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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군종신부!] (24)가까이 오지마!

가까이 오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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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개인적으로 운동신경이 좀 있다고 생각한다. 어릴 때부터 오래 달리기를 제외하고는 구슬치기 등 동그랗게 생긴 것에는 자신이 있었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핸드볼을 했고, 중학생 때는 탁구, 고등학생 때는 축구와 배구를, 신학생 때는 농구를 제외하고 다 배웠다. 또 당구도 배웠다.
 사병 생활 때는 철책에서 처음으로 스케이트를 신어봤다. 제대 후 복학해서는 거의 독학으로 테니스를 배웠다. 발리(테니스에서 상대편이 친 공이 땅에 떨어지기 전에 받아치는 것을 일컫는 용어)를 잘해서 별명이 `구 발리`일 정도였다. 그리고 신부가 되고서는 스키를 탔다.
 군종신부가 돼서는 골프를 배웠고, 프로 선수들이 치는 언더파를 기록해 싱글을 유지했다. 그리고 스킨스쿠버와 인라인 스케이트도 경험해봤다. 지금은 과거를 추억하며 조금씩 운동을 하고 있다.
 제일 좋은 것이 걷기라 생각해 거의 매일 한 시간 반가량 강변을 걷는다. 정말 좋다. 하지만 배우고 싶은 운동이 지금도 많다. 기회를 준다면 윈드서핑과 패러글라이딩을 꼭 해보고 싶다. 지금까지 자랑이 너무 심했나.
 이렇게 많은 운동을 좋아하는데 유독 농구는 할 기회가 없었다. 그런데 세월이 지나면서 농구가 젊은이들에게 제일 인기 있는 스포츠가 돼 있었다. 두세 명만 모이면 농구를 하곤 했다.
 사단 군종 참모 시절, 성당에 참모실 행정병과 군종병, 운전병이 각각 한 명씩 있었다. 주일미사가 끝나고 나면 부대별 군종병들이 남아서 청소도 하고 작업도 하며, 밥도 같이 먹었다. 그러면서 내게 건의를 하는 것이었다. 농구대를 만들어 줄 수 없겠느냐는 것이었다.
 그런데 내가 별로 좋아하는 운동이 아니라서 시큰둥했는데 아이들의 간곡한 부탁이라 계속 신경이 쓰였다. 큰마음 먹고 사목회장에게 얘기해서 어렵사리 농구대를 세우고 바닥은 콘크리트로 포장도 했다. 제법 멋있는 작품이 나왔다.
 농구를 잘 몰랐기에 젊은 친구들이 하자는 대로 이것도 하고 저것도 했다. 처음에는 생각만큼 안 들어갔다. 점점 골대까지의 거리감이 좋아졌다. 2:2 또는 3:3 시합도 했다.
 사병들은 처음엔 농구에 농자도 모르는 나를 무시해서 수비도 잘 안 하더니, 시합하며 몇 번 골을 넣고 나니 슬슬 몸을 부딪치는 것이 아닌가!
 부딪히는 사병들 몸이 강철같아 무섭기도 했다. 그래서 "가까이 오지 마!"하고 협박 아닌 협박도 했다. 마흔 살에 처음 농구를 했으니 해봤자 얼마나 잘했겠는가. 하지만 사병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정말 고마웠고, 쉬는 시간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더 좋았다.
 땀도 무척 흘렸다. 잘하고 못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군종신부가 사병들과 함께한다는 것이 참 소중하다는 것을 배웠다. 하지만 이후엔 나는 농구시합을 할 기회가 또 없었다. "그때 같이 놀아준 놈들! 요즘은 뭐하고 노니?"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08-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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