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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8회 인권생명평화기행 참가자들이 삼척 맹방 해변에서 미사를 봉헌한 후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바다 위에는 항만 공사를 위한 배들이 떠있다. |
“비합리적이고, 비이성적이고, 반생명적이고, 반생태적인 일입니다.”
삼척석탄화력반대투쟁위원회 성원기(토마스 모어, 강원대학교 명예교수) 공동대표는 “삼척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며 이같이 호소했다.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하성용 신부, 이하 정평위)는 1일 제8회 인권생명평화기행을 열어 강원도 삼척 일대를 순례했다. 이번 인권생명평화기행에는 정평위 관계자들과 신자 20여 명이 함께 했다. 참가자들은 삼척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반대와 탈핵·탈석탄·탈송전탑을 촉구했다.
참가자들은 맹방 해변에서 탈핵·탈석탄·탈송전탑을 촉구하는 미사를 봉헌했다. 맹방 해변은 포스코 자회사인 삼척블루파워가 삼척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사용할 석탄을 운반하기 위해 항만공사를 하는 곳이다. 공사 현장에 가까이 갈수록 해변의 상태는 맨눈으로 보기에도 상당히 훼손된 상태였다. 해변이라기보다는 공사 현장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해안은 침식됐고 바다에는 방파제를 짓기 위해 떠다니는 배들이 연신 검은 연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석회석 폐광산에 쌓여있던 폐석들을 바다에 집어넣으면서 작은 섬들이 생기기도 했다.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장 하성용 신부는 미사 강론을 통해 “우리가 이 자리에 있는 것은 우리와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는 분들, 그분들의 지향에 함께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하는 일이 큰일이 아니고 드러나는 일은 아닌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우리가 삶의 자리에서 조금 더 하느님의 뜻에 맞게 신앙인답게 살아간다면 하느님께서도 기뻐하실 것”이라고 전했다.
참가자들은 미사 후 상맹방 해변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석탄을 운반하기 위해 항만공사가 진행되는 곳까지 탈핵·탈석탄·탈송전탑을 촉구하는 순례를 진행했다.
삼척 석탄화력발전소는 2018년 공사를 시작해 2024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삼척 석탄화력발전소는 삼척 시내에서 가까운 지역(발전소 반경 5㎞ 안에 삼척 시내 위치)에 자리 잡고 있는 데다 내륙에 자리 잡고 있어 해상까지 석탄을 이송하는 터널 공사가 필요하다. 이에 따라 환경파괴 우려가 큰 상황이다. 활동가들에 따르면 해안은 이미 상당 부분 침식이 일어났고 바다 수온도 올라간 상태다.
한편, 신규 석탄발전소 철회를 위한 탈석탄법 제정에 관한 청원은 9월 29일 기준 5만 명을 넘어섰다. 등록된 청원은 30일 이내에 100명이 찬성하면 청원 요건을 검토한 뒤 공개되고, 공개된 뒤 30일 이내에 5만 명의 동의를 받으면 접수된다. 이에 따라 이번 청원은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에 회부될 예정이다. 탈석탄법 제정을 위한 시민사회연대(이하 시민사회연대)는 30일 입장문을 통해 “기후 재난의 시대에 석탄발전 건설이 계속되며 기후 위기와 공익 침해가 명백히 벌어지는데도 정부와 국회는 기업 이익의 논리에 갇혀 수수방관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회 여야는 탈석탄법 제정을 당론으로 정하고 조속히 입법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며 “국회와 정부는 구호로만 기후위기 대응을 외칠 게 아니라 지금 당장 시급한 과제인 석탄발전 건설 철회를 위한 법제화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시민사회연대는 앞으로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5만 행동 달성의 경과와 의미를 설명하고 국회에 대한 요구와 행동 계획 등을 발표할 예정이다.
도재진 기자 djj1213@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