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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체험기] 의사소통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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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해프닝이 일어날 때가 종종 있다. 특히 우리 이주사목센터처럼 한국인과 외국인이 어울려 살아가는 공간에서는 더욱 그러한 일이 빈번하다.

첫 번째 에피소드. 센터에는 한국에 온지 이제 갓 2년 된 프랑스 신부님이 한분 계신다. 신부님은 아직 우리가 살고 있는 전라북도 내의 지역명을 다 파악하지 못했고, 이로 인해 재미있는 사건(?)이 일어나곤 한다.

어느 날인가, 나는 프랑스 신부님께 매주 수요일마다 ‘익산’에 위치한 ‘노동자의 집’에 가서 그곳의 노동자들과 함께 해주실 것을 요청했다.

그런데 내가 수요일에 출근해보니 신부님 역시 사무실에 계신 것 아닌가.

나는 신부님께 왜 익산에 가지 않았냐고 여쭙자, 신부님의 대답이 걸작이었다. “날씨가 흐리고 비가 올 것 같아서 산에 가지 않았어요”

순간 사무실은 웃음바다가 됐다. 프랑스 신부님은 ‘익산’을 지명 이름이 아닌, 산(山) 이름으로 오해한 것이다. 결국 내가 익산은 등산하는 산이 아닌 지역이름이라고 설명해주면서 사건은 일단락됐다. 프랑스 신부님은 얼굴이 빨개지면서 그 길로 익산으로 달려갔다는 후문.

두 번째 에피소드. 며칠 전 두 분의 자매님들과 함께 전주 신태인본당을 찾아가는 길이었다. 차를 타고 가던 중, 한 자매님이 내게 신태인성당 앞에 있는 ‘기도하는 여인상’을 본 적이 있냐고 물어왔다. 다른 자매님은 한술 더 떠 “성당 앞이니깐 기도하는 여인상이 있는 것이다”라고 설명까지 하는 것 아닌가.

나는 어이가 없어 두 분 자매님께 “혹시 정읍사라고 들어보셨나요?”라고 물었다. 두 자매님의 대답이 또 한 번 걸작이다. “아, 정읍에도 절이 있나요?”

나는 터지는 웃음을 참으며 “정읍사는 정읍에 있는 사찰이 아니라 정읍에서 만들어진 백제가요입니다”라고 알려드렸다. 성당 앞의 ‘기도하는 여인상’은 정읍사를 불렀다는 여인으로, 장사를 하러 나간 남편이 돌아오지 않자 밤마다 언덕 위에서 기도를 하며 기다리다가 돌이 된 여인이라는 설명과 함께.

그리곤 신태인본당 신부님을 만나서 점심을 함께 하는데 자매님들이 신부님께 또 그 여인에 대해 묻는 것이었다. “신부님, 정읍사가 뭔지 아세요?” 그러자 신부님의 대답. “그거 정읍에 있는 절이에요. 시청 옆에 있어요.” 우리 모두가 박장대소했다.

누군가와 ‘의사소통’을 한다는 것. 쉽지 않은 일이다. 같은 말을 들어도, 제 각각의 이해와 판단 속에서 그 말을 알아듣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말이 익숙지 않은 외국인 친구들의 경우는 더욱 어려움이 클 것이다.

오순절 성령강림 때 제자들의 말씀을 모든 사람들이 자신들의 언어로 이해할 수 있었던 것처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도 서로의 말씀을 잘 새겨듣고 이해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송년홍 신부 (전주교구 이주사목 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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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08-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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