 우리가 되도록 노력할게. 그런 세상을 위해 폭력 앞에서 더이상 비겁해지지 않을 거야. 불의를 보면 반드시 소리칠 거야. 그렇게 너에 대한 작은 보답을 할 수 있었으면 해.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따뜻한 봄이 오면 푸르게 넘실거릴 밀밭을 생각하며

-겨울 한복판에서 새봄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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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2-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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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15장 16절
너희가 나를 뽑은 것이 아니라 내가 너희를 뽑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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