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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의 ‘거룩함’을 드러내는 옷

[가톨릭교회의 거룩한 표징들] (19)사제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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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제복은 하느님의 거룩함을 드러내는 옷으로 세속인의 복장과 구별된다. 사진은 서울대교구 주교좌 기도사제.



얼마 전 서울대교구 ‘주교좌 기도 사제’의 복장이 공개돼 화제가 됐다. 옷은 몸을 가리고 체온을 유지하는 일반 기능 외에도 그 옷을 입어야 하는 이유와 그 옷을 입고 있는 사람의 신원과 품위를 드러내는 상징이기도 하다.

성경은 옷을 원죄 이전과 이후의 인간을 구분하는 표지로 사용한다.(창세 2─3장 참조) 인간이 하느님의 창조 질서를 깨뜨리기 이전 낙원에서 살 때 어떠한 옷도 필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원죄를 범한 후 인간은 자신의 알몸을 가리기 위해 무화과나무 잎을 엮어 두렁이를 만들어 입기 시작했다. 하지만 하느님께서는 손수 가죽옷을 만들어 인간에게 입혀 주셨다.(창세 3,21 참조) 이 가죽옷은 죄에 물든 인간이지만 만물 가운데 품위를 유지하게 해주신 하느님의 사랑을 드러낼 뿐 아니라 잃어버린 하느님의 영광을 다시 입게 해 주실 것이라는 구원의 약속을 드러내는 이중의 표징이다.

아버지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선물한 가죽옷은 성자 하느님의 강생과 수난, 부활로 ‘빛나는 흰옷’으로 탈바꿈한다.(묵시 3,5 참조) 주님의 부활로 구원받게 돼 하느님의 나라에 들어가 하느님의 영광에 다시 속하게 된 인간은 죄에서의 해방을 상징해 세례받을 때 흰옷을 입는다.

성경은 옷이 놀라운 힘을 지녔다고 한다. 구약 성경은 예언자의 카리스마가 겉옷에서 나온다고 한다. “엘리야가 겉옷을 들어 말아 가지고 물을 치니, 물이 이쪽저쪽으로 갈라졌다. 그리하여 그 두 사람은 마른 땅을 밟고 강을 건넜다.”(2열왕 2,8) 또 엘리사는 엘리야 예언자의 겉옷을 입음으로써 그가 지녔던 옷의 힘을 그대로 물려받고 예언자의 사명과 역할을 깨닫는다.(2열왕 2,13-14 참조) 엘리야에서 요한 세례자에 이르기까지 예언자들은 일반적으로 털로 된 옷을 입고 허리에 가죽띠를 둘렀다.

복음서도 예수님의 옷이 신비로운 힘을 드러낸다고 한다. 주님의 놀라운 힘이 옷을 통해 빠져나가기 때문이다.(마르 5,27-30 참조) 또 예수님께서 영광스러운 모습으로 변모하실 때 그분의 옷은 빛처럼 하얘졌다. (마태 17,1-9 참조) 빛나는 흰옷은 하느님의 영광뿐 아니라 지상에서 현존하시는 주님의 영광을 반영한다. 종말에 오실 그리스도께서는 “발까지 내려오는 긴 옷을 입고, 가슴에는 금띠를 두르고 계신다.(묵시 1,13)

성경은 또 옷을 내어주는 행위가 사랑의 표현이라고 했다. 요나단은 다윗을 자기 목숨처럼 사랑한다는 표징으로 자신의 옷과 무기를 다윗에게 주었다.(1사무 18,3-4 참조) 성경은 아울러 옷이 참회와 슬픔의 표지라고 한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잘못과 죄를 회개하기 위해 자루옷을 입고 흙을 뒤집어쓴 채 단식하였다.(느헤 9,1; 요나 3,6 참조)

옷에 대한 화두가 서울대교구 주교좌 기도 사제의 복장에서 시작한 만큼 사제복에 관해 좀더 깊이 들어가 보자. 사제복은 우선 하느님의 ‘거룩함’을 드러내는 옷이다. 사제는 거룩한 옷을 입음으로써 ‘정결한 것’과 ‘불결한 것’을 구별해 하느님께 예를 거행한다.(레위 13─15장 참조) 구약 시대 이스라엘 사제복은 가슴받이, 에폿, 겉옷, 수놓은 저고리, 쓰개, 허리띠로 구성돼 있었다.(탈출 28,2-5 참조) 이 사제복은 금, 자주ㆍ자홍ㆍ다홍실, 아마실로 만들어졌다. 사제복은 아무의 손에 맡겨진 것이 아니라 ‘슬기의 영’으로 충만한 장인들에 의해 만들어졌다.

사도들과 그들의 후계자인 초대 교회 사제들은 5세기까지 신자들과 구별되는 특별한 복장을 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예수님께서 구약의 사제복을 원하지 않으셨고, 당신 제자들이 입을 옷에 관해 정확한 규정을 주시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도들은 주님께서 강조하신 ‘단순함’과 ‘겸손함’(마르 6,8-9; 마태 10,9; 루카 9,3 참조)을 새겨 당시 일반인들의 평상복을 그대로 입었다.

가톨릭교회 안에서 사제복과 세속 옷을 구별하기 시작한 것은 6세기부터다. 이 시기 유럽에서는 이민족들의 짧은 옷들이 유행했다. 이에 교회는 사제들에게 베네딕도회 수도승의 검은색 수도복처럼 전통 로마식 복장, 곧 온몸을 덮는 긴 투니카를 띠로 묶고 겉옷인 토가를 고수하게 함으로써 평신도들의 옷과 구별했다. 교회는 또 화려하고 사치스러운 옷은 성직자 신분과 품위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금하고 검소하게 입을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이때부터 16세기 트리엔트 공의회(1545~1563) 개최 이전까지 가톨릭교회 사제복은 수도자들과 구분해 트임이 없고 발목까지 내려가는 흰색 긴 옷 곧 ‘장백의’였다.

트리엔트 공의회(1545~1563) 이후 밀라노대교구에서 전통적인 사제복의 색을 흰색에서 검은색으로 바꾸었다. 그리고 로만 칼라를 착용하게 했다.

17세기 중반부터 ‘수단’이라고 부르는 사제의 평상복이 등장했다. 우르바노 8세 교황(재위 1623~1644)은 사제의 평상복으로 흰색 레이스로 된 로만 칼라가 달린 검은색 수단에 필레우스라고 하는 둥근 형태의 모자를 쓰고 소매 없는 토가를 입고 허리띠를 하게 했다.

한국 교회는 사제가 모든 사목 활동을 할 때와 공식 행사, 공적 회합을 할 때 성직자 복장(수단 또는 로만 칼라)을 착용하도록 하고 있다.




리길재 기자 teotokos@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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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2-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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