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 ''세계 양질의 노동의 날'' 맞아 수도자·신자들 함께
▲ 서울 서초구 파리바게뜨 양재 본점 앞에서 7일 한 수도자가 파리바게뜨 노동자들의 권리 보호와 증진을 위한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위원장 김시몬 신부, 이하 노동사목위)는 7일 ‘세계 양질의 노동의 날’을 맞아 SPC그룹 파리바게뜨 노동자들의 권리 보호와 증진을 위한 릴레이 1인 시위를 진행했다.
서울 서초구 SPC 본사 맞은편에 위치한 파리바게뜨 양재 본점 앞에서 진행된 1인 시위에는 수도자와 신자들이 함께했다. 참가자들은 파리바게뜨에 노동조합 탄압 중지와 노동자의 존엄 존중, 노동기본권을 준수하라고 촉구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22 세계 평화의 날 담화에서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한 일은 세계 전역에서 공동선과 피조물 보호를 지향하는, 온당하고 품위 있는 노동 조건을 증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노동사목위는 노동자의 존엄과 권리를 침해하는 현실에 맞서 특별 연대 활동을 펼치는 차원에서 1인 시위를 기획했다. 앞서 노동사목위는 2021년 7월 파리바게뜨의 불법파견 노동문제와 노동조합 탄압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시민사회 연대체인 파리바게뜨 노동자 힘내라 공동행동에 동참해 파리바게뜨 직영매장 인근에서 매주 선전전을 벌여왔다.
노동사목위원장 김시몬 신부는 “세계 양질의 노동의 날을 맞아 현재 진행 중인 SPC그룹 사안에 대해 우리도 파리바게뜨 노동자들과 연대하기 위해 1인 릴레이 시위를 기획했다”며 “더 많은 사람에게 SPC그룹, 그리고 대기업 제빵회사에 대해 알리고 10월 20일에 있는 1000명 시위에 참여하려 한다”고 전했다.
2017년 6월 파리바게뜨 가맹점 제빵기사 불법 파견 논란이 불거졌다. 고용노동부는 2017년 9월 파리바게뜨의 불법파견과 임금체불 등의 근로감독 결과를 발표하고 불법파견 제빵기사 등 직접고용 지시와 연장·휴일근로수당 등 체불임금을 지급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파리바게뜨는 2018년 1월 노동자 직접 고용, 3년 내 본사 정규직과 동일 임금 맞추기, 부당노동행위 관리자 처벌 등의 내용이 담긴 ‘사회적 합의’를 약속했다.
하지만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는 파리바게뜨가 사회적 합의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사회적 합의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쟁점은 파리크라상(본사) 정규직 노동자와의 임금 격차 문제다. 파리바게뜨 노동자 힘내라 공동행동에 따르면 피비파트너즈(파리바게뜨 가맹점에서 근무하는 제과, 제빵, 샌드위치, 음료 제조 기능인력을 전문적으로 육성, 관리하는 SPC 그룹 계열 자회사) 노동자의 임금 수준은 본사인 파리크라상 노동자의 80 수준이다. 노조에 따르면 SPC 측은 임금 수준이 동일하다고 주장하지만 확인을 위한 급여규정과 호봉표는 개인정보 유출을 이유로 제출하지 않고 있다.
한편, 서울중앙지법은 4일 파리크라상이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파리바게뜨지회 등(이하 노조)을 상대로 한 업무방해금지 등 가처분을 일부 인용했다. 법원은 파리바게뜨가 사회적 합의를 일정 수준 이행했고 이행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판단했다. 파리크라상이 제출한 임금 내역 등 자료를 종합하면 파리크라상은 사회적 합의에 따라 피비파트너즈가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게 했고 임금도 파리크라상 노동자들과 동일한 수준으로 지급하기 위해 유의미한 노력을 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노조는 앞으로 집회와 기자회견 등에서 ‘사회적 합의를 이행하라’는 문구를 사용하지 못하게 됐다. 법원은 노조가 이를 위반할 경우 1회당 100만 원을 파리크라상에게 지급하도록 했다.
이에 노조는 성명을 통해 “노조가 말하는 문구가 명예훼손에 해당하고 업무방해에 해당한다면 회사는 손해배상을 청구하거나 형사 고소를 통해 실제 위법행위에 해당하는지 본안에서 가려보면 될 일”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합의를 이행하라’는 말도, ‘불법행위를 중단하라’는 말도, 법에 보장된 ‘휴식권을 보장하라’는 말도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언로 자체를 막는 것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훼손하는 일이다. 법원 역시 민주주의의 토대에 서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며 “법원이 민주주의에 대항할 수 있을 때는 오직 소수자를 보호할 필요가 있을 때임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판결은 노동자들의 기본적인 언로조차 막으려는 것으로 헌법적 한계를 벗어난 것”이라며 “기본권 보장의 보루여야 할 법원이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 높였다.
도재진 기자 djj1213@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