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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군종신부!] (21)

찬바람ㆍ습기 잡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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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반 본당 신부들은 짧으면 3년, 길게는 5~6년을 한 본당에서 사목한다. 이에 반해 군종신부들은 보통 1~2년을 한 부대에 있게 된다. 그러다 보니 성당과 교육관, 그리고 사제관 등 여러 시설물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또 재정적으로 상황이 열악하다보니 쉽게 손을 대서 공사하기도 만만치 않다.
 대망의 2000년에 접어들어 모 부대 군종참모로 가게 됐다. 그 전에 미국에서 1년을 살다 들어와 보니 주민등록증도, 운전면허증도 바뀌어 있었다. 짧은 기간에 많은 것이 변했다.
 빨리 한국생활에 적응하려고 노력했다. 참모로 있다 보니 일도 많았다. 사단 목사ㆍ법사님과 함께 훈련 위문 및 인격지도 교육, 자살사고 예방교육 등 바쁜 시간을 보내다 추운 겨울을 맞았다.
 그런데 사제관이 옛날식 건물이었다. 창문이 나무문인데 뒤틀려 잘 닫히질 않아 그 틈으로 찬 바람이 쌩쌩 들어왔다. 경기도 포천 찬바람은 장난이 아니었다. 그래서 군종병한테 "겨울에 이 창문들을 어떻게 했느냐"고 물었더니 바깥쪽에서 비닐을 쳤다 걷었다 했단다.
 돈은 푼돈이 들었을지 몰라도 불편한게 이만저만이 아니고 환기도 문제였다. 하지만 본당 재정 형편상 도저히 공사를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아는 은인에게 긴급 도움을 타진했고 내 지갑을 털어서 창틀을 알루미늄 틀로 공사를 했다.
 기존 건물과의 조화는 뒷전이었고 찬바람이 들어오지 않아 너무 만족스러웠다. 그해 겨울 날씨가 영하 28도까지 내려갔다. 그러면서도 사제관은 습도가 상당히 높았다. 건물 지붕에도 올라가 확인을 해봐도 습기의 원인을 찾지 못했다. 그래서 공병장교를 불러 사제관 바로 옆 1m도 안 되는 거리에 있는 축대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곳은 항상 물기가 많아 눅눅했다.
 부대측의 허락을 얻어 공사를 시작했다. 나는 전문가는 아니었지만 보는 눈이 있었던 것 같다. 왜냐하면 그 축대를 굴착기로 제거하는데 물줄기가 솟구쳤다. 처음에는 수도관을 건드린 줄 알았다. 며칠을 놔둬서 계속 물이 솟구치면 수도관이고, 물 나오는 것이 약해지면 습기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틀 동안 줄기차게 나오던 물이 3일째 되자 사그러들었다. 축대를 철거하고 다시 공사를 해서 사제관에서 약 3m 정도 떨어진 거리에 더 높은 축대를 쌓았다. 생각보다 축대 쌓는 일이 시간도 많이 걸리고 힘도 많이 들었다. 다행히 사제관의 높은 습도는 사라지고 뽀송뽀송한 방 공기가 참으로 좋게 느껴졌다.
 지금도 군종사제들은 군인 관사나 군인 아파트, 민간인 아파트, 오래된 사제관에 구애를 받지 않고 어디서든지 살면서 꿋꿋하게 군 사목을 위해 청춘을 바친다. 묵묵히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그들에게 박수 한 번 보내주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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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8-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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