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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군종신부!] (19)

어머니들이 해주시는 따뜻한 밥 한 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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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을 때는 바위를 먹어도 소화를 시킨다고 했든가. 갓 입대한 스무 살 초반의 젊은이들은 식욕이 왕성하고 소화도 잘 시킨다. 무엇을 먹어도 돌아서면 배고픈 때다. 나 또한 경험해 봤다.
 신병교육대 6주 훈련 기간에 4주간은 배가 고팠지만 어쩔 수가 없어서 마인드 컨트롤을 했다. `나는 배부르다. 정말 배부르다`를 수도 없이 되뇌며 배고픔을 달랬다. 하지만 마지막 2주는 마인드 컨트롤 마저 무용지물이 돼 아무리 `배부르다`를 외쳐도 주린 배는 채워지질 않았다.
 작업 중에 소대장이 자기 돈을 들여 사줬던 자장면 한 그릇은 천상궁중의 산해진미보다 맛있었고, 벼를 베는 대민지원 봉사에 나가서는 흰 쌀밥을 목구멍까지 차도록 얻어먹어보기도 했다. 이루 말할 수 없이 맛있는 음식이었다.
 그리고 군 입대 전에는 어머니께 투정부리며 먹던 밥과 된장찌개, 김치찌개가 군대만 오면 어찌나 생각이 나던지…. 휴가 나가면 어머니가 해주신 밥을 배 터지도록 먹어야지 하고 결심도 했었다.
 이런 생각이 간절해서였을까. 사단 성당에서는 꿈도 못 꾸던 일을 감행하기로 했다. 병사들에게 점심을 해주기로 한 것이다. 사단급 성당에서는 신자 가족이 얼마 없어서 엄두가 나질 않는다. 그러나 삼위일체성당에서는 구역과 반이 많았고, 돌아가면서 해도 1년에 한 차례 정도 봉사를 하면 됐기에 한 끼 점심밥을 해주자고 제안을 했던 것이다.
 "주일미사가 끝나고 부대에 가면 밥을 주는데 왜 성당에서 점심밥까지 해줘야 하느냐"는 항의를 받아가면서도 끝까지 밀고 나갔다.
 150명 가량의 병사를 위한 점심을 매주 준비해야 했다. 다행스럽게도 요즘은 사단급 성당에서도 밥을 해주는 곳이 있다. 정말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부대에서 주는 점심도 있지만, 엄마들이 해주는 따뜻한 밥 한 그릇을 성당에서 먹여 보자는 것이다. 어머니들이 조금만 희생하면 그 병사들은 군 생활하면서 진짜 맛있는 밥을 성당에서 먹었다고 50년 동안 이야기할 것이라고 말이다. 정말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주자고 강조하면서 밥을 해줬다.
 어머니들 정성이 들어간 맛있는 밥이 효과를 냈는지 병사들의 주일미사 참례가 눈에 띄게 좋아졌다. 병사들에게는 크나큰 추억이 됐음이 틀림없었다. 밥 먹으면서 미소 짓던 얼굴들이 생각난다. 참 행복한 표정이었다. 밥해주시던 자매님들도 점점 기쁜 마음으로 봉사를 해주셔서 참으로 기뻤다.
 "그때 밥 얻어먹었던 놈들아, 그때 먹었던 밥값 잘하면서 살거래이. 알았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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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8-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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