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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교구 삼양동선교본당 재활용 매장 ‘살림’에서 주임 강현우 신부(왼쪽부터)와 신혜영 수녀, 직원 최창란씨 그리고 단골손님이 상품을 하나씩 들고 서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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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교구 삼양동선교본당 재활용 매장 ‘살림 |
자원과 지구와 사람을 살리는 서울대교구 삼양동선교본당 재활용 매장 ‘살림’(서울 강북구 삼양로24길 46)이 운영난을 겪고 있다.
살림은 쓰지 않는 의류나 신발ㆍ가방ㆍ가전제품 등 재활용품을 기증받아 세탁ㆍ수리한 뒤, 저렴하게 판매하는 곳이다. 환경보존과 지역공동체 발전을 위해서다. 하지만 2년 넘게 이어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재활용품 기증이 줄고, 손님도 적어져 어려운 상황에 부닥쳤다. 많은 이익을 거뒀던 외부 바자들이 모두 중단된 것도 큰 타격을 줬다. 아울러 중고거래 스마트폰 앱인 ‘당근마켓’이 인기를 끄는 것도 재활용품 수급이 줄어드는 데 영향을 미쳤다. 살림 매장을 총괄하는 신혜영(비따, 영원한 도움의 성모수도회) 수녀는 “기증자들 가운데 ‘자녀들이 이제 당근마켓에 팔자고 한다’고 이야기하는 이들이 있다”고 말했다. 신 수녀는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아직 살림이 유지되고 있는 것은 기적과 같은 일”이라며 “좋은 물건을 적은 돈으로 사 뿌듯한 얼굴로 돌아가는 손님을 보면 다시금 힘과 의욕이 생긴다”고 전했다. 이어 “공짜로 물건을 받을 때보다 적은 액수라도 스스로 돈을 내고 물건을 구매했을 때, 어려운 이웃의 자존감은 커지게 된다”고 덧붙였다. 신 수녀는 또 “대축일에 손수 카드를 만들어 한 번이라도 재활용품을 기증해준 은인들에게 카카오톡으로 보낸다”며 “지난 부활에는 2800통이나 보내느라 손가락이 아파 고생했다”고 웃었다.
살림이 처음 문을 연 때는 2001년, 더 유명한 재활용매장 ‘아름다운 가게’보다 1년 앞선다. 한때 살림 매장은 강북 지역에 5곳까지 늘었다. 하지만 여러 현실적인 어려움을 겪으며 현재 삼양동 1곳만 남은 상태다. 이곳에선 현재 신 수녀를 포함해 모두 3명이 일하고 있다. 신 수녀가 전화로 기증 신청을 받으면, 이대원(베드로)씨가 탑차를 몰고 서울 전체 지역을 돌며 하루 최대 17가구를 방문해 재활용품을 거둬간다. 매장으로 가져온 기증품은 최창란(아녜스)씨가 분리한 뒤 깨끗이 씻고 수리해 매장에 진열한다. 손님맞이와 물품 판매도 최씨 몫이다. 3명으로 힘이 부칠 때는 아흔이 넘은 할아버지와 다른 수도자 1명도 매장 판매와 전화 신청을 도우며 일손을 보탠다. 산더미처럼 쌓인 의류부터 상당한 무게가 나가는 가전제품까지, 온갖 재활용품을 거두고 분류하는 것은 중노동이나 진배없다. 하지만 현실적인 한계 때문에 매장 직원들에게 물가 수준에 맞는 급여를 주지 못하는 상황이다. 삼양동선교본당 주임 강현우 신부는 “이런 사실이 안타깝다”면서도 “책임감과 끈기를 가지고 일해주는 직원들에게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쉬는 날에도 출근하며 16년째 살림에서 일해온 최창란씨는 “좋은 물건을 사고 기뻐하는 손님들 얼굴을 보며 정말 재밌게 일했다. 저를 믿고 오는 단골도 30명도 넘는다”며 “힘이 닿는 한 계속 일하며 살림을 꼭 지켜내고 싶다”고 말했다.
기증 문의 : 010-5751-3978(월-금 오전 10~12시, 오후 2~6시)
이학주 기자 goldenmouth@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