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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예진 회장 |
상담과 교육을 하다 보면, 처한 환경이나 상황이 너무 힘들어서 ‘어떻게 저리 버티고 있나’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누가 봐도 좋은 환경인 것도 많은데 상대적인 박탈감과 공허함으로 고통을 느끼는 사람도 있습니다. 사람마다 자신을 보고 느끼는 정도가 다르니 당연합니다. 그런데 이 말은 ‘사람마다 어떤 의지를 갖느냐에 따라서 개선의 효과가 달라진다’는 의미와 같습니다.
상담을 받을 때, 보통 시작한 지 3~4주 정도에 변화가 가장 많이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이는 상담의 전문성도 중요하지만, 내담자에 의한 변수도 많다는 뜻입니다. 연구에 의하면 자동차 사고나 죽음의 목격, 폭력 및 학대 등에 노출되는 사건을 경험했을 때 외상 후 스트레스로 발전하는 경우는 15 미만이고 대략 40~50는 저절로 호전된다고 합니다. 사실 많은 경험이 반복되고 나서도 시간이 지나면 둔감 되긴 합니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닥친 환경에 잘 적응할뿐더러 심지어는 너무 고통스러운 기억도 지워버리고 내일을 위해 또 살아가기도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일상을 살아가기 어려울 겁니다. 어쨌든 이 또한 지나가고 내일은 내일의 해가 뜨니까요.
하지만 이런 부분을 스스로 느끼는 것과 강요받는 건 또 다른 문제입니다. 우리는 흔히 다른 사람들의 고통과 고민에 대해서 아무렇지 않게 “뭘 고민해? 어차피 다 지나갈 것을”이라고 말합니다. 심지어는 다른 사람과 비교까지 하지요. “저기 TV에 나오는 누구는 어릴 때 그렇게 고생했어도 저렇게 성공했다, 너는 무슨 핑계가 그리도 많니?”, “누구나 다 그 정도 고생은 하는 거지. 왜 이렇게 혼자만 유난을 떨어?”
윤형씨도 이와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어릴 때부터 공부를 잘해서 부모님의 칭찬을 받던 윤형씨에게는 성적이 우선순위입니다. 그러니 공부가 잘되는 환경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윤형씨의 동생은 늘 시끄럽고 말이 많습니다. 윤형씨에게는 그게 참 스트레스입니다. 민감해진 윤형씨가 버럭 소리라도 지르면 어머니는 야단을 칩니다. “환경이 어떻든 뭔 상관이냐”며 “너의 집중력이 부족해서 그런 게 아니냐”고요.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요? 바로 ‘공감’입니다. 사람은 공감을 받는 정도에 따라서 더 나아갈 힘을 얻기도 합니다. 심리학자 카커프는 ‘공감의 다섯 가지 수준’에 대해 말했습니다. 이를 윤형씨의 상황에 대입해 설명해보겠습니다.
우선 1수준은 “왜 화를 내고 그래?”와 같이 언어와 비언어적 표현 등에 의미를 기울이지 않아 상대방이 원하는 수준에 못 미치는 경우입니다. 윤형씨의 성적에 대한 압박이나 외로움을 부모님이 몰라주어 원활한 소통이 안 되는 것이지요. 2수준은 “동생이 노느라 그럴 수도 있지”처럼 상대방이 겉으로 표현한 감정에만 반응하고, 정작 중요한 감정은 제외시키는 경우입니다. 3수준은 상대방이 표현한 것과 같은 의미를 사용하여 의사소통이 되는 수준입니다. “시끄러웠구나. 엄마가 동생 조용히 시킬게”와 같은 반응입니다. 4수준은 상대방의 내면적인 감정을 표현해주면서 반영하는 것입니다. “그래, 시끄러워서 집중하기 어려웠구나. 공부할 때는 조용히 해주는 게 좋겠지?”처럼요. 끝으로 5수준은 상대방의 깊은 내면과 소통하며 성장까지 지원하는 것입니다. “열심히 하는데 시끄럽게 해서 미안. 엄마는 어떤 상황에서도 네가 잘할 수 있다고 믿지만 조금 더 힘낼 수 있도록 도울게.”
여러분은 지금 어떻게 공감하고 반응하고 계신가요? “남이 너희에게 해 주기를 바라는 그대로 너희도 남에게 해 주어라.”(루카 6, 31) 공감을 받고 싶다면, 나부터 하면 됩니다.
※자신, 관계, 자녀 양육, 영성 등으로 심리·정서적 어려움이 있으신 분은 메일(pa_julia@naver.com)로 사례를 보내주세요. ‘박예진의 토닥토닥’을 통해 조언해드리겠습니다.
박예진(율리아) 한국아들러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