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4인이 함께 거주하는 애지람의 자립홈에서 발달장애인들이 미소 짓고 있다. 애지람 제공 |
발달장애인 가족을 위한 강연회가 11월 4일 서울대교구청에서 열렸다. ‘탈시설화와 최중증 및 고령 장애인의 요양·돌봄 서비스’를 주제로, 강연은 애지람 발달장애인통합지원센터 원장 엄삼용 수사(작은형제회)가 맡았다. 애지람은 장애 정도가 심한 장애인을 위한 거주시설(이하 시설)을 비롯해 지역사회에 위치한 그룹홈과 독립홈으로 이루어져 있다. 2~4인이 거주하는 자립홈과 장애인 홀로 살고 있는 독립홈에는 비교적 의사소통이 원활하거나 훈련을 통해 스스로 일상생활이 가능해진 장애인들이 지낸다. 자립홈에는 사회복지사가 출퇴근하며 장애인을 돌보고 있다.
발달장애인 부모 68명이 참여한 강연에서 엄 수사는 탈시설을 ‘장애인 개개인에게 가장 적합한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글자 그대로 시설에서 내보내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그러나 그는 “현재의 우리나라 탈시설 정책은 자립생활주택 말고는 유의미한 지원을 찾을 수 없다”며 “한 아이를 위해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발달장애인을 위해서는 몇 개의 마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애지람의 경우만 해도 이용자 40명 중 24명이 자립홈과 독립홈에 거주하고 있으나, 이 과정까지 무수한 시행착오를 겪었다. 엄 수사는 “일렬로 돼 있는 출입문 자물쇠 비밀번호 2580을 기억하는 것조차 발달장애인에게는 수많은 반복과 훈련이 필요했다”며 “10년 내 장애인거주시설을 폐쇄한다는 탈시설 로드맵은 성급한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제대로 된 대안 없이 UN 장애인권리협약을 의식한 실적주의 정책은 시설이 필요한 장애인까지 내보내는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며 “광활한 장애 스펙트럼을 면밀히 이해하여 개개인 특성에 맞는 돌봄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전했다.
시설의 변화 필요성에도 주목했다. 그는 “장애인이 거주하는 공간이 시설이든 자립생활주택이든 입장 바꿔 생각했을 때 ‘내가 살고 싶은 곳’이어야 한다”며 “거주하는 이가 ‘우리집’이라는 생각이 들도록 가정적이고 안전환 환경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발달장애인 자녀를 키우는 그 부모에게 “병을 앓는 것은 장애인이 아닌 장애인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 사회”라며 “장애인 또한 한 인격체로서 존중받으며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발달장애인 부모들의 적극적인 행동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강연을 찾은 이진희(젬마, 잠원동본당)씨는 “탈시설 정책의 방향을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 알 수 있었다”며 “우리 아이가 중년이 되어 혼자 있을 때 잘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데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김민서(엘리사벳, 대방동본당)씨도 “더 많은 아이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소회했다.
박예슬 기자 okkcc8@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