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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군종신부!] (22) 달려오는 탱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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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년 전만 해도 군종신부가 부족해 사단급 성당도 다 채우지 못할 정도였다. 그러나 요즘은 대부분 사단급 부대에 신부들이 부임한다. 그래도 부대 주변에 공소가 많아 사목에 어려움이 많다.
 사단에 있다 해도, 공소가 있는 인근부대를 간다 해도 생활관(내무반)에서 병사들과 밀접하게 지내기는 어렵다. 그래서 중대별로 군종병을 임명한다. 군종병은 자기 보직을 맡으면서 군종병 역할을 해야 하기에 무척 힘이 든다.
 군종병은 힘들어하는 동료를 위로하고 신앙적으로도 모범이 돼야 한다. 성당에 와서는 청소를 하고 주보도 나눠 주며 전례도 담당한다. 성가대를 대신해 목소리 높여 성가도 불러야 하고, 미사 끝나고 나오는 병사들에게 빵도 나눠줘야 한다. 군종병은 식사도 제일 나중에 해야 한다. 이런 모든 것들이 사회에서는 아무것도 아닌 듯하지만, 군대에서는 큰 희생이다.
 그래서 신부는 군종병들을 주기적으로 모아 교육을 한다. `군종병 집체교육`이라는 것이다. 사단 휴양소나 성당 교육관에서 주로 교육을 하며, 적게는 30~40명, 많게는 100명 가량이 모인다. 집체교육을 하면 군종교구에서도 지원금을 보내주는데, 아주 유용하게 사용한다.
 교육은 우선 군종병들이 수고해주는 것이 고마워서 잘 먹이는 것으로 시작한다. 무진장 먹는다. 그렇게 많이 먹고 탈 나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을 비웃기라도 하듯,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서 밥 한 그릇을 거뜬하게 뚝딱 비운다. 놀라운 소화력이다.
 하기는 나도 병사 시절 벼 베기 대민지원에 나가서 밥을 참 많이도 먹었다. 아니 목구멍까지 차도록 퍼 넣었다. 그 시절엔 배탈이란 말은 사전에 없었다. 자식들 입으로 밥 들어가는 것이 제일 기쁜 게 부모 마음이라 했던가. 그 심정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됐다.
 그리고 전례교육과 부족한 교리교육을 한다. 또 빠질 수 없는 게 체육 활동이다. 보통 축구를 많이 한다. 여자들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것이 군대 얘기와 축구 얘기라고 하지만, 군대에서 축구시합한 얘기를 하면서 많이 웃는 게 남자들이다.
 난 군종신부 생활을 조금 오래 한 편이다. 마흔 살 전에는 병사들과 축구를 겁 없이 했다. 그런데 마흔이 넘어서는 병사들과 같이 축구하는 것이 무서워졌다. 공이 있는 곳으로 뛰어가다보면 반대편에서 뛰어오는 것이 사람이 아니라 마치 탱크가 달려오는 것 같아 얼른 피하곤 했다.
 잘못 부딪쳤다가는 뼈가 부러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 일단은 피하고 본다. 피하는 기분이 참 묘하다. 그러면서도 젊음이 무척 부러웠다. 그리고 같이 놀아준(?) 그 아이들이 참 고마웠다.
 지금은 제대해서 열심히 성당에서 봉사하고 있겠지. 그때 축구했던 병사들! 이제는 많이 먹지 마, 살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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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8-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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