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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예진의 토닥토닥] (40)비울 수 있는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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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예진 회장



오늘 하루도 잘 보내셨나요? 직장인에게는 평일이 그다지 달갑지 않습니다. 많은 직장인이 우스갯소리로 “출근할 때 마음을 주차장이나 회사 입구에 걸어두고 퇴근하면서 찾아간다”고 하지요. 아무래도 실적에 따라 연봉이 결정되고, 나만 잘한다고 해서 되는 조직 생활이 아니다 보니 여러 가지 고충이 있습니다. 특히 더 이상 많은 사람이 타인이나 조직에 기대를 하지 않습니다. 점점 파편화되는 삶 속에서 조직에서의 개인도 그렇게 되고 있는 것이지요.

최근의 추세를 보면 신입사원 10명 중 8명은 1년 이내에 이직한다고 합니다.(잡코리아, 2021) 10년 전에는 10명 중 3~4명에 불과했으니 그사이 세태가 크게 변했음을 짐작하게 합니다. 코로나로 재택근무가 늘면서 동료 간의 소통이 줄어들고 소속감이 떨어지는 탓에 입사 후 재직 기간이 더 줄어든 면도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연봉이나 근무 환경의 격차로 인해 더 좋은 일자리를 찾아가기 위한 면도 있습니다.

3년 취업 준비 끝에 부모님의 반강제적인 권유로 중소기업에 취업한 영식씨는 회사 생활을 참 열심히 합니다. 아침엔 선배들보다 일찍 출근하고, 퇴근도 선배들보다 늦는 편입니다. 잘 적응하려고 노력 중이지요. 그런데 친구들 모임에 가서 대기업에 입사한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움츠러들곤 합니다. 급여도 대우도 훨씬 좋으니까요. 하는 일도 더 폼 나고 중요해 보입니다. 집에 돌아오는 길, 영식씨는 고민에 빠집니다. 회사를 그만둬야 하나? 대기업이나 공기업 입사를 목표로 다시 취준생이 되어야 하나? 친구들 모임에 나가질 말아야 하나?

심리학자 해머체크는 부적응적 완벽주의란 개념을 내세웠는데요.(1978) 스스로 과도한 기준을 세워 타인의 기대에 맞추려고 하고 그렇지 못한 경우 자신을 비난하는 것을 뜻합니다. 자신을 타인의 눈으로 바라보면 늘 부족한 사람으로 여겨지고 무가치해 보이며 비난의 대상이 되곤 합니다. 이러한 태도는 어릴 때 환경에서 영향을 받습니다.

우리는 경쟁해야 발전한다고 아이들을 끊임없는 경쟁으로 내몹니다. 옆집의 누구를 봐라, 너희 형은 잘하지 않느냐 하고 비교를 합니다. 이는 성장의 씨앗이 되기도 하지만, 과도하면 결국은 누군가 한 명이 죽지 않으면 내가 죽는단 논리를 낳기도 하지요. 따라서 경쟁이 습관이 되면 다른 사람이 비교하지 않아도 내 안에서 스스로 비교 기준이 생기고 더 큰 비판자가 존재하게 됩니다. 이래서 얻는 것은 대체 무엇일까요?

스스로 나를 평가하고 비난하는 일을 멈춰야 합니다. 물론 상당한 용기가 필요한 일입니다. 오래된 익숙한 패턴에서 벗어난다는 건 힘든 일이니까요. 늘 굴려왔던 쳇바퀴를 멈추는 일은 왠지 모르게 내가 패배자가 된 느낌을 안겨주기도 합니다. 그런데 ‘할 수 있는 것’과 ‘해야 하는 것’은 다릅니다. ‘해야 한다’는 강박적 사고에 밀려서 ‘할 수 있는 것’을 왜곡하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그리고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내가 진정 원하고 바라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기도를 통해 하느님과 대화를 해보세요. 내 마음이 비워질 때, 주님이 함께하시는 충만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겁니다. 주님은 신비로운 분이십니다. ‘내가 아는, 내가 해야 하는’ 좁고 작은 영역에 나를 가두지 말고, 하느님께 나를 맡기세요. 나를 비울 수 있는 용기는 하느님이 주시는 자유롭고 큰 세상을 만나게 합니다.



※자신, 관계, 자녀 양육, 영성 등으로 심리·정서적 어려움이 있으신 분은 메일(pa_julia@naver.com)로 사례를 보내주세요. ‘박예진의 토닥토닥’을 통해 조언해드리겠습니다.



박예진(율리아) 한국아들러협회장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2-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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