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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체험기] 봉사한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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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기 하나

전에 사목했던 본당에서 이주여성들을 위한 한국어 교실을 시작했다. 이름 하여 ‘무지개 어학당’. 어학당을 준비하는데 필요한 자원봉사자를 구하기 위해서 백방으로 노력을 했다.

그러다 모 대학교 학생들이 연결이 돼 찾아왔다. 그런데 이들이 처음 보자마자 하는 말이 내 마음을 참 아프게 했다. 내가 먼저 이들에게 우리 어학당이 무슨 일을 하는 곳이고, 따라서 교통비나 교재비나 아무 것도 도와줄 수 없는 형편이라고 설명을 했다. 그러자 학생들 왈, “우리도 바쁜 시간 쪼개서 봉사하는 것이니, 학점이나 봉사활동 점수에 반영될 수 있도록 최소한 어떤 증명서라도 발급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요?”

이 말을 듣자마자 큰 실망감이 밀려왔다. 봉사하러 온 사람들이, 봉사활동을 하기도 전에 그 대가를 바라는 모습이 무척이나 싫었다.

# 이야기 둘

익산 ‘성 요셉 노동자의 집’에서 있었던 일이다. 한번은 그곳 실무자로부터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내용인 즉슨, 한 봉사자가 내가 보조금을 착복했다고 말하며 돌아다닌다는 것이었다. 사연을 들어보니, 내가 교통비도 넉넉하게 지급하지 못했고 다른 부수적인 지원도 해주지 않아서였다.

이 말을 듣는 순간 마음이 착잡해졌다. 실무자에게는 아직 보조금이 나오지 않아서 그런 것이고, 예산안에 편성이 되어 있지 않아서 신경을 쓰지 못한 것이라 설명하라고 했다. 마음이 아팠다. 늘 빠듯하고 부족한 형편이 안타까워 내 쌈짓돈까지도 모두 쏟아 부었는데, 내가 보조금을 착복했다니….

# 이야기 셋

전주교구 전북이주사목센터 안에는 ‘온가’라는 우리농산물 판매 매장이 있다. 그곳에서 봉사하는 자매님들과 회의를 하다보면 꼭 나오는 말들이 있다.

“먼저 신부님은 우리들 꽃구경도 시켜주시고 자주 놀러 가셨는데….”

“먼저 신부님은 늘 맛있는 음식을 사주셨는데….”

“지금 신부님은 그런 것도 없어요.”

나라고 그렇게 하고 싶지 않을까? 나는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봉사는 어떤 대가를 받고 하는 것이 아니에요. 예수님의 마음으로 그냥 봉사하는 거예요”라고 응수하고 그냥 지나간다.

‘봉사’라는 것. 어떻게 해야 되는 것일까? 내가 사제의 길에 들어서면서 택한 성경구절이 생각난다. ‘사람의 아들은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고, 또 많은 이들의 몸값으로 자기 목숨을 바치러 왔다’(마르 10, 45).

이것 저것 다 챙겨가면서 하는 봉사가 과연 진정한 봉사일까? 그건 그냥 사람들과 함께하는 어떤 행동일 뿐이다. 예수님처럼 가진 것 다 내어주고 버리면서, 목숨까지 바쳐 봉사하는 것이 참된 봉사다. 그것이 내 이웃을 살리는 길이고, 나도 사는 길이다. 우리 모두가 이러한 마음가짐으로 봉사에 임해주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송년홍 신부 (전주교구 이주사목 전담)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08-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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