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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신앙을 점(占)치는 사람들

점보고 고해성사 … 그들의 이중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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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러스트 엄미라(마리아)
 
“예수 믿는 사람들이 제일 많이 옵니다. 그게 뭐 잘못입니까. 성당 다니면서 좋은 마음으로 열심히 기도하고, 조상의 업도 같이 풀라고 말해줍니다.”

정계 실력자나 쟁쟁한 기업가들도 꽤 찾는다는 한 용한 보살이 하는 말이다. 점집 문앞에서 만난 한 여성 신자는 이렇게 말한다. “좀 꺼림칙하긴 하죠. 그래서 점 보고 나면 꼭 고해성사를 해요.”

가톨릭교회교리서 2116항은 “모든 형태의 점(占)을 물리쳐야 한다”고 가르친다. 미신은 우리가 “참 하느님께 드려야 할 예배에서 벗어나는 것”이고 점은 우상숭배처럼 미신에 속한다. 하지만 가톨릭 신자 중 4명 중 한 명 꼴로 점을 본 경험이 있고 10년, 20년 전에 비해 점 보는 신자들은 더 늘고 있다.

“점 보고 고해하는” 이중적인 신앙생활 속에서, 이제 신앙과 점술의 상관성이 신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그저 고해성사감 하나 늘어난 정도. 신앙은 신앙대로, 점은 점대로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다. 문제는 그 속에서 그리스도교 신앙이 혼란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점이다.

오랫동안 신흥종교현상을 연구해온 노길명 교수(고려대학교 사회학과)는 사람들이 점을 보는 심리적 원인으로 무속적인 한국 기층문화의 영향,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운 불안한 사회 상황, 자기가 부당하게 취급받는다는 상대적 박탈감 등을 꼽았다.

가톨릭 신자들이 유독 점술이나 신흥영성운동의 조류에 취약하다는 점은 신앙적 정체성과 자의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통념이다.

뚜렷하지 못한 신앙 정체성으로 인해, 이미 뿌리 깊은 무속적인 종교 심성과 접합되는 신앙 요소들을 선택적으로 수용해, 신앙과 점술이 큰 내면적 갈등 없이 공존한다. 결국 그리스도교 복음과 신앙이 기복적인 종교심성과 만나, 혼합주의적인 신앙이 되고, 기복적이고 개인 중심적인 왜곡된 신앙 형태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에 대한 해법은 크게 두 가지가 될 수밖에 없다.

하나는 점을 보는 행위가 교리적으로나 신학적으로나, 명백하게 신앙에 위배된다는 점을 신자들이 깨달아야 한다는 것이다. 비록 호기심에서라도 점술에 자기 운을 거는 것은 신앙에 반하는 행위임을 일깨워주어야 한다.

두 번째, 점술에 의지하는 신자들의 피폐한 정신 상황을 위로하는 사목적 배려가 필수적이다. 별들 위에, 우리와 동떨어져 존재하시는 초월적 하느님보다는 고통과 불안에 싸인 사람들 곁에 머무시며 위안과 위로를 주시는 주님의 모습을 교회가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눈앞의 결단에 도움을 주고, 비록 그 진정성이 의문스럽다고는 해도, 삶의 구체적인 상황들에 대한 속 시원한 해답을 주는 듯이 보이는 점술에 의지하는 신자들에게, 교회는 좀 더 구체적이고 친절하게 말을 건넬 필요가 있다.

이승환·곽승한 기자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08-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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