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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에 평화를] 요셉의원 선우경식 원장 떠나던 날

''노숙인의 아버지''…숭고한 당신의 사랑 잊지 않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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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전에 환자를 진료하던 선우경식 원장의 모습
 

2006년 위암 수술을 받은 뒤 투병 중에도 병고를 꿋꿋하게 이겨내며 틈나는대로 요셉의원을 찾아 환자들을 돌보던 선우경식(요셉) 원장은 최근 병세가 다시 악화돼 뇌사 상태에 빠졌고 18일 결국 길지 않은 생을 마감했다.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장으로 엄수
 ○…고인의 장례미사는 수많은 이들의 애도 속에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과 염수정 총대리 주교, 사회사목담당 김운회 주교 공동집전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장으로 엄수됐다.
 이날 장례미사에는 유가족과 선우 원장에게 무료 진료를 받았던 환자, 요셉의원 자원봉사자를 비롯해 한 평생 소외된 이들의 벗으로 살다 떠난 고인의 영원한 안식을 기원하러 모인 사제ㆍ수도자ㆍ평신도 1500여 명이 명동성당 통로와 입구까지 가득 메웠다.
 장례미사가 봉헌되는 동안에도 슬픔과 오열을 참지 못한 많은 이들은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어 손수건으로 닦아내며 눈물바다를 이뤘다.
 미사 후 이어진 영결식에서는 한국가톨릭문인회 회장 조창환(토마스 데 아퀴노) 시인과 23년 전 고인의 치료와 헌신으로 노숙과 알코올 중독의 삶을 청산했던 안근수(안드레아)씨가 조사를 낭독하며 고인을 추모했다.
 특히 안근수씨는 "24시간 술에 젖어 온갖 사고를 도맡아 저지르던 자신을 아무 말 없이 치료해 주고 돌봐줬던 원장님이 있었기에 오늘의 제가 있다"고 회고하며 목이 메여 말을 잇지 못했다.
 "원장님과의 약속을 지키며 살고 있는 저보다 먼저 떠나시는 원장님을 보고 있으니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다"는 안근수씨는 "평생을 부모 없이 고아로 살아왔기에 항상 원장님을 아버지라고 부르고 싶었다"고 고백하며 큰 소리로 "아버지"를 외쳤다.
 모든 이들의 눈물과 아쉬움 속에 영결식을 마친 고인의 유해가 운구차에 실리자 고인의 어머니는 복받치는 슬픔을 참지 못하고 다시 오열해 참례자들을 더욱 안타깝게 만들었다.
 한편 고인의 유해는 고인이 무료 진료를 펼쳐 온 서울 영등포 요셉의원을 거쳐 장지인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 길음동성당 묘원에 안장됐다.

교회 안팎에서 조문 행렬 이어져
 ○…이에 앞서 강남성모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선우 원장의 빈소에는 18일 아침부터 그리스도의 뜻을 따라 복음적 삶을 살다간 고인의 죽음을 애도하는 교회 안팎의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김수환 추기경과 정진석 추기경, 이명박 대통령 등이 조화를 보내 고인의 죽음을 애도했다. 또 1987년 8월 서울 신림동에서 요셉의원 개원 미사를 집전했던 당시 서울대교구 강우일 주교(현 제주교구장)는 바쁜 사목일정에도 불구하고 멀리 제주에서 장례미사 전날 급히 상경, 조문한 뒤 연도(위령기도)를 바치며 고인의 영원한 안식을 빌었다.
 한승수(다니엘) 국무총리, 김성이 보건복지가족부 장관 등 교회 안팎의 인사와 학교 동창 등 3000여 명이 빈소를 찾아 명복을 빌었고, 수도자들과 신자들의 연도가 사흘 동안 끊이지 않았다.
 요셉의원 황돈(마태오) 사무장은 "소외된 환자를 돌보느라 일에 파묻혀 정작 자신이 암에 걸린 지도 모르고 살았고, 항암치료로 머리카락이 다 빠졌는데도 넉넉한 웃음으로 주위를 편안하게 해 주시는 분이었다"고 회고했다. 또 "원장님이 세상을 떠나신 후 빈자리가 크게 느껴지지만 지금도 많은 의사, 간호사 등 의료진과 자원봉사자, 후원자들의 참여로 요셉의원 운영에는 큰 어려움이 없다"며 "원장님의 삶에 감동받은 의사와 시민들의 자원봉사 참여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영호 기자 amotu@pbc.co.kr
사진=전대식 기자 jfaco@


 
▲ 고별사가 낭독되자 수도자와 신자들이 슬픔을 억누르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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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8-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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