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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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체험기] “오빠 손도 못 잡아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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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따 신부님, 그걸 가지고 뭐 그러세요? 누가 신부님 강론 못한다고 그랬어요? 당연히 우리 신부님이 최고니까 그래서 옆 본당에 계시는 바오로신부님 강론 잘 하신다고 말씀드렸지요…. 마, 푸이소…”하며 인상(?)쓰시는 분도 계셨고, 또 누구는 원고 그대로 “너 잘났다”하며 미니홈피에 글을 올려주기도 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많은 분들이 공감을 표현해주셨다는 것이다. 스스로 내어놓기 힘들었던 속마음이라 조심스러웠는데 남녀를 가리지 않고 공감할 수 있다며 격려해주었다. 그리고는 덧붙여하는 인사말, “그런데… 요새 살이 많이 쪘지요? 그렇지요?”

누군들 살이 찌고 싶어서 찌겠는가? 청년들과 미루고 미루다가 오랜만에 맥주 한잔했는데 함께 어울리다보니 좀 부은걸 가지고 하필이면…. 차라리 “건강해 보인다”라 했더라면 서운하지도 않고 알아 차릴텐데… 하는 생각에 한 교사의 예를 생각해보았다.

교사들은 아이들 하나 하나를 관심있게 돌보고 그 아이들의 특성을 평가하는 성적표를 기록하게 되는데 가능하면 긍적적인 힘을 발견하고 남기게 된다고 한다. 이를테면 아이가 좀 산만하고 정신없이 굴면 “아이가 다양한 관심을 갖고, 참 활발합니다”라고 쓰고 또 도무지 말이 없는 아이는 “침착하고 착한” 어린이라고 기록을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조금 부정적으로 볼 수 있는 모습도 잘 개발하면 장점이 될 수 있으므로 가능하면 긍정적인 힘을 칭찬한다는 것이다.

긍정적인 표현이 어렵긴 한 모양이었다. 부인이 정성껏 차려놓은 식탁 앞에서 남편이 한다는 말 “거 며칠 전에 로사씨가 끓인 씨레기국이 얼마나 맛있던지 몰라.” 혹은 TV 드라마에 본당신부 닮은 청춘스타 박모씨가 나오면 대뜸 남편은 “니 좋아하는 오빠 나왔네…”하고 놀리며 “오빠 손목도 못잡아 봤는데…”하고 서운한 마음을 드러내기도 하였다.

아무튼 교우들과의 대화에서 얻은 결론은 누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하는 것은 본당신부에 대한 신뢰가 가장 크니까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당신부의 마지막 훈화는 사랑은 옳고 그름을 따지는 논리적 작업이 아니므로 “지금 그대 앞에 있는 사람에게 최선을 다하자”라는 것이다.

이렇게도… 사람은 누구나 자기중심적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그런 이기적인 사람이 어느 순간 사랑을 하게 되고 그 놀라운 체험앞에 자신을 잊어버리게 한다. 이제는 자신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이 가장 소중해지며, 사랑하는 그가 행복해할 때 자신이 행복해 짐을 알게 되는 바. 사랑은 이처럼 모순적이면서도 위대한 결심을 하게 만든다. 나보다 더 소중한 그대를 위해 모든 관심을 뒤로 미루고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여기게 되는 경험이 바로 사랑이다.

내가 먼저, 조금 더, 바라지 말고, 사랑했던 날들을 기억해보자. 서로를 앞세웠던 사랑의 마음, 그 시선을 되찾는 한주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대는 아시나요? 지나간 옛 시절의 꿈을 못 다한 많은 사연을 밤바람에 날려보내리.

외로운 마음은 누구의 선물인가? 그대의 마음을 나에게 주오.

장미꽃 향기처럼 부드러운 그대의 미소. 아무도 주지 말아요. 나에게만 영원하리라.”

- 민희라의 노래 ‘미소’ -

이성구 신부 (대구 소화본당 주임)


이성구 신부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08-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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