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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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학교를 만들자] <2>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무한경쟁에 내몰려 ''함께''를 모르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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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 왕따를 당할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과 왕따가 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어느 누구도 어떤 이유로든 따돌림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공동체 정신이 필요하다.
 

<글 싣는 순서>

1.기성세대부터 반성하자
2.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3."우리가 있잖아"
4.가정은 첫 번째 학교
5.대담- 우리가 바라는 학교를 만들려면

   서울 모 중학교에서 모범생으로 통하던 박 요한(16)군이 최근 집단 따돌림을 당했다. 평소 반 분위기를 주도하던 가해 학생이 이유 없이 박군을 괴롭히자 반에서 3분의 2 이상의 학생이 가세했다. 박군은 이내 전교생에게 따돌림을 받는 `전따`가 됐다. 박군 부모는 소송도 불사하겠다고 나섰다. 가해 학생 부모는 "내 자식 탓으로만 돌릴 수 없다"며 항의했다.

 한 학생을 순식간에 궁지로 몰아넣는 일은 어려워 보이지 않는다. 교내 학교폭력 및 왕따 문제는 `문제아 집단`이라고 불리는 학생들만의 잘못이 아니기 때문이다.

#왕따를 당할만한 이유?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이 2010년 청소년 3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학생의 61가 "학교폭력으로 고통을 받은 적이 있다"고 대답했다. 학교폭력 가해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이유 없이 장난으로"라는 답변이 60를 넘었다.

 김 스테파노(15)군은 "눈 밖에 난 학생이 생기면 도와주거나 바른 말을 하기보다는 대부분 생각 없이 함께 괴롭힌다"며 "때론 그 행동에 희열을 느끼는 친구도 봤다"고 털어놨다.

 지금까지 왕따를 둘러싼 논의는 피해 학생에 초점이 맞춰졌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요즘은 평범한 학생들도 친구를 따돌리는 분위기에 쉽게 휩쓸리고 있다. 가해자의 기준이 모호해진 것이다. 여기에 집단 따돌림으로 목숨을 끊는 학생들이 증가하면서 문제의 본질은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윤주영(제노베파, 18, 덕원예고)양은 "보통 코스프레(만화ㆍ영화 주인공 복장을 입는 놀이) 같은 특이한 취미를 갖고 있거나 성격이 이상한 애들이 왕따를 당한다"면서도 "하지만 반에서 소위 `권력`을 가진 아이들의 이상한 행동에 대해선 누구도 쉽게 말하지 못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학생들 말에 따르면 왕따를 당하는 이유는 외모ㆍ성격ㆍ말투ㆍ행동 등 네가지로 압축된다. 예를 들면, 너무 뚱뚱하고 여드름이 많거나 평소 잘난 체를 한다든가 혹은 지나치게 성격이 소극적인 경우에 왕따를 당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러나 왕따를 당하는 학생들이 왕따를 당할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과 그들이 왕따가 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집단 따돌림은 누군가가 `왕따 당할 만하다`는 암묵적 동의를 바탕으로 여론이 형성돼야 가능한 일이다.

 정상 범위에 들지 않는 학생이 따돌림 대상이 되는 것은 왕따와 학교폭력 문제의 근본 원인이 무엇인지를 시사한다. 서로의 다양성을 인정하지 못하고, 약자를 존중하는 공동체 의식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학생들 사이에 권력구조가 형성돼 있는 것도 문제다.

 윤주영양은 "왕따 문제는 선생님과 부모님이 아무리 노력해도 해결방법이 없다"면서 "왕따에서 벗어나려면 차라리 따돌림을 주도하는 친구 쪽에 붙는 게 낫다"고 말했다.

 중학교 교사 김재순(이레네, 55)씨는 "집단 따돌림의 구조를 깨뜨릴 용기있는 학생이나 교사가 없는데다 사건이 일어나도 손을 대기 어려울 때가 많다"며 "사후 대책 차원에서 접근하다보니 문제가 반복된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학생들이 혼자 경쟁적으로 공부하는 환경에서 사교성보다 이기심을 길렀기 때문"이라며 "컴퓨터 게임 같은 개인적이고 폭력적인 놀이문화도 문제"라고 말했다.

# `다름` 인정하는 공동체 정신

 가톨릭 교육자들은 학생들을 사회의 무한경쟁체제와 다를 바 없는 성적 경쟁구조로 내몬 결과라고 입을 모은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수도회 부설 전인상담교육연구소장 경혜자 수녀는 "요즘 부모들은 물질적 부모 역할은 충분히 하는지 몰라도 `심리적 부모 역할`은 제대로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43년간 교직생활을 하며 주일학교 교사로 활동한 방희자(가타리나)씨는 "교사들 성격유형검사를 해보면 혼자 공부만 열심히 한 사람의 특성이 강하게 나타난다"면서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소중한 가치는 사랑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 영등포고 교장 권길중(바오로)씨는 "교육은 가정에서 아이들을 존중해주고, 아이들 이야기를 들어주고 수용하는 것에서 시작된다"며 "친구 사이에 경쟁을 버리고 우정을 싹 틔우는 생명의 문화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 당국이 내놓은 폭력 처벌 및 신고 강화, 징계 등은 사실상 대증요법에 지나지 않는다. `다름`을 인정하고, 약자를 배려할 줄 아는 공동체 정신을 청소년들에게 심어주는 게 근본적 접근법이다. 어느 누구도 어떤 이유로든 따돌림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상호 존중의 정신을 심어주는 게 중요하다.

 아울러 기성세대가 더불어 살아가는 모범을 일상에서 보여주지 못한다면, 학교폭력 근절 대책은 `소리 없는 아우성`일 뿐이다.

이지혜 기자 bonaism@pbc.co.kr
이정훈 기자 sjun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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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2-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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