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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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에 평화를] 환경의 날 특집 - 생명의 강 순례단 서울 도착하던 날

생명의 젖줄 지키기, 이제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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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에 처한
금수강산을
지키기 위해
천주교인을 비롯한
종교인들이
발벗고 나선 지
103일 만에
종착역에 다다랐다.
하지만 종착역에
도착했다고
멈출 수는 없다.
지금부터가
시작이라고
분명히 말하는
종교인들의
발걸음에
힘이 실렸다.



 
▲ 천주교ㆍ개신교ㆍ불교ㆍ원불교 4대 종단 성직ㆍ수도자와 종교시민환경단체 관계자 등 1500여 명이 5월 24일 `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 순례단과 합세해 서울 보신각까지 순례를 하고 있다.
 
▨ 생명과 평화의 강 모심 대행진

생명이 숨 쉬는 우리 생명줄인 강과 산을 지키려는 종교인들의 거룩한 발걸음이 5월 24일 종착지 한강에 멈췄다. 출발 당시 영하 15도였던 기온은 100여 일이 지나자 영상 30도 가까이 올라가 여름을 재촉하고 있었다.
 지난 2월 한강 하구 경기도 김포 애기봉전망대를 출발한 `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단장 이필완 목사) 순례단이 낙동강과 영산강, 한강, 금강을 계절이 바뀌도록 걸은 소감은 한결같았다.
 "강은 어머니 젖줄처럼 생명을 품고 있다."
 그들은 강을 따라 처음 마음가짐 그대로 걸으면서 강과 닮아 있었다. 아니 영원히 변치않는 강처럼 살아가고 싶었을 것이다.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강변 백사장과 그 얕은 여울에서 흰수마자(한국 고유야생어종 1급)를 만났을 때는 만세 삼창을 외쳤다.
 하지만 그들 앞에 펼쳐진 강은 모두 자연 그대로 아름다운 모습은 아니었다. 악취와 함께 검은 얼굴로 숨을 가쁘게 몰아쉬는 처참한 낙동강을 바라보면서 인간의 오만과 탐욕, 개발과 물질 만능주의의 산물을 고스란히 목격했다. 순례단은 그때 마음 한 구석이 강물처럼 검게 변했다.
 그들이 한강 줄기 잠수교 북단에 다다르자 종교시민환경단체 관계자 1500여 명이 반갑게 맞이했다. 이들은 반포대로를 지나 남산을 넘어 보신각으로 이어지는 7㎞를 함께 걸었다.
 남산을 넘을 때 운하백지화국민행동이 준비한 모형 컨테이너선이 등장했다. 순례단과 일행은 배가 산을 넘는 퍼포먼스를 연출했다. 이때 누군가 탄식했다. "운하가 건설되면 정말 배가 산을 넘겠구나…."
 묵주를 손에 쥔 채 순례단을 따라나선 공남이(막달레나, 예수수도회) 수녀는 "103일간의 고통은 예수님 부활처럼 기쁨과 신비로 다가올 것이라 믿는다"며 "대운하가 백지화되는 날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순례단과 일행은 숭례문 앞에서 잠시 걸음을 멈췄다. 처참하게 불탄 숭례문이 둘러쳐진 펜스 사이로 얼굴을 내밀었다. 이들이 숭례문 앞에 모인 이유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개방해 참사를 당한 숭례문처럼 대운하도 한반도를 죽음으로 몰아갈 것이라는 점을 경고하기 위해서다.
 서울 보신각 앞에서 `흐르는 강물, 생명을 품다`를 주제로 열린 생명과 평화의 강 모심대회에서는 4대 종단이 공동성명을 발표, "정부는 하루빨리 한반도 운하 백지화를 선언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강과 산, 바다를 함부로 대하는 운하는 뭇 생명과 국민의 생명을 공멸의 길로 내모는 역천(逆天)의 발상"이라고 경고했다.
 창작판소리패 `바닥소리`가 우리 전통의 소리를 선사하며 본 행사는 막이 올랐다. 순례단에게 대운하 반대 시집을 증정하며 노고에 감사를 표했다. 경부운하 반대 건설예정지 답사자들의 청소년 모임 백동훈(18)군은 "인간의 욕심에 할퀴고 찢긴 강줄기를 볼 때마다 가슴이 아팠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날 행사는 순례단과 시민이 어우러져 운하건설 반대를 외치는 잔치로 이어졌다. 중학교 3학년생 김가람 양은 "대운하를 막고 싶은데 할 수 있는 게 노래뿐"이라며 `하늘은 파랗게~`로 시작되는 `아름다운 강산`을 우렁차게 불렀다.
 `생명의 강을…` 순례에 천주교 대표로 완주한 김규봉(운하백지화 천주교연대 공동대표) 신부는 "103일간의 걸음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순례를 통해 체득한 강에 대한 사랑으로 운하 계획을 막기 위한 본걸음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연홍(56, 대한불교조계종 포교사단) 부단장은 "인간이 사는 세상은 자연과 하나이지 결코 둘이 될 수 없다"며 "자연을 파괴하면 결국 인간은 살아남지 못하므로 대운하는 반드시 백지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4대 종단 환경연대 등 전국 종교시민환경단체는 양극화 문제와 생태계 위기 문제를 함께 해결할 것을 다짐했다. 생명과 평화를 위해 종교 간 벽을 헐고 서로 손을 잡았다.
이힘 기자 lensman@pbc.co.kr


▨ 한반도 대운하는 자연질서의 착취

"생명의 원천을 파괴하겠다니..."

 국민 여론이 악화되자 이명박 정부는 대운하라는 말을 쏙 뺀 채 밀실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국토해양부 의뢰 대운하 연구원 김이태(한국건설기술연구원 첨단환경연구실) 박사가 5월 23일 한 포털사이트에 "4대 강 정비계획 실체는 대운하 건설"이라는 양심선언의 글을 올렸다.
 김 박사는 "제대로 된 전문가라면 운하건설로 인한 대재앙은 상식적으로 명확히 예측되는 상황"이라며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대운하 반대를 뒤집을 만한 대안이 없었다"고 고백했다. 종교시민환경단체들은 과학자의 양심선언을 크게 환영했다.
 운하백지화 종교환경회의 등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운하는 천연기념물 보호구역과 생태경관보전지역, 습지 등 440㎢(서울 여의도 면적의 52배)에 직접적 피해를 준다. 또 노랑부리백로(천연기념물 361호)와 얼룩새코미꾸리(멸종위기 야생동식물 1급) 등 한국 고유종 2종과 멸종위기종 58종, 조류 150여 종 등을 죽음으로 내몬다. 지정문화재 118점 등 350여 곳의 문화재도 물속으로 사라진다.
 교황청 정의평화평의회가 펴낸 「간추린 사회교리」 제10장 `환경보호`편에 따르면 대운하는 "자연질서의 착취이며, 자연을 기계론적ㆍ소비주의적 관점으로 볼 뿐만 아니라, 개발을 소비주의적 면에서 보고 존재보다는 행위와 소유에 우위를 두는 행위(466절 참조)"다. 또 "동물, 식물, 자연요소 등 다양한 사물을 인간이 자기 편의와 경제적 필요에 의해 사용하는 것을 금지한다"(466절 참조)는 가르침에도 어굿난다.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최기산(인천교구장) 주교는 환경의 날(5일) 담화에서 "대운하 건설은 우리 강들을 콘크리트로 재조성해 짐 실은 배가 다니는 운하로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생명의 원천인 산하를 파헤치겠다고 하니 걱정"이라고 밝혔다.
 최근 교계 환경사목단체와 수도회들은 `대운하 백지화 천주교연대`(공동대표 김규봉ㆍ오세향ㆍ박순희)를 출범해 대운하 백지화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백남석(운하백지화 종교환경회의) 상임대표는 "운하를 저지하려는 온 국민의 염원이 이제 실현될 것 같다"며 천주교연대 출범을 환영했다. 이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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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8-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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